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턱뼈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이타카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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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토르케마다(Torquemada)’로도 알려진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Edward Powys Mathers)’의 ‘카인의 턱뼈(Cain’s Jawbone)’는 가장 어려운 퍼즐이라고도 불리는 미스터리 퍼즐이다.


왜 ‘가장 어려운 퍼즐’이라고 수식하는지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퍼즐이 1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퍼즐의 목표 중 하나는 이것들을 단 하나의 올바른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다. 이는 무려 9.33e+157 가짓수에 달하는 가능한 조합 중 하나를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퍼즐의 또 다른 목표는, 총 6건의 살인에 대한 희생자와 실인자, 그리고 살인 방법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답을 도출해냈는지 풀이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만 바야흐로 이 퍼즐의 당당한 정답자라 할 수 있게 된다.

퍼즐은 1934년 처음 퍼즐북의 일부로 포함되어 출간되었을 때부터 몇차례 해답자를 찾는 대회를 개최했는데, 그렇게해서 공식적으로 해답자로 인정된 사람이 지금까지 겨우 네명밖에 안된다고 한다.

나름 거액(2019년 대회의 상금은 $1000였다.)의 상금을 건 대회를 하는만큼 퍼즐의 정답은 공개되어있지 않은데, 유출도 없었던 것을 보면 해답자들은 모두 순수하게 퍼즐 풀이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었거나 어쩌면 상금을 받는 조건 중에 해답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포함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2024년 한국어판 출판 펀딩을 기념하며 정답 응모 챌린지를 했었는데, 당시엔 정답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새로운 정답 응모 챌린지가 열린다면, 그 때는 한국에서도 정답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한국인 정답자가 나오는 것에 대해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 퍼즐이 단순히 그 분량때문이 아니라 퍼즐 자체의 난도가 높아서 어렵운 것이라서다. 애초에 쓰인 문장부터가 일상적인 것이 아니다. 거기에 역사나 문학 등에 대한 추가적인 지식을 요하기도 하고, 암호나 언어유희같은 것도 포함되어있어 내용 자체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부터 문턱이 있다. 얼핏 읽었을 때는 이게 무슨말인가 싶을 정도다. 소설처럼 가볍게 읽어보는 정도로는 전혀 정답이 유추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아마 영어도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어로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장도 있기 마련이고, 심지어 애너그램(Anagram)이나 스푸너리즘(Spoonerism)같은 말장난 같은 것을 사용했다면 완전히 한국어에 맞는 새로운 말장난을 만들어낸 게 아닌 이상 원문과 그 철자까지 확인하지 않고서는 아마 거의 알아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원문을 함께 수록한 것도 아마 그런 한국어판의 한계 때문일거다. 그러니 난도는 더 올라갈 수 밖에.

최근의 정답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갇혀있었던 덕분에 무려 6개월에 걸쳐서 답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고 하는데, 롱폼보다 쇼츠를 즐기고 빨리빨리에 익숙해져있는 한국인들 중에서도 과연 정답에 이르는 이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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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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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반란의 여름(The Summer of the Danes)’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adfael Chronicles)’ 열여덟번째 책이다.



1144년 여름, 캐드펠 수사는 관구 부활을 위한 교회 사절로 마크 수사와 함께 고향인 웨일스로 향한다. 그리고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복잡한 정세에 얽혀 몇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이번 권은 미스터리보다는 좀 더 본격적인 역사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잉글랜드만해도 정세가 그리 단순하진 않은데, 거기에 웨일스나 덴마크까지 엮여있다보니 기존보다 더 복잡해진 느낌이다.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목적이나 손익 등에 따라서 얽히고 설켜있기 때문에 흐름을 차분히 잘 따라가야 한다.

그렇다고해서 딱히 막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워낙에 인간 심리나 인간사 같은 걸 잘 그리는 작가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잘 읽히는 편이다. 역사적인 정세 등도 흐름에 따라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퍼즐성 있는 사건을 마딱뜨려 범인을 찾고 해결을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 정치와 전쟁 상황, 인간들의 마음이 뒤섞여 있는 상황 등을 마주하게 되면서 당초의 목적과 마주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활약하며 해쳐나가는 것은 꽤 볼만하다.

다만, 영국 역사를 꽤 강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인 배경을 그렇게 잡은 건 알겠지만 그래도 추리 미스터리의 일종으로서 이 시리즈를 보고 있다면 이게 좀 무겁게 느껴질만도 하다. 반대로 역사 소설, 특히 영국 역사를 다룬 소설을 즐긴다면 잘 짜면 역사적 이야기가 그만큼 더 흥미롭게 다가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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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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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욕망의 땅(The Potter’s Field)’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adfael Chronicles)’ 열일곱번째 책이다.


