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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평점 :
‘미쓰다 신조(三津田 信三)’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歩く亡者 怪民研に於ける記録と推理)’는 오싹하고도 유쾌한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이다.
조합을 참 잘 짰다. 오컬트와 민속학은 그 자체로도 찰떡궁합인 소재다. 물론, 민속학과 미스터리도 조금은 그렇다. 하지만, 오컬트와 미스터리에는 좀 간극이 있는데, 그걸 서로 조금씩 관련이 있는 소재들로 다리를 놓음으로써 그쪽에서 이쪽, 다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는 다리를 만들고 실제로 그게 크게 이상하지 않게 옮겨가도록 이야기를 짠 것도 훌륭하다.
조금 과한 칭찬으로 시작한 것 같은데, 쫌 냉정하게 본다면 구도가 다소 뻔하고 심지어 그게 똑같이 반복되는, 그렇기에 어찌보면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흔한 시리즈형 옴니버스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만, 미지로인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민속학이 곁들여진 오컬트와 인간에 의한 사건에 초점을 맞춘 본격 추리 각각의 완성도도 꽤나 괜찮고, 그 전환 역시 괜찮게 해냈기 때문에 꽤나 기획도 좋고 그걸 이뤄낸 완성도도 꽤나 좋다.
물론, 호러를 겸한 미스터리물로서는 물론 시대를 건너뜀으로써 주인공들이 직접적으로 사건을 마딱뜨리지는 않는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하다는 단점도 있고, ‘허구추리’로 대표되는 상황을 적당히 설명해주는 납득할만한 거짓말을 만들어낸다는 식의 마무리도 이제는 다소 식상한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판타지와 결합하여 말 그대로 없는걸 얘기하던 ‘허구추리’와는 달리 정말로 있을법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은근히 과거의 괴담들을 그런 식으로 되돌아 보게 한다는 점도 그렇고, 사연자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하면서도 주요 캐릭터들 역시 개성있고 매력있게 그려내서 꽤나 보는 맛이 있다.
증언을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솜씨도 좋아서, 본격 추리 특히 그 중에서도 소위 ‘안락의자 탐정’이라 하는 부류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컨셉과 캐릭터가 괜찮았기에 더욱 마무리가 아쉽게 느껴지는데, 과연 후속작으로 시리즈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