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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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린팅이(林庭毅)’의 ‘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我在犯罪組織當編劇)’는 독특한 범죄조직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범죄조직…이라는 게 좀 갸우뚱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딱히 그런 일면을 선명히 드러내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워낙에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일들을 실현하기 때문에 혹시 모르는 곳에서는 뒤가 구린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때때로 스쳐가게 만들기는 하지만 애초에 이 조직의 시발이랄까 기본, 근원같은 것부터가 그런 것과는 쫌 거리가 있다는 게 처음부터 명확한지라 그냥 어설픈 물타기처럼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소설 속 범죄조직이라는 ‘다크펀’은 베일에 가려진 뒷조직이긴 하지만 범죄조직? 이건 좀 아니라는 거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개입하는 문제, 그로인해 발생하는 일들,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등을 봐도 그렇다.

소설이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그렇다. 소설은 전혀 느와르적인 부분, 범죄 미스터리같은 점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기묘한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된 주인공과 그곳을 찾는 의뢰인 즉 사연자들의 이야기와 고민같은 것에 집중한다.

간절한 바램이 있는 사람들은 이 알 수 없는 조직에 전재산을 바쳐서라도 바꾸고 싶어하지만 막상 그게 진짜 바라던 것이었는지에 의문을 갖고있기도 하다. 그 일부는 의뢰를 하면서 드러나기도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진 후에야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것들을 통해 소설은 자연스럽게 인간과 욕망, 인생과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한번 곱씹어 생각해보게 한다.

첫 인상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소설이다.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된다. 힐링 인간 드라마라고 봐야 소설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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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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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뱅상 식탁'은 한 독특한 식당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꽤나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 소설이 조금 실험적이고, 나름 뚜렷한 메시지를 두고 만들어진 것이어서다. 그런만큼 소설적인 재미는 좀 덜하다.

어떻게보면 처음부터 대놓고 그런 점이 엿보이기는 했다.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이야기를 여는 인물 '빈승'부터가 좀 그렇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나씩 드러나는, 거기에 들어온 4쌍의 인물들 역시 좀 그렇다. 이들은 모두 모종의 사연과 그만큼의 어둠을 갖고있다.

소설은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꺼내놓다가, 하나의 트리거를 당김으로써 걷잡을 수 없이 흐트러지게되는 인간 군상을 꽤나 적나라하게 그렸다.

빈승이 만든 이 자리는, 애초부터 '실험'이라고 했다. 이건 소설 자체에도 해당하는 말로, 마치 저자가 여러 인물들을 만들어 레스토랑안에 풀어놓고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는 시뮬레이션을 보는 것처럼 그려졌다.

이들에게 주어진 다소 극단적인 상황은 그들이 그 이전까지는 그래도 갖고있으려고 했던 겉모습이나 대외적인 평판을 치우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건이 난잡하게 흘러가게 만든다.

이를 통해 인간들의 추악의 단면이나 각자의 생각과 행동이 타인에겐 어떻게 악이될 수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그 결과는 조금 쌩뚱맞긴 하다. 그렇다고 황당하다 할 정도까지는 아닌데, 이미 그 전에 그 인간들의 진면목을 일부 보았기 때문에 무슨짓을 하든 이상할 게 없다는 생긱이 들어서다.

그렇다고 이야기적으로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잘 짜여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엔 우연이나 기행적인 것에 기댄게 좀 커 보여서다.

그래도 나름대로 꽤 흥미로운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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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쏙 생활사 - 한 컷마다 역사가 바뀐다 한 컷 쏙 시리즈
윤상석 지음, 박정섭 그림, 정연식 감수 / 풀빛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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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한 컷 쏙 생활사: 한 컷마다 역사가 바뀐다’는 한국의 생활사를 짧게 축약해 담은 책이다.

역사는 보통 굵직한 것을 말하고, 그건 대게 전쟁사나 궁중사라고 바꿔 말할 수 있는 것들이다. 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말이다. 애초에 기록으로 남긴 것이 주로 그런 것들이라서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알 수 없는 일이 많다. 궁중 기록에서 짧게 다룬 것이나 민화 등 예술에 묘사된 것을 통해 엿보는 수밖에 없어서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을 모아 한권에 축약해 담은 것이다.

