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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에게 ㅣ 그래픽 노블 1
이루리 지음, 모지애 그림 / 이루리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지구인에게’는 슬프고 가슴 아픈, 그래도 위로와 희망을 남기는 그림책이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용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것도 아니고, 하려는 얘기가 불명확해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도 아니며, 심지어 그게 공감점이 낮거나 소수만이 경험하기에 일반적이지 않다고 치부할 것도 아닌데도 어땠다거나 하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딱히 외적인 이유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러니까 무슨 정치인처럼 대충 뱉었다가 말실수를 해서 욕을 먹고 곤욕을 치른다거나 하는 걸 신경 써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보다는 작품에 압도되어서 그런 것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보았던 것, 그로부터 느꼈던 것들이 그만 식어버리고 흩어져버릴까 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앞서 얘기했듯 딱히 거창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는 동화 형식으로 쓰인 만큼 실제를 감추고 은유적으로 그려낸 부분도 있으나, 혹시나 잘못 읽히는 일이 없게 떠먹여 주는 식으로 거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에 가깝다.
단지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진지함과 심각함이 무겁고 그것이 조금이라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다 보니 한차례 그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어서 그런 것이다.
인간이란 매번 후회하고 다시금 다짐해도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기에 이 이야기가 들려주고 전해주는 것은 얼마나 지나도 바래지지 않을 것 같다.
작가가 이야기로 써냈던 것을 그래픽 노블화도 잘했다. 흑백과 거친 질감의 사용이 사뭇 잘 어울려 이야기를 잘 살려준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