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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해가 죽던 날 ㅣ 거장의 클래식 4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10월
평점 :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옌롄커(閻連科)’의 ‘해가 죽던 날(日熄)’은 집단 몽유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몽유병’의 그 몽유 맞다. 꿈을 꾸고 있는데, 그러니까 자고 있는데, 다시말해 제정신이 아닌데도 움직이고 돌아다니고 하는 이상 증세 말이다.
몽유병은 증세의 정도가 경우마다 큰 차이가 있고, 어떤 증세를 보이느냐도 크게 달라 약하면 잠꼬대라고 치부할 수 있을 정도에 그치는가 하면 도저히 깨어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기기조작이나 특정 행동을 하기도 해서 많고 또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게 집단적으로 발발한 사태를 그려냄으로써 나름의 독특함을 만들어냈다.
물론, 단순히 다소 판타지적인 또는 전염병적인 현상을 자연재해처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고, 현대 사회의 일면을 은유적으로 담은 것이다.
그러나, 꽤나 직유적인 소설같기도 하다. 혹시 작가가 작가라서일까. 소설에서와 같은 상황이나 그 속 인간들이 절로 강하게 연상케 하는 것들이 있어서? 작가가 중국 사회를 은유한 것들이 어쩌면 한국인 독자에게는 쉽게 공감할만한, 중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세세하게 보면 그럴지 모르지만, 폭넓게 보면 보편적인 인간 사회의 그것을 담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양상이나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게 때론 재림이라 느낄 정도로 똑같은 일들을 버리는 인간군상이 소설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걸 몽유로 또 몽유를 계기로 그렸다는 게 적절해 절로 한숨을 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