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 덜 신경 쓰고, 더 사랑하는 법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을은 조급함을 몰고 온다. 곧 이 계절은 겨울로 바뀌고 올해는 사라지고 내년이 도착하는 사실이 그러하다. 뭔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계획했던 일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다 생각한다. 계획했던 일들을 다 못했다고 해서 내가 크게 잘못한 걸까. 잘못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음이 한결 놓이는 듯하다가 다시 복잡해진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괜한 수다를 떨거나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가을이라서 그럴까. 방황하는 젊음도 아닌데 무엇이 나를 흔드는가. 그러다 이런 문자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말, 내가 사랑하는 말, 어쩌면 누구나 소중하게 여기는 보통의 말.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길이 있다. 저마다의 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삶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시시해 보이기도 한다. (253쪽)
내가 택한 방향으로 열심히 걷고 있다고 믿었는데 저 깊은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가지 못한 나를 자책하고 다른 이들의 길을 부러워하고 있었나 보다. 나의 삶, 나의 길에 나만의 의미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저마다의 삶을 존중하고 나 스스로 나를 축복하는 일.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단어에 집착하지 않으니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란 제목에서 행복 대신 나는 건강, 즐거움, 평온, 웃음으로 대신한다. 책을 읽는 방법은 그것을 내 상황에 맞게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그러니 자신의 상황, 감정에 따라 좋아하는 구절,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다르다. 당연하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로 힘들거나 지난 인연을 자꾸만 붙잡고 살아가는 이에게는 이런 부분이 위로가 될 것이다.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책은 그런 존재니까. 오늘 읽은 문장이 오늘보다는 내일 더 와닿을 수 있고, 이미 지나간 어느 시절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기도 하니까. 하나의 사랑이 끝났으니 마침표를 찍는 일도 중요하다. 다른 사랑이 올 수 있도록.
모든 사랑은 서로가 성장하는 과정임을 나는 배웠다. 누가 상처를 주었고 이별을 먼저 말했는지 따져보는 건 미련한 짓이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행복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기를. (173쪽)
사소한 것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관계에 대해서는 그 사소함과 소소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혼자라는 것을 즐길 수 있다고 여겼지만 온전한 혼자는 조금 힘든가 보다. 오래된 친구,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 온라인에서 만나 지속된 인연, 그 인연들에 대해 생각한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죽은 관계란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언제나 거기 있을 거라 믿음에, 아무 때나 연락해도 반갑게 받아줄 거라 여기며, 무뚝뚝하게 구는 내 마음을 혼내는 것 같다.
만나지 않으면 죽는다. 평행 함께할 거라 믿었던 사람도 만나지 않으면 죽은 사람이다.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도 서로 연락하지 않으면 죽은 관계이다. (121쪽)
첫 직장에서 만난 업무의 고단함을 격려하고 상사 욕을 하면서 점심시간을 기다렸던 동기는 지금껏 안부를 전하고 한 번씩 얼굴을 보는 사이다. 신기하게도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학창시절이라는 순수한 기억을 공유하며 부끄러운 첫사랑의 속내까지도 꺼내 보일 수 있는 친구, 선배라는 이름으로 내게 너무 소중한 이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고맙고도 고마운 친구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어느덧 그들의 이름에는 나의 일부가 담겨있다.
삶의 첫 장에서 만난 인연들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가능하면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함께한 추억이 많은 친구들을, 그 추억이 별 의미 없고 시답잖은 기억일지라도 함께 공유한 시간과 기억은 삶을 빛나게 하는 보석과도 같다. (280쪽)
여러 빛깔의 마음을 불러오고 잊었던 시간을 데리고 오는 책이다. 여리고 섬세한 감성을 좋아거나 예쁜 사진과 짧은 글로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이 책이 깊은 밤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