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오랑 라면소설 2
하유지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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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오랑’은 라면소설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라면 소설다운, 작고 가벼운 상상이다.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았던 방식의 이야기를, 고양이와 사람간에 일어나는 이야기로 딱히 엄청난 사건이나 굴곡없이 그려냈기 때문에 이 소설은 일종의 고양이 판타지이면서 잔잔한 일상물 같기도 하다.

고양이, 그 중에서도 길고양이를 소재로 하고 그것을 꽤나 잘 그리고 있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길고양이 문제나 유기묘 문제도 다루게 된다. 현대 도시 길고양이의 뭐랄까 정체성같은 특징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람고양이 ‘오랑’이가 된 원래의 사람이 가진 사연같은 것도 있어서 간혹 이야기가 좀 무거운 심리적인 중량감을 느끼게 할 때도 있다만, 그것들은 거의 살짝 내비치며 한번 짐작해보게 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큰 줄기는 어디까지나 고양이가 된 사람과 사람이 된 고양이가 각자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한편 다시금 돌아가려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돌아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야기가 적당선에서 소소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책의 두께만큼이나 가볍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만, 사람 문제와 고양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화두를 여럿 담고있기 때문에 꽤나 묵직한 생각할 거리를 전해받은 느낌도 들게 한다.

다만 그것을 던져주기만 할 뿐 깊게 들어가지는 않고, 심지어 그건 주인공이 오랑과 ‘오시아’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여서 뭔가 완결성이 좀 약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의 이후를 그냥 내버려두고 엔딩으로 치달은 것 같아 더 그렇다.

그러나, 이 열린결말은 그렇게까지 완전 확 열려있는 것은 아니라 결국 그들이 어떤 결론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둘 다 별로 상관 없을 것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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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먀콘 프로젝트 -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우수상
허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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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먀콘 프로젝트’는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소설은 기후변화로 멸망으로 향해가는 미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그게 인간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를 거의 사실로 예측하고있는 것들과 강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들을 섞어서 그려냄으로써 꽤 현실성이 있으면서도 암울한 분위기를 잘 그려냈다. 멸망을 향해간다는 것이 다분히 소설을 아포칼립스스럽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도 꽤 나쁘지 않게 그린 편이다. 특히 그런 와중에도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든가, 그를 위해 어이없는 합리화 주장을 내세워 여론을 호도한다든가 하는 것 등은 이제까지의 행태를 돌아보게도 하면서 정말로 그럴 것 같아 더욱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그런 때에 마치 묵시록의 예언처럼 이야기되는 문구, 갑자기 벌어지는 연쇄 살인, 그리고 거기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는 하나의 액션영화처럼 그려냈다.

그러면서 다소 뻔하지만 현실적이기도 한 메시지를 진지하게 던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앞서 얘기한 종말스러운 분위기가 좀 더 강조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좀 부족하다. 열심히 만든 조각품이긴 한데, 좀 덜 깍은 느낌이랄까.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나 설정이나 묘사가 의아하여 고개를 갸웃하며 걸리게 만드는 것들이 있어서 그렇다. 급하게 정리하듯이 끝나버리는 마지막도 여운을 남기기보단 끊긴 느낌을 준다.

전문 지식을 살린 소재나 배경 설정에 비해 캐릭터 묘사와 이야기 전개는 좀 아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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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진짜 목격담 라면소설 1
김혜진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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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진짜 목격담’은 작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라면소설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시리즈의 컨셉이 재미있다. 일단 ‘만약’에서 시작하는 작은 아이디어, 상황이 흥미롭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 어떤 결론에 다다를지도 궁금하게 한다.

소설은 거짓말, 그 중에서도 소위 ‘하얀 거짓말’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거짓말은 사실과는 좀 다르지만 딱히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또 그런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일종의 미담이다.

교지 편집부인 주인공 ‘재영’은 자신의 글솜씨를 살려 자신이 봤던 단순한 일상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각색해서 그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며 약간의 보람도 느낀다. 그게 일종의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늘 목격자로서 한발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 날 예전에 올렸던 가짜 미담이 문제가 되면서 복잡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SNS가 당연하고 거기서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현대에 참 잘 어울리는 이야기다. 미담을 만들어 올린다는 것은, 현실에선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음해하는 일이 훨씬 많다는 걸 생각하면 묘하게 씁쓸하다. 실제 목격담을 기반으로 했기에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라는 게 재영에게 동정의 여지를 주기도 하나 오히려 그것 때문에 현실에서 떼어낼 수 없는 문젯거리가 된다는 것이나, 그런 걸 시작한 계기같은 것도 좀 그렇다.

