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에 연두가 가득하다. 여리고 단단한 연두 물결이 눈을 맑게 밝히는 듯하다. 아무도 모르게 숨어 있던 건 아닐 텐데,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것만 같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공간에서 기지개를 폈을지도 모른다. 잠깐 일이 있어 떠난 그곳에서 이곳으로 온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를 그리워했고 마음을 전했다. 이곳에서 그곳으로, 그곳에서 이곳으로 마음이 전해진다는 건 아무렇지 않았던 하늘에 무지개가 뜨는 것 같은 일이다. 선생님을 뵐 수 없었지만 아쉬움도 달콤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산다. 당신이 사는 그곳의 도시 이름만 들어도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꽃이 피는 계절이 오고 있다는 게 신나고 즐겁다. 당신도 마찬가지 일 터.

 

 이번 주는 생일 주간이다. 그러니까 23일은 책의 날이었다. 책의 생일날에 축하 선물은 내가 받은 것이다. 착한 가격의 책 『서로의 나라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선물한 책은 김건우의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읽고 있는 책은 책의 생일 주간에 맞게 황광수의 『셰익스피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클림트도 읽고 싶다. 잠시 주춤했던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늘어난다. 지인이 추천한 이갑수의 『편협의 완성』,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첫 시작인 편혜영의 『죽은 자로 하여금』, 곧 피어날 작약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유희경의 시집『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까지. 구매 목록으로 변경될지는 미지수다.


 

 

 

 

 

 

 

 

 

 

 얼마 남지 많은 4월의 날들을 손으로 꼽아본다. 4월에는 감정을 흔드는 일이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확인 사살 같은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예상했던 일을 맞닥뜨리는 건 힘들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거라 연습하고 다짐했지만 말이다. 상상했던 것과 현실, 그 감정의 온도는 다르다. 한동안은 그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4월, 내가 사랑하는 4월, 올해의 4월은 좀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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