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아침을 먹었다. 멀리서 온 작은 집식구가 만들어 온 음식을 함께 먹었다. 작은 집식구들은 아침을 먹자마자 길을 나섰고 우리는 점심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영화를 보러 나갔다. 영화관에는 삼삼오오 우리처럼 가족들이 많았다. 영화는 나쁘지 않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달을 찾았다. 아파트 동 사이로 달이 떠올랐다.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까맣고 까만 하늘에 둥근 달이 참 편안해 보였다. 정말 그 어딘가 토끼가 살고 있을 것 같았다.

 

 남은 연휴에는 게으름을 부렸고 기름진 음식을 먹었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는 사촌 오빠에 대해 말을 나누고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를 보았다. 얼굴이 달처럼 커졌고 몸무게는 늘었다. 명절이니까, 괜찮다고 어젯밤에는 잠들기 전에 혼자 중얼거렸다.

 

 뒤늦은 명절 인사를 문자로 주고받고 9월이 아닌 10월 달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10월 할 일을 기록하고 병원 예약 일도 챙기고 알람을 설정하고 친구의 생일을 확인했다. 블로그에서 알려주는 지난날의 기록도 읽어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르지 않다는 건 좋은 일일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좋지 않더라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 대상 수상작, 우수작품상으로 엮인 신간에 대한 문자를 여러 통 받았다. 한 권으로 충분하다는 소식이나 다름없었다. 걷기 좋은 계절 걸어본다 시리즈도 눈에 들어온다. 베란다에 창문을 열고 고개를 들어 달을 본다. 손에 잡힐 것 같지만 닿을 수도 없다. 어떤 일이 그러하듯이. 달을 보는 일, 세상사와 비슷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