기본적으로 거짓과 선의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지만, 여럿이 가진 사연과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도 해서 소설은 꽤 진중하게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소설은 시리즈 이름을 왜 ‘라면 소설’이라고 붙였냐 하는 것처럼 라면 먹듯 후루룩하고 금세 읽을 수 있을만큼 짧고 가볍지만, 그렇다고 작은 상상력 하나에만 매달리지도 않고 읽고나면 언제 읽었냐는 듯 쉽게 잊혀져버릴만큼 마냥 가볍지도 않게 잘 쓴 것 같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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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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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Elisabeth Sanxay Holding)’의 ‘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The Death Wish)’는 꽤 볼만한 심리 서스펜스 미스터리 소설이다.

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탐정역이 등장해서 사건을 파헤쳐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는 이 소설은 일종의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위 본격 추리물이라고 하는 것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데, 그건 소설이 사건과 그 범인, 그리고 살인의 방법을 찾아가는 퍼즐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연관된 사람들을 그리는 것에도 힘을 쓰고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에 대해 갖고있는 시기와 질투, 의심과 불만, 그리고 살의 같은 것이 그렇다. 이 요소는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뜬금없게 느껴질 때도 있긴 하다. 다소 극단적이어 보이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설은 두 쌍의 부부에게 벌어진 일을 보여주는 볼만한 드라마이기는 해도 그렇게까지 쉽게 몰입하고 깊게 공감할 수는 없는 정도의 것으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의외로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서 감안할만 하기도 하다. 이 소설이 1934년 작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게다가 그것이 여러 일들과 생각이 꼬이고 쌓이면서 그들을 결국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이 되기에 썩 나쁘지는 않다.

대사가 좀 비현실적이라고 해야할까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는 것이 종종 몰입을 깬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는데, 이것 역시 옛날 작품이라서 있는 어쩔 수 없는 특징인 듯하다. 시대극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그래도 넘어갈 만하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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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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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베르펠(Franz Werfel)’의 ‘베르나데트의 노래(The Song of Bernadette; Das Lied von Bernadette)’는 베르나데트의 생애를 그린 소설이다.

성녀 ‘베르나데트 수비루(Bernadette Soubirous)’의 생에는 사실상 ‘루르드의 성모(Notre Dame de Lourdes)’ 발현 사건과 동등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4세의 상당히 어렸던 나이에 사건을 마주하고나서, 그 이후 그에 대한 믿음을 갖진채 수녀로서 살았으며, 향년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후에는 (아마도 이 일을 계기로) 시성(諡聖)되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런 그녀의 생애를 꽤 면밀하게 담았다. 그녀가 성모 발현을 목격한 것이나 그 경우, 그리고 그것이 알려지면서 벌어지는 일, 특히 그녀를 의심하고 핍박하던 당시의 분위기 같은 것도 잘 그려냈다.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목격한 것도 아니고 딱히 그녀의 말을 증명할만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듯, 당시에도 얼마나 많은 거짓말쟁이 사이비 등이 있었겠나. 그를 경계하는 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히 다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과연 믿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 말이다. 나의 믿음은 그 자체로 당연한 것이지만 너의 믿음엔 증거가 있어야만 한다고 한다면, 같은 이유로 그들이 어찌 감히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증거없는 신의 존재와 믿음을 전도를 할 수 있겠나. 이런 종교적인 모순은 의외의 생각거리를 준다.

그녀가 겪은 일들은 후에 그녀가 성녀가 된 것을 생각하면 마치 거듭남을 위한 일종의 시련인 것처럼도 느껴진다. 그래서 소설은 일종의 종교적 간증물로도 보인다.

소설은 또한 일반적인 전기물같기도 한데, 작가가 사건과 등장인물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제삼자적인 입장으로 기술한 것이 이야기를 객곽적으로 보이게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단히 종교적인 이야기인데도 비종교인 역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역사 드라마 또는 인간 드라마로 느끼게 한다.

소설은 1943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아카데미 등에서 여러 상을 휩쓸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니 영화도 접해보면 좋을 듯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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