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바닥 -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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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池井戸 潤)’의 ‘끝없는 바닥(果つる底なき)’은 저자의 시작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보다 보면 때때로 이상하거나 어색한 것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비디오테이프라든가, 자동응답기, 은행 전표 같은 이젠 구시대의 산물이 됐거나 거의 그렇게 된 것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요 연도부터가 거의 30여 년 전인 1996년이다.

이 소설이 무려 1998년 출간작이라서 그렇다. 그사이 워낙에 크게 바뀐 것들이 많다 보니 별것 아닌 것들에서 어쩔 수 없는 시대차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도 전혀 구식 같거나 하지 않고 이야기가 굉장히 흡입력 있다.

먼저, 일반인들에겐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존재인 은행원, 그중에서도 융자 담당으로 일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은행의 겉과 속을 보여주는 일종의 기업 소설 같은 면모만으로도 흥미롭다. 저자는 은행원들의 모습이라든가 은행 업무, 그로 인한 문제 같은 것들을 꽤나 상세히 잘 묘사했다. 덕분에 이야기가 굉장히 사실적이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볼만한 게 됐다. 실로 전직 은행원으로서의 경험을 잘 살린 셈이다.

느닷없는 죽음으로부터 시발 되는 사건을 쫓아가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꽤 볼만하다. 지금은 많이 알려지고 여러 픽션에서 사용하기도 해서 다소 뻔하게 느껴지지만 알레르기를 이용한다는 점도 나쁘진 않고, 여러 인간이 얽히며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하나씩 찾아가는 한편 새로운 문제가 드러나며 상황이 바뀌는 식으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게 전개도 잘했다.

무엇보다 이런 요소들이 서로 잘 맞물려있다. 가히 ‘은행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어느 하나가 특별히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엮여 있어서 거슬림 없이 계속 재미있게 보게 만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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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새 -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 아야미니의 요괴 대모험 1
신현찬 지음, 김희선 그림 / 제제의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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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새: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은 아야미니의 요괴 대모험 첫번째 책이다.

두 아이 ‘아야’와 ‘미니’가 요괴들과 얽히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이 동화는, 우리나라 전통 요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보겠다는 꽤나 야심찬 기획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괴들의 기원과 그들이 세상에 나타나 행패를 부리는 원인, 그리고 주인공들이 왜 모험을 하게되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구름나라’라는 것을 통해 설명한 것이 꽤 괜찮았다. 이야기의 사전 배경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기본 틀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108 요괴’처럼 처음부터 끝을 정해놓고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요괴와 모험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첫 시작으로 나온 괴물새,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도 나쁘지 않다. 애초에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가 엄청나게 커서 그런 것인 만큼 존재 자체만으로도 놀랍고 위험을 예상케 하는 요괴라서 보는 맛이 있다.

일종의 리메이크를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든 것도 긍정적이다. 단지 요괴를 가져와 사용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고전을 새롭게 개작된 형태로 보여주는 게 전통 요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기획과 잘 맞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요괴들이 왜 알 속에서 자고만 있는지나 요괴들이 알이 깨진 후 그렇게까지 변하고 난동을 부리는 이유, 또 크게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도 구름나라의 장수들은 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지 같은 게 납득할 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거다. 작고 귀여운 요괴들이었다고 얘기해서 더 그렇다. 그런 요괴들이 다시 알 속에서 기분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준다는 설정 자체는 (왜 자야만 하느냐는 점은 차치하고)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이야기만 보면 차라리 애초에 그런 존재라 봉인해 뒀던 것인데 봉인이 깨지며 풀려나게 된 것이라는 전형적인 설정이 더 어울려 보인다.

이후 이야기에서 보완이 될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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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캐트리오나 실비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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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트리오나 실비(Catriona Silvey)’의 ‘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Meet Me in Another Life)’ 계속되는 삶을 사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첫인상은 마치 로맨스 같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보고 어떤 식으로는 끌리는 게 마치 운명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점들이 많다. 느닷없는 전개가 일어나면서 둘의 관계가 갑자기 끝나기도 하고,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사, 상황 같은 요소들이 계속 나오기에 절로 지금 보고 있는 건 단지 표면일 뿐이고 진실을 더 뒤에 감춰져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좀 미스터리 같기도 하다.

