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한 동생과 통화를 하면서 겨울에 눈이 몇 번이나 왔는지 이야기를 했다. 겨울에 눈이 내리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점차 그것이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 눈이 더 내릴지도 모르지만.

 1월에는 왼손 손등에 화상을 입어 고생했는데 2월에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베었다. 살짝이 아니고, 제법 깊게 베였다. 붉고 선명한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덜컥 겁이 났다. 엄지손가락은 상처를 내고서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치약의 뚜껑을 여는 일, 참치 캔을 따기도 어려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편함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니 보통의 일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손을 연이어 다치다 보니 손을 사용하는 일에 소심해졌다. 칼, 가위를 이용할 때는 속도가 느려졌다. 어이없게도 그렇다. ​한 번씩 자꾸 그것들을 보게 된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손등, 손이 되었다. 사소함, 부주의함, 그리고 위축되는 일상.

 3월에는 겨울이라는 말을 얼마나 쓸까. 우리는 이제 봄을 말하겠지. 봄이니까, 봄이 왔으니까, 하면서 안부를 물을 것이다. 계절에 따라 살가운 인사를 전하는 일, 당연한 즐거움을 누려야지. 당연한 것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까. 봄맞이 책으론 이런 책이 어떨까? 이리도 다정한 제목이라니. 백수린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세계 고전 속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궁금증을 더하는 『책이나 읽을걸』, 추리와 심리로 교묘하게 독자를 유혹할 것 같은 『퍼스트 러브』. 한결같이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하지만 정작 요즘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건 한정현의 『줄리아나 도쿄』인데 주저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여느 해와 다르게 맞이할 3월 1일. 100년이라는 시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거룩한 뜻을 경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 모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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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8 1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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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3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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