멀게는 무려 구석기 시대에서부터 가깝게는 조선 말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의 생활상과 관련된 것들을 짧게 요약했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적당한 그림을 한 컷으로 그려넣어 주요 내용 일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는데, 이것은 신문의 풍자 만화처럼 살짝 코미디가 가미되어있어 이 책을 약간은 즐길거리로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본문 내용을 어디까지나 보조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본문은 가능한 정확한 내용만을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너무 딱딱해지지는 않도록 구어체를 사용했는데, 이게 한컷 만화와 함께 책을 계속해서 가볍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끝까지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내용 자체에 딱히 새로운 것은 없다. 역사나 역사물을 좋아하면서 이미 거의 대부분을 다른데에서 봤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거나 하는 것도 없어서 새로운 것을 알고싶은 사람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반대로 생활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꽤나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책은 또한 고대에서 근대까지를 시대순으로 나열했기 때문에 어떤 흐름같은 걸 느낄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다. 옷이나 음식의 변화라든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리잡았는지 등이 현대에 대한 새삼스런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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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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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의 ‘진주(The Pearl)’는 진주에 얽힌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참 분명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물론 소설속 인간들의 행동 등을 통해 세태를 풍자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우화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 우화가 살짝 우회적인 경로를 통하는 것과 달리 이 소설은 굉장히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다.

심지어 동물 등을 의인화하지않고 실제하는 장소와 실제했던 역사를 기반으로, 실로 인간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써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딱히 상징이나 비유를 해석할 필요 없이, 누구든 잘못 읽을 수 없도록 쓰였다는 점이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다.

그래서 좀 뻔한 측면이 있다. 소설을 보면서 계속 두근대게 만드는 불길한 예감은 결코 틀리지 않으며, 이야기의 전체 구조나 전개도 꽤 즐겨 반복되어온 전형적인 그것을 따른다.

그렇다고 식상하게만 읽히지는 않는다. 충분히 익숙한 고전인데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하는 힘이 있다.

그건 아마도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이란 것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동일하게 품고있는 욕망과 어떻게든 기회를 엿보려는 간사함, 손바닥 뒤집듯 뒤바뀔 수 있는 간악함 등을 소설은 꽤나 적나라하게 잘 그렸다. 그것이 최후에 낳게 될, 결국엔 그렇게 수렴하게 될 하나뿐인 결말도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잘 썼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저자는 이 소설을 멕시코 민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민담이었을지 궁금한데, 왠지 그 민담에 대한 소개와 민담 내용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기왕 언급할 거면 궁금하게만 하지 말고 책 말미에라도 소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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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해가 죽던 날 거장의 클래식 4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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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옌롄커(閻連科)’의 ‘해가 죽던 날(日熄)’은 집단 몽유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몽유병’의 그 몽유 맞다. 꿈을 꾸고 있는데, 그러니까 자고 있는데, 다시말해 제정신이 아닌데도 움직이고 돌아다니고 하는 이상 증세 말이다.

몽유병은 증세의 정도가 경우마다 큰 차이가 있고, 어떤 증세를 보이느냐도 크게 달라 약하면 잠꼬대라고 치부할 수 있을 정도에 그치는가 하면 도저히 깨어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기기조작이나 특정 행동을 하기도 해서 많고 또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게 집단적으로 발발한 사태를 그려냄으로써 나름의 독특함을 만들어냈다.

물론, 단순히 다소 판타지적인 또는 전염병적인 현상을 자연재해처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고, 현대 사회의 일면을 은유적으로 담은 것이다.

그러나, 꽤나 직유적인 소설같기도 하다. 혹시 작가가 작가라서일까. 소설에서와 같은 상황이나 그 속 인간들이 절로 강하게 연상케 하는 것들이 있어서? 작가가 중국 사회를 은유한 것들이 어쩌면 한국인 독자에게는 쉽게 공감할만한, 중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세세하게 보면 그럴지 모르지만, 폭넓게 보면 보편적인 인간 사회의 그것을 담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양상이나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게 때론 재림이라 느낄 정도로 똑같은 일들을 버리는 인간군상이 소설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걸 몽유로 또 몽유를 계기로 그렸다는 게 적절해 절로 한숨을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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