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비행 소년들 - 베일에 싸인 관리자 ‘팅커벨’의 목적은 무엇인가?
마츠무라 료야 지음, 조아라 옮김 / 할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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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무라 료야(松村 涼哉)’의 ‘어둠 속의 비행 소년들(暗闇の非行少年たち)’은 비행 청소년 문제를 그린 소설이다.

책을 펼치고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정말로 솔직한 이야기라는 거다. 마치 무슨 판타지의 비밀결사 같은 것 같기도 한 제목도 전혀 비유적인 것이 아닌 문장 그대로의 의미이며 실제 내용 역시 그러하다.

책은 비행 청소년과 그들의 갱생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행 청소년이란 아직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 않은 소위 불량아, 양아치, 일진 등으로도 불리며 인간/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그래서 소년원, 구치소, 범죄 조직에 가게 되기도 하는 아이들을 말하는 것으로, 애초에 그들을 처음부터 범죄자로 보고 구치소에 보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아직 어리기에 실수할 수 있음을 감안하고 무엇보다도 충분히 갱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단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사회 감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쪽에서는 ‘뭐 그런 것 같고 그러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그들이 잘못을 인지하고 뉘우치며 갱생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게 만들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어떻게든 갱생해 보려 해도 끊임없이 과거의 일을 다시금 들추며 더 이상 벌어지지 않으며 앞으로 일어날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일로 비난하고 그들을 사회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양극단만이 존재하는 사회에 그들을 위한 갱생의 기회는 없는 거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듯 벌어지는 몇몇 사건들을 거치며 각각이 극적으로 강화되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과연 갱생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애초에 대체 갱생이란 무엇일까.

책은 몇몇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를 위해 등장인물들의 비행을 적당한 선에 걸치게 설정하기도 했다. 딱 잘라 마냥 비난할 수도, 그렇다고 비호할 수도 없는 살짝 회색에 걸친 아이들의 방황과 선택은 그래서 더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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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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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유시(高野 結史)’의 ‘기암관의 살인(奇岩館の殺人)’은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추리 게임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사토’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사건이 그의 입장에서 기술되며, 독자들이 따라가며 이입하게 만드는 캐릭터 역시 이 인물이다. 그가 처하게 된 독특한 상황, 어쩌면 최악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르는 일을 최약자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는 그의 몸부림은 은근히 독자를 긴장시키며 또 응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또한 그의 미스터리 마니아적인 측면과 그를 통해 펼쳐내는 꽤나 전통 탐정스런 면모가 섞이면서 이 소설을 훌륭한 한편의 미스터리로 즐길 수 있게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 이 소설은 또한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도서(倒置 敍述) 미스터리의 일종이기도 하다. 탐정이 아닌 범인의 입장에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상세히 보여주고, 과연 탐정은 그걸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밝혀낼 것인가를 보는 것은 범죄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소위 본격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거기에 이 소설은 한 가지 더 재미 요소가 있다. 바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일상이 아니라 작위적으로 꾸며진 무대라는 거다. 물론 일본식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미스터리에서 범인이 그런 상황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맞지만, 여기에서는 애초에 장소부터 인물까지 모든 것이 다 허구라는 점이 다르다. 일종의 역할극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거기에 실제 살인이 덧붙여져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소설은 이 세 가지가 정말 잘 조합되어 있다. 심지어 설정과 초반 전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물론 마무리를 짓는 방법까지 모두 훌륭해서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절로 감탄이 나오게 한다.

이게 겨우 나온 작가의 첫 한국 출판작인가. 다른 작품도 보고 싶은데 심히 아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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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묘탐정
정루이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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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묘탐정’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사라진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의 이야기는 두가지 면에서 흥미를 끈다.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같이하며 인간의 애완동물이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집사로 채택하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는 매력적인 고양이를 다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사라진 고양이를 어떤 식으로 찾을까 고양이 탐정의 면면과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반은 그런 첫 느낌에서 가졌던 기대를 조금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그런 것에서 거리가 크게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딱히 낚시질에 당한것이거나 그런 건 아니다. 애초부터 이 소설은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면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이야기’라거나, ‘고양이가 우주와 교신’한다거나 하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큰 것은 일상 탐정물에서 고양이 판타지로 넘어가는 것이 꽤나 순간적인데다 그렇게 되었을 때의 주인공의 반응이나 순응속도 같은 것도 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따라가지 못하고 ‘어?’하는 걸림이 생긴다.

