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최민경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리는 말희였다. 

마리는 간밤에 불쑥, 나타났다. 정말이지 다른 어떤 말로는 대신할 수가 없었다.

그냥 불쑥, 쳐들어왔다고 말할 수밖에는. - p.22



주인공은 하나이다.

췌장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되었다. 

하나는 어머니와 자신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삶이 꺼진듯 변해버린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생기있게 일깨워 준 것이 바로 마리[말희]였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마리는 어머님끼리 친구였기에 덩달아 자식들도 친구가 된 기억이 전부였다. 그런 마리가 불쑥 자신의 삶에 끼어들었고, 하나는 그런 마리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고 경계심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과 어머니에게 눈치빠르게 행동하는 마리를 보며 모녀는 어느순간 그녀의 존재에 대해 당연시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마리와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알고보니 유부남이었고, 마리는 그의 부인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었다는 자신의 과거를 밝힌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며 쫓아다니고 있음을 들킨다. 그 후 하나는 자신의 공간이 집에 마리가 피해를 줄까봐 갖은 구박과 눈치를 주며 마리를 쫓아내버린다.



마리는 침묵속에서 조용히 짐을 꾸렸다. 그러고는 떠날 때 선물을 내밀었다. 포장지를 뜯어보니 예쁜 팬시용품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걸로 네가 뭔가를 써보았으면 좋겠어. 일기나 시 같은 거 말이야."

p.118



그렇게 스치듯 마리는 하나의 곁을 떠나버리며 끝이 난다.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하나와 마리의 관계는 어릴적 흔히 보이는 사람들이다.

어릴때는 반짝 반짝 빛나던 사람이었는데 커서 보니 삶에 찌들어 있다던가, 어릴때 존재감 없던 친구가 커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현상. 전자가 하나였고, 후자가 마리였다.

하나는 삶에 안주하는 자신을 보며 일탈을 꿈꾸지만 두려움에 변화를 포기하고 스스로 납득을 하는 인물로서 현대인 중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하나에 속하는 것 같았고, 반면, 마리는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 같은 인물이다. 그런 마리를 우리들은 동경하고 부러워 하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마리에게도 고민이나 역경, 고난은 존재했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두번째 읽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에게만 존재하는 '마리'라고 생각했는데, 마리의 입장에선 하나가 마리의 '마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말이다.

마리는 하나의 편지로 인해 자신의 삶에 크나큰 변화를 맞이했고, 하나는 자신의 집에 머물러 떠나버린 마리의 존재로 서서히 변화하니까 말이다.


나는 어딘가에서 또 다른 마리를 만나게 되리라. 지하철에서 혹은 여행지에서, 시끌벅적한 카페의 귀퉁이 자리에서.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단둘이 있을 때에도, 마리는 분명 내 앞을 스쳐 지나가리라. 그때의 마리는 단 하나의 마리일 것이다. 내가 알아볼 수 없게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나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오직 단 하나의 마리를

p. 124

 


단 하나의 의문점이라면 왜 마리의 사생활일까 하는점이다....

마리의 사생활이 아니라 마리의 이야기가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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