회차마다 조금씩 다른 환경과 관계를 계속하면서 묘한 기시감에서 시작해 확신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쌓고 자신들의 상태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확인하고 이해해 나가는 것은 좀 철학적이기도 하다. 마치 운명 같다고 하는 상황과 아마도 그를 있게 하는 소위 신이란 존재와 그에 대한 믿음, 그리고 과학적인 사고라는 것 사이에서 주고받는 얘기들은 실제 현실에서도 나름 생각해 볼 만한 거리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이 여러 삶을, 매번 다르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단편 연작처럼 늘어놓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자칫하면 큰 악수가 될 수도 있다. 각 이야기 간의 연결성이나 그것들이 큰 줄기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로 나아가게 하는가를 정말 잘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각각의 이야기 자체도 나름의 흥미로움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이 소설은 꽤 괜찮은 편이다. 대체 뭐지 싶은 요소들을 통해 의문을 품게 하면서도 단지 비슷하게 반복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점차 축적되어 감도 느끼게 해서다. 그래서, 그것들이 어떤 결말로 이어지게 될지 기대하며 보게 한다.

이야기 자체가 신선하거나 대단하냐 하면, 그렇게는 말 못 하겠다. 픽션을 많이 접한 사람이라면 익숙함을 느낄만한, 꽤나 상상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말부도 좀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재미만큼은 이견이 없을 듯하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통해 흥미를 돋우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만큼, 가능하면 어떤 소설인지 소개글이나 추천평 같은 것도 보지 말고 읽기를 권한다. 그편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소설을 보면서도 영상화에 참 잘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만큼,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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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특공대 3 - 사담초 지하실의 비밀 상상 고래 24
차율이 지음, 양은봉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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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특공대 3: 사담초 지하실의 비밀’은 괴담을 소재로 한 호러 동화 세번째 책이다.

완결권이라 할 수 있는 3권이 나오기까지 꽤나 오래 걸렸다. 1권이 2019년에 나왔으니, 무려 5년이나 걸려 이제서야 일단락이 됐으니 말이다.

오랫만에 다시 봤지만, 애초에 옴니버스처럼 개별적인 괴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였던데다 큰 줄기의 이야기가 그리 복잡하게 꼬여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전 기억을 되새김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학교 괴담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아무래도 학교가 지어진 장소나 건물과 기물, 그리고 다수의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괴담 역시 그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지기 마련이라서다.

그래서 소설 속 괴담들도 우리 학교 괴담을 강하게 연상케함으로써 은근히 나나 주변 이야기인 것처럼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 점이 있다.

그런 한편 괴담의 세부 내용이 달라 신선함이나 흥미로움을 느끼게도 하고 은근히 괴담들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다양한 괴담을 파헤치는 한편, 완결권인만큼 아이들의 이이야기도 마무리가 되도록 한 것도 좋다.

다만 그를 위해 갈등을 해소가 다소 의문도 남기는 꽤 호불호가 있는 방식인데다, 중간이 없이 갑자기 전환되는 듯한 느낌도 있다. 요약해서 전체 줄기를 본다면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그걸 풀어서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로 전개해 보여주는 것에서는 좀 아쉽지 않았나 싶다.

거기엔 대상 연령층과 분량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 청소년 소설로 쓰려고 한다는 후속작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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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에서 살아남기 1 - Level 0을 탈출하라
김건구 지음, 양세근 그림 / 소담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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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에서 살아남기 1: Level 0을 탈출하라’는 백룸을 소재로 한 창작동화다.

백룸(The Backrooms)은 꽤 여러 갈래가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백룸 팬덤과 백룸 위키인데, 이 책은 레벨 묘사나 SCP 재단이 등장하는 걸로 보아 SCP 재단 기여자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백룸 위키를 기반으로 한 듯하다.

그렇다고 그걸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위키마다 세세하게 다른점이 있다고도 한다만, 대게 레벨 0으로 부르는 소위 노란방에서 시작하는 등 이세계 전이 도시전설이었던 원조 백룸에서 발전한 미궁류라는 것과 노클립(Noclip)이나 엔티티(Entity), 방랑자(Wanderer) 등 기본적인 것을 같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엔티티라는 알수 없는 괴물들이 나와서 레벨에 떨어진 인간들을 사냥한다는 것은 꽤나 코즈믹 호러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엔 아이들의 생존을 그린다는 것이 좀 안맞물리지 않나 싶기도 했는데…

현재의 백룸은 위키화 되면서 거의 SCP같은 일종의 크리쳐 설정물로 바뀌었고, 여러 정보들이 알려진대다 작품 내에서도 또한 그러하기 때문에 미지의 공포와는 좀 거리가 멀어진 감이 있다. 정보가 있으면 대응법을 숙지하고 조심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쳐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SCP 재단의 등장도 거기에 한몫하며, 이야기도 그런식으로 받아들일만하도록 나름 전개를 잘한 편이다. 티격태격하던 아이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용기를 내고 힘을 합쳐 위기를 해쳐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부제와 달리 거의 레벨 1에서의 일들을 담고있기 하지만.

위키로 낱낱이 정보가 정리되면서 원래의 호러적인 면은 많아 없어지긴 했지만, 탈출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백룸은 여전히 극한 상황에 치닫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지는데 과연 아이들의 백룸 탈출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지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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