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북 Wow 그래픽노블
레미 라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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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 라이(Remy Lai)’의 ‘고스트 북(Ghost Book)’은 귀신을 보는 소녀와 남자아이 귀신의 모험을 그린 만화다.

소재를 정말 잘 담아냈다.

서양에서는 귀신이라 하면 좀 호러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일종의 무차별 살인마나 재해의 일종처럼 다뤄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아마 인간과 귀신, 신이 연결되며 세계관이나 윤회사상 같은 것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에 비해 동양에서 귀신은 좀 무섭기도 하지만 또한 측은한 존재로도 여긴다. 왜냐하면 귀신은 애초에 사람에서 비롯한 것인 데다 그 사람의 기억과 감정 등을 모두 간직한 그 사람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영혼의 발현으로 보는 데다, 무엇보다 정상적으로 귀천하지 못해 현세에 남겨진 다시 말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는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이 꽤나 다른 동양적 귀신의 개념을 정말 잘 그려냈다. 저승사자라거나 생사부, 그런 것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오류나 우회로 같은 고전 이야기에서도 많이 다뤘던 요소도 제대로 사용했다.

이야기의 시작과 그로 인해 생겨난 갈등, 그리고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까지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성도도 상당히 좋다.

귀신과 저승 등 다른 세계를 그린 것도 매력 있고 흥미로워서 빠져들어 보게 한다.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 같다는 것도 그렇고 귀엽게 재해석해 그린 귀신이나 또 다른 세계로 가 모험을 한다는 것 등은 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야기는 음력 7월에 저승문이 열려 죽은 사람들이 이승에 방문한다는 중국의 중원절(中元節) 또는 귀절(鬼節)을 주요 소재로 저승의 존재들을 적당히 등장시켜 버무려낸 것인데 꼭 그런 중국 문화를 모르더라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이야기 전개도 무난하고 한국인은 비슷한 문화도 있기 때문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중국 문화를 소재로 했기에 중국 출신인가 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나고 싱가포르에서 자라 호주에서 사는 작가라니 조금은 놀랐다. 동양 출신이지 않을까 할 만큼 소재 사용이나 이야기가 무리 없고 괜찮았어서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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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나자
심필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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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나자’는 복수와 타임리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좀 익숙한 느낌이 든다. 마치 과거 느와르 영화 같다는 데자뷔를 느끼게 하거나 그런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새김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것은 꽤 비슷한 기본 설정이나 캐릭터, 이야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성도 그렇고, 그들의 소위 밑바닥 인생에서 구르다가 결국 뒷세계에 빠져들게 된다는, 말하자면 조폭이란 테마의 인생사, 그것과 서로를 속이고 이용해 먹으며 종국엔 배신을 하는 등 인간의 부정적인 부분에 집중한 이야기와의 조합은 한때 이상하게 인기를 끌며 우후죽순 뱉어져 나왔던 조폭미화물이나 느와르를 많이 떠올리게 한다.

그로인해 생기는 장단점은 분명하다. 장점은 과거 그런 이야기들이 그랬던 것처럼 묘하게 끌리기도 하고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궁금하게 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당연히 낯익기에 좀 뻔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이런류를 많이 접했던 사람이라면 살짝 피로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만큼 거기에 의외의 설정을 더하고 그를 통해 이야기가 뜻밖의 방향성을 갖게 한 것은 나쁘지 않다. 중간에 이야기를 한번 환기해 주며 너무 뻔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만, 그게 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충분히 밑밥을 깔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기보다는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는 것에 가까워서 이게 뭐지? 하는 의문을 남기며, 이야기를 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려는 이야기나 결말 같은 것도 다소 그렇다.

이야기도 딱히 속 시원하게 보여주거나 하는 게 아니라서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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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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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三津田 信三)’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歩く亡者 怪民研に於ける記録と推理)’는 오싹하고도 유쾌한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이다.


조합을 참 잘 짰다. 오컬트와 민속학은 그 자체로도 찰떡궁합인 소재다. 물론, 민속학과 미스터리도 조금은 그렇다. 하지만, 오컬트와 미스터리에는 좀 간극이 있는데, 그걸 서로 조금씩 관련이 있는 소재들로 다리를 놓음으로써 그쪽에서 이쪽, 다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는 다리를 만들고 실제로 그게 크게 이상하지 않게 옮겨가도록 이야기를 짠 것도 훌륭하다.