두가지는 어떻게 보면 잘 섞이지 못할 것이기도 했다. 각각이 위치한 자리가 너무 다른데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사실상 잡아먹을 수 있는 구도다보니 한번 그런 이야기가 된 이후로는 다른 한쪽의 의미와 가치가 좀 퇴색되어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재미있게 그리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는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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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데이비드 켑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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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켑(David Koepp)’의 ‘오로라(Aurora)’는 오로라를 소재로 한 일종의 재난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로라를 어떤 낭만적인 무언가로 인지하고있는 경우가 많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화려하게 수놓아진 하늘과 그 색 등이 묘하게 자연의 위대한, 경외감 같은 것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로라는 사실 그렇게 낭만적인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대단히 위험한 재해의 징조라고 할 수 있다. 그게 맨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선명하다면, 극소수의 일부 특정 지역이 아닌 광범위한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을 정도라면 더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오로라는 태양 폭풍이 지구 자기장에 간섭하면서 변형된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 외부 우주의 여러 영향으로부터 지구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켜주는 일종의 보호막같은 것이다. 오로라는 말하자면 그 보호막이 벗겨졌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거대한 우주적 재해의 전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오로라는 가능한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을수록, 또 맨눈으로는 쉽게 분간할 수 없을수록 좋은 것이다.

소위 ‘캐링턴 사건’ 때부터 본격적으로 지각하기 시작한 태양 플레어와 지자기 폭풍 문제는 이 후에서 몇차례 통신 장애나 정전, 변압기 폭발같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반드시 대처해야 할 문제임을 실감하게도 했다.

왜냐하면, 현재 문명은 대부분 지자기 폭풍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전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거대한 태양 흑점 폭발이 강력한 태양 폭풍을 만들고 그게 전세계적인 지자기 폭풍을 일으키는 사태로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다시 원래의 문명을 복원할 수 있을까. 그건 과연 얼마나 걸릴까. 그동안 인간은 과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전기 문명으로 돌아가는 사회와 그것에 길들여져버린 인간들은 과연 어떻게 변질될까.

꽤 흥미로운 소재를 이야기로 잘 발전시킨 것 같다. 다만 문명을 일시정지 시킨다는 것 외에 오로라가 특별하게 작용하거나 하는 판타지는 아니라 우주적인 스케일에 비하면 조금 소소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갑작스런 문명의 상실과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은 이미 많이 다뤄졌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그것을 많이 떠올리게도 한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좀비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위협물(몬스터)를 등장시켰지만 결국엔 그 상황에서 지지고 볶고 타락하고 그럼에도 희망을 찾는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이 소설 역시도 그렇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을 좋아한다면 무난하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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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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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Scent Island)’는 향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 중요해지게 된 이유, 그 상황에서 대두하게 된 거대기업, 그리고 그에 종속되다시피 한 사회 같은 것 등 좀 익숙한 사이버펑크의 냄새가 나는 배경 설정은 생각보다 잘 잡은 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판타지 같다고 할만한 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하거나 이상하게 튀어 보이지 않는다.

회사와 회사를 세우고 성장시킨 회장에게 동경 같은 마음을 갖기도 하고, 또 회사가 두각을 나타낸다고 할까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이루 싶은 꿈 때문에 입사의 기회를 잡기 위해 모인 소년 소녀들의 분투를 그린 점도 나쁘지 않다.

물론, 일종의 입사 테스트 즉 면접 같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활동들을 시키는 것은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만큼 회사의 힘과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배경이 그걸 어느 정도 무마해 주며, 마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 그려낸 테스트 과정도 장면 자체는 꽤 흥미롭고 볼만하게 그려졌다.

이런 여러 장점이 이 소설을 끝까지 기대하며 보게 만든다.

다만, 이야기의 구성은 개인적으로 쫌 싫어하는 부류라서 결론적으로는 좋게 평하기 어렵다. 나쁘게 말하면 중도 하차, 좋게 말해도 용두사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시리즈물로 기획된 것이라면 후속작에 따라 평이 바뀔 수 있겠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권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방법과 그 전달 방식은 미숙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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