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 기시미 이치로의 사랑과 망설임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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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랑에 대해 쉽게 생각한다. 사랑이 별거 아니라고 헤세를 부리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죽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믿으면서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려 하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을 하고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럴까. 아무튼 사랑을 생각하는 건 쉽지만 그것에 접근하고 알아가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기시미 이치로의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는 먼저 내 사랑이 어떤가 질문하게 만든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라면 이 책을 통해 사랑의 행복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건 사랑이 두려운 이, 사랑을 꿈꾸는 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사랑을 꿈꾼다. 과거의 사랑보다 더 나은 사랑을 찾기를 원하고 현재 사랑의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기를 원한다. 그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상대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시미 이치로는 사랑은 첫눈에 빠지는 감정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쌓고 관계를 만드는 일이라 말한다. 그러니까 사랑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도 기술이 없으면 그 사랑은 무력합니다. 반대는 위험합니다. 사랑이 없는 기술은 위험합니다. (48쪽)

 

 그건 표현의 방법이자, 상대를 믿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일은 아닐까. 너무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는 법이니까. 연애 초기엔 서로에게 모든 걸 맞출 준비를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왜 나만 맞춰야 하는지 화가 난다.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확인받고 싶은 마음, 처음에 좋았던 모습이 점점 싫어지는 건 왜일까. 사랑을 소유로 착각하고 질투나 집착이 사랑의 크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만 생각하면 정말 그렇다. 화를 내고 눈물로 상대를 지배하려는 것, 잘못된 기술이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나로의 변화,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며 사랑의 기본인지도 모른다.

 

 사랑의 고민과 상처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당신의 사랑이 어떤지 점검하게 만든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에 불쑥 지난 사랑이 떠올라 부끄럽다. 그렇다면 조금 나아진 것일까. 나아졌다면 사랑의 결실이라 말하는 결혼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결혼은 더우 견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매듭에 대한 비유는 너무도 적절하다. 결혼을 망설이는 지인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문장이다. 그러니 상대를 위한 일방적인 희생이나 그런 희생을 강요한다면 매듭은 풀어지는 게 아니라 절단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연애가 한쪽 끈만 잡아당기면 언제든 풀어지는 나비매듭이라면, 결혼한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을 굳게 결심하고 풀기 힘든 매듭을 함께 묶은 사이라는 것을요. (83쪽)

 

 혼자서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듯 그것을 지속시키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도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 사랑은 수많은 이유로 흔들리고 이별의 위기에 빠진다. 어떻게 극복하고 단단해질 수 있을까. 많은 날들을 보냈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서로를 공유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을 ‘체험되는 시간’이란 정신의학자의 말로 설명한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각에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일. 얼핏 생각하면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연인을 만났지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가슴이 뜨끔하는 이가 나뿐일까.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중으로 미루는 것들. 사랑하는 이들과의 체험되는 시간을 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사랑은 찾아오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사랑의 책임이 있습니다. 나의 사랑이 어떤 모양인지, 나의 사랑이 얼마나 활기찬지 모두 자신의 책임입니다. 그러니 지금 나의 사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유를 갖고 살펴야 합니다. (112쪽)

 

 사랑에 책임을 갖는 일은 사랑을 돌보는 일은 아닐까. 상대를 잘 알아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가장 잘 저지르는 실수, 사랑하는 이에 대해 잘 안다고 판단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정확하게 전달하면 더 좋은 말을 말이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내는 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일, 대등한 관계로 서로를 바라보는 일. ‘나’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시작이 되지 않을까.

 

 사람은 항상 변합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제와 똑같은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보기에 똑같아 보일 뿐입니다. 상대는 어제와 분명 다릅니다. 다만 무감각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요. 어쩌면 상대도 그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축하하고 격려하고 배려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235쪽)

 

 사랑에 지친 이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이에게, 아니, 사랑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어지는 수많은 관계의 성장을 위한 유용한 책이다. 그렇다고 이 한 권의 책으로 사랑을 완벽하게 안다고 자신하면 안 된다. 연애든, 결혼이든, 누군가와 시작하는 어떤 만남이든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사랑에 대해 아무리 좋은 조언을 들었다 해도 내 사랑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시미 이치로가 들려주는 사랑의 기술을 각자의 형편에 하나씩 응용하고 실천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환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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