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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진짜 목격담 ㅣ 라면소설 1
김혜진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평점 :
‘가짜 진짜 목격담’은 작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라면소설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시리즈의 컨셉이 재미있다. 일단 ‘만약’에서 시작하는 작은 아이디어, 상황이 흥미롭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 어떤 결론에 다다를지도 궁금하게 한다.
소설은 거짓말, 그 중에서도 소위 ‘하얀 거짓말’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거짓말은 사실과는 좀 다르지만 딱히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또 그런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일종의 미담이다.
교지 편집부인 주인공 ‘재영’은 자신의 글솜씨를 살려 자신이 봤던 단순한 일상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각색해서 그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며 약간의 보람도 느낀다. 그게 일종의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늘 목격자로서 한발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 날 예전에 올렸던 가짜 미담이 문제가 되면서 복잡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SNS가 당연하고 거기서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현대에 참 잘 어울리는 이야기다. 미담을 만들어 올린다는 것은, 현실에선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음해하는 일이 훨씬 많다는 걸 생각하면 묘하게 씁쓸하다. 실제 목격담을 기반으로 했기에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라는 게 재영에게 동정의 여지를 주기도 하나 오히려 그것 때문에 현실에서 떼어낼 수 없는 문젯거리가 된다는 것이나, 그런 걸 시작한 계기같은 것도 좀 그렇다.
기본적으로 거짓과 선의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지만, 여럿이 가진 사연과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도 해서 소설은 꽤 진중하게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소설은 시리즈 이름을 왜 ‘라면 소설’이라고 붙였냐 하는 것처럼 라면 먹듯 후루룩하고 금세 읽을 수 있을만큼 짧고 가볍지만, 그렇다고 작은 상상력 하나에만 매달리지도 않고 읽고나면 언제 읽었냐는 듯 쉽게 잊혀져버릴만큼 마냥 가볍지도 않게 잘 쓴 것 같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