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정희재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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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시대를 거슬러 연필을 쥔다.

- p.57



정희재 작가의 이름이 어디선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고, 예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책을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생각하며 멍하니 지하철에서 시간을 떼우곤 했다.

그런 그의 책을 다시금 떠올리며 책을 폈다.


학생때는 연필을 많이도 사용했는데, 요즘엔 일을 할때나, 집에서나 휴대폰에 입력을 하거나, 컴퓨터로 자료를 입력한다.

거기다 메모할 것이 있어도 잘 지워지는 연필보단 펜을 이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집에서 묻어두었던 연필을 찾아 꺼내었고, 연필깍이가 없어 칼로 연필을 깎았다. 그리곤 낙서를 해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문구를 적어보기도 했다.

항상 컴퓨터에 기록하고 쓸 때와는 너무 다른 기분에 '연필테라피'라는 말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게 마음의 힐링을 얻었다.

 

한장 한장 책을 작가의 연필홀릭에 격한 공감을 보내게 되었다.



방안에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음악처럼 흘러넘칠 것이다.


삭삭, 서걱서걱, 슥슥... 

-p.30



이미 옛것이 되어버린 '연필'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게 된다.

연필을 떠올리면 노트도 떠오르게되고, 연필로 꾸역꾸역 일기를 쓰던 때와, 학생때 라디오를 키고 문제집을 풀던 때도 떠오르게 된다. 연필 하나로 이렇게 수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바로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써 본 적이 있기에 연필을 사용하지 않는 세대라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누구나 '난 앞으로 연필을 쓸테야'라고 다짐할것임을 알기에... ^^

거기다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거나 작가가 꿈인 사람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만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작가와 연필의 관계에 대해 정희재작가는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오랜시간동안 작가가 얼마나 연필을 좋아해왔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제1장의 65페이지에 소개된 크누트 함순작가의 '굶주림'이란 책이 소개되었다.

지독한 허기와 굶주림에 관한 이야기인데, 나는 이 책을 꼭 읽어야 겠다고 기록해놓았다.


내가 이 몽당연필을 굳이 되찾으려 했다고 해서 놀라서는 안 된다. 내게 이것은 너무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내게는 한 사람의 인간과도 같다. 요컨대, 나는 연필의 선의를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그렇다, 그거다. 진정으로 그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약속은 약속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이 연필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 p. 68 [굶주림]

 


연필이 하찮은 대접을 받아야 할 정도의 쓸모없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필이 주는 쓰임에 대해 작가는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연필로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적어보라는 것이었다. 연필로 쓰고 난 뒤에 더 우울해질수도 있지만, 어떠한 어려운 상황인지, 직접적으로 자신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75~82)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쓰고 나서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괜찮다.

적어도 무언가를 했다는 최소한의 후련함과 안도감만 있어도 괜찮다... 

-p. 82


연필이라는 작고 사소한것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크나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옛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우는 것보다 쓰기에 집중할 것.

완벽한 필기, 완벽 삶.

완벽한 자신이란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릴것.


리셋이 아니라

리폼 정신으로 살아가기.

p.211


나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은연중에 회피하기도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연필을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나도 인생이 어긋나더라도 포기하고 잊기보다는 리폼하는 정신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다. 


최근 본 몇 안되는 에세이 중에서도 좋은 책이었고,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는 것이 기대될 정도로 정희재 작가의 문장에 감탄도 하고,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어른들이 들려주시는 동화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지금이라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연필이 있다면, 공책에 낙서라도 끄적여 보면 좋겠다. 분명이 힐링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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