1143년, 호먼드와의 토지 교환 얘기가 오가고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될거라는 판단하에 거래 후 경작을 위해 쟁기로 땅을 갈아엎는데, 대단히 잘못된 발견을 하고 만다. 반쯤 썩은 천 가닥, 그리고 누군가의 기다란 머리 타래다.

땅 속에 묻힌 시체의 정체를 밝힌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상당한 과학적 진전을 이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는 현재에도 그렇다. 오죽하면 ‘신원미상인(John Doe/Jane Doe)’같은 게 여전히 있겠나. 심지어 썩기까지 했다면, 사실상 반쯤은 포기해야 한다고 봐도 좋다. 노력을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보다는 오히려 꽤 많은 운이 따라줘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걸 무려 12세기 중세에 밝혀내려 한다는 건 꽤 흥미롭다. 소설은 지역적 특성과 그곳의 역사를 쫒아가며 꽤 설득력있게 시체의 신상과 사인에 대해서 밝혀나간다. 그리고 거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까지도.

묻혀있던 비밀을 밝혀나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퍼즐적인 재미요소가 강하다기보다는 인간 드라마의 비중이 더 큰 느낌도 든다. 그만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과 그 일을 겪어내는 인물들의 심정같은 걸 잘 보여준다. 그래서 비록 그들의 모든 선택과 행동이 온전히 납득이 가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정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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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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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쳐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어둠 속의 갈까마귀(The Raven in the Foregate)’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adfael Chronicles)’ 열두째 책이다.





1141년 12월, 슈롭셔와 수도원에 몇가지 주요 이벤트들이 발생한다. 고위 성직자 회의가 있었던 것, 행정 장관으로 일하던 ‘휴’가 왕의 부름을 받아 어쩌면 자신의 거취가 바뀌게 될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으러 떠난 것, 그리고 새롭게 에일노스 신부가 와 교구신부로 취임한 것. 그리고 여러 문제들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수도원에서 교리에 따라 살아가는 수사를 주인공으로 삼은만큼,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지 역사적 배경위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물일 뿐 아니라 꽤나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거나 그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하는데 이번 권에서도 그런 게 꽤 두드러진다. 주요 문제에 수사가 연관되어있으며, 그의 사상과 행동이 꽤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먼저 변명을 해줘보자면, 그는 수사로서의 본분을 최대한 따르려고 했던 것이라 할 수도 있다는 거다. 왜, 예전에는 고행이라고 하는 것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단지 스스로가 원해서 고수하려고 한 게 아니라 어느정도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에게 강요한 것이라는 점, 다소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자기 입맛대로 곡해한 듯한 부분이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게 옹호해주기는 어렵다. 그것이 결국 비극으로 이어진 것은 말하자면 일종의 자승자박인 셈이다.

다만, 거기에 엄청난 악의가 있었다든가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추후에 개선될 여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어느정도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 괜한 안타까움, 씁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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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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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가모사키 단로(鴨崎 暖炉)’의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密室⻩⾦時代の殺⼈ 雪の館と六つのトリック)’은 밀실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사용한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 밀실을 풀지 못한 것은 무죄추정을 넘어 유죄를 입증하지 못한것과 같다는 법원의 판례가 생겼다는 것은 다시말해 완벽한 밀실을 만들 수만 있다면 설사 공공연하게 살인을 행한다고 하더라도 무죄라는 말이다. 이건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이런 퍼즐성이 강한 미스터리 특히 밀실 미스터리에 늘 따라다니던 필요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게 해주며, 살인을 계획한다면 더욱 밀실 미스터리를 추구하려고 할만한 완벽한 배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꽤나 훌륭한 트릭이다.

그런 배경 덕분에 밀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세계관은 나름 흥미로우며, 그런 속에서 펼쳐지는 밀실 미스터리와 일본식 클로즈드 서클도 꽤 볼만하다. 예전 작들에 대한 오마쥬 같은 것도 반갑다. 소설은 퍼즐적인 재미가 강했던 예전의 소위 본격추리물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반갑고 즐길만한 요소가 꽤 많다.

대신 희생한 것이 없지는 않다. 캐릭터 성이라고 할까 현실감같은 게 좀 어긋나 있는 듯 하다는 게 그 하나다. 현실에도 있을법한 이야기나 인간 드라마가 아니라 마치 무대위 연극이나 역할극같은, 일종의 게임 플레이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살인이 일어나도, 외부와 단절되도 그렇게 긴박하거나 위급한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이야기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한발짝 떨어져 보고 있어서 그런가. 나쁘게 말하자면 좀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퍼즐적인 재미에 더 집중하면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이는 소설로서는 좀 호불호가 있을법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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