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누웠다가 다시 침대로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분명 잠을 잤지만 잠은 어디론가 달아나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현재 온도를 확인한다. 사막을 건너는 예능 프로의 출연자도 아닌데 말이다. 숨을 쉴 때마다 후끈한 열기를 마신다. 작년 6월의 어느 날에 쓴 글과 올 6월을 비교하면서 올해는 더위가 천천히 오는 게 아닐까 판단했다. 여름은 천천히 오는 게 아니라 전력질주로 달려왔고 뜨거운 태양에겐 현재만 중요한 듯 보인다. 나를 거부하는 여름 같다. 불쾌지수의 끝은 어디인가. 정녕 장마는 끝이 났고 태풍이 품은 비라도 기다려야만 하는가.

 

 1시간 전쯤 빗방울이 떨어져서 창문을 모두 닫았는데 그게 끝이었다. 다시 창문을 열까 하다가 에어컨을 켰다. 틈새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라도 받은 듯 나는 닫힌 창문을 살폈다. 농담처럼 여름을 견딘다고 말했던 작년의 우리는 없다.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슬픔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려준 친구는 어머니의 뇌 수술 소식을 전했다. 하나의 과정이 끝났기에 나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양성이라는 이유로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그간에 친구가 견뎠을 불안과 슬픔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이 여름을 기억할 일들이 일어난다. 차가운 밤을 기대하지만 밤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여름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한 해의 절반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시달리고 있을 뿐 시간을 규모 있게 쓰지 못하고 있다. 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도 괜찮다고 나를 달래면서도 시간의 소멸이 두렵다. 여름엔 무엇을 먹는다는 일이 끔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먹고사는 일, 단순하게 사는 일, 그 보통의 일상을 유지한다는 게 숭고하게 여겨진다. 읽고 있는 책 때문인지 늙는 일에 대해, 나이를 먹는 일이 두렵고 무섭다는 걸 절감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재독하는 일, 즐거운 일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식을 듣는 일 신나는 일이다.

 

 

 

 

 

 

 

 

 

 제 몫을 다 한 7월이 가고 곧 8월이 온다. 여름은 멈추지 않고 땀은 달아나지 않는다. 전하지 못했던 안부, 전하지 못했던 인사를 여기에 남긴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아직 더위를 먹지는 않았고 더위와 맞서고 있다고.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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