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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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를 들을 때 반짝인다. 똑같은 이야기도 상관없다. 깊은 밤 잠자기 전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 오직 아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야기를 기다린다. 클래라와 수지가 기다리는 아빠는 바로 마크 트웨인이다.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이란 유난스러운 동화는 마크 트웨인의 아이들에게 들려준 16쪽의 미완성 원고가 그 시작이다. 긴 시간 잠들어 있던 기록이 칼데콧상 수상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에 의해 완성되었다. 어쩌면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바로 마크 트웨인이 아닐까 싶다.

​동화 속 주인공 ‘조니’는 외로운 소년이다. 할아버지가 계시지만 가난하고 괴팍하다. 그런 조니에게 친구는 ‘전염병과 기근’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닭 한 마리뿐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닭을 팔아서 먹을거리를 사 오라고 시킨다. 유일한 친구를 팔아야 하는 운명이라니. 시장에서 조니는 한 노파를 만나 그녀에게 ‘전염병과 기근’을 부탁하고 씨앗을 받는다.

 

 

“이 씨앗은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야 해요. 심고 나서는 확신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요. 봄에 씨앗을 심고, 동이 틀 때와 밤 12시 정각에 물을 줘요. 항상 씨앗을 돌봐주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요. 불평하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꽃이 피면, 그 꽃을 먹어요. 그 꽃이 당신을 배부르게 해 줄 거고, 당신은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거예요.” (59쪽) 

 

짐작했겠지만 할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고 조니가 ​받아온 씨앗을 먹고 그만 죽음을 맞는다. 조니는 노파의 말대로 열심히 씨앗을 키우고 그 꽃을 먹고 신비한 능력을 갖는다.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조니의 유일한 친구가 닭이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은 아닐까.

 

인류를 세상 온갖 부질없는 다툼으로부터 구원해 낼 절호의 한마디를,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와서 기뻐.”(88쪽)

 

 

조니는 동물들과 함께 지내면서 도난당한 왕자를 찾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각자의 능력을 발휘한 동물들과 왕자를 찾는다. 행복한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흥미로운 건 필자인 필립 스테드와 마크 트웨인이 동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나누는 대화다. 그리고 이곳(현실)과 그곳(동화 속 세상)에 대한 구분이다. 그건 마치 어른과 아이의 세상에 대한 것과 같게 느껴진다. 상상력도 사라지고 친구의 소중함도 잃어버린 어른. 조니로 대표되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아이의 모습.왕자를 구하고 그곳에서 만난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조니. 그들은 왕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다르다는 건 인정하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말이다.  

 

이곳에서는 조니 나이의 소년이 돈을 다발로 모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뭐든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곳, 조니가 살고 있는 땅에서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딱 한 가지만은 살 수가 없는데, 그것은 바로 진정한 친구이다. (…) 끊임없이 어리석은 폭력에 휘말리는 인간을 구원해 낼 절호의 말을.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말했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152쪽) 

 

짧은 동화에서 두 딸을 위해 매일 이야기를 만들었을 아빠 마크 트웨인의 사랑이 느껴진다. 그 사랑에 필립 스테드의 상상력과 아름다운 그림이 더해진 동화는 세상의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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