조금 과한 칭찬으로 시작한 것 같은데, 쫌 냉정하게 본다면 구도가 다소 뻔하고 심지어 그게 똑같이 반복되는, 그렇기에 어찌보면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흔한 시리즈형 옴니버스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만, 미지로인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민속학이 곁들여진 오컬트와 인간에 의한 사건에 초점을 맞춘 본격 추리 각각의 완성도도 꽤나 괜찮고, 그 전환 역시 괜찮게 해냈기 때문에 꽤나 기획도 좋고 그걸 이뤄낸 완성도도 꽤나 좋다.

물론, 호러를 겸한 미스터리물로서는 물론 시대를 건너뜀으로써 주인공들이 직접적으로 사건을 마딱뜨리지는 않는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하다는 단점도 있고, ‘허구추리’로 대표되는 상황을 적당히 설명해주는 납득할만한 거짓말을 만들어낸다는 식의 마무리도 이제는 다소 식상한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판타지와 결합하여 말 그대로 없는걸 얘기하던 ‘허구추리’와는 달리 정말로 있을법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은근히 과거의 괴담들을 그런 식으로 되돌아 보게 한다는 점도 그렇고, 사연자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하면서도 주요 캐릭터들 역시 개성있고 매력있게 그려내서 꽤나 보는 맛이 있다.

증언을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솜씨도 좋아서, 본격 추리 특히 그 중에서도 소위 ‘안락의자 탐정’이라 하는 부류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컨셉과 캐릭터가 괜찮았기에 더욱 마무리가 아쉽게 느껴지는데, 과연 후속작으로 시리즈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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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러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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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Walter Tevis)’의 ‘허슬러(The Hustler)’는 한 당구 도박꾼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당구로도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게 꽤나 대단하다. 이 소설이 기술과 경기, 그걸 하나씩 이겨나가는 왕도적인 스포츠물이 아니라 당구를 이용한 상금 따먹기, 그러니까 내기 도박을 그린 것이라서 더 그렇다.

심지어 그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본격적인 원정을 떠나는 이야기는 당구가 그렇게 대중적이지도 않고 그런 경기가 행해지지도 않는 한국인들에게는 어쩌면 좀 낯선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당구에 대한 묘사도 나쁘지도 않고, 단지 경기나 그를 대비한 실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 그리고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인물 등과의 관계 등에 더 중심을 맞춘 것 같기도 하기에 당구 도박이나 당구에대해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드라마로서 충분히 볼만하다.

주인공은 마치 치기어린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어리숙한 젊은이 그 자체같다. 그런 그가 실패하기도 하면서 한 사람의 당구 허슬러로 성장해나가는데, 그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 드라마가 썩 나쁘지 않다. 그가 당구인으로서 또 인간으로 한 선택과 그 결과는 엄청 극적이거나 하지는 나름 매력있다.

물론, 이야기가 매끄럽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문화 차이랄까 시대 차이랄까가 있어서 그런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고, 모든 이야기를 깔끔하게 완결짓지 않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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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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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Walter Tevis)’의 ‘모킹버드(Mockingbird)’는 로봇이 관리하는 미래세계를 그린 소설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이 살짝 달라질 것도 같다. 그건 아마도 이 소설이 무려 40여년 전인 1980년에 나온 것이기 때문일거다. 그래서 소설의 배경 설정이나 인물상 등은 다른 작품을 연상케 하는 등 꽤 익숙한 느낌을 풍긴다. 적어도 개별 요소 요소는 그렇고, 이야기의 주요 전개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렇다고 그저 이미 보았던 설정과 장면들의 반복적으로 쓰여 지금에와서는 식상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전의 SF에서도 영향을 받고, 어쩌면 이후의 SF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이 소설의 소재 조합과 이야기는 꽤나 매력이 있다.

어쩌면 지금 시대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그리고있는 미래 사회와 그것이 안고있는 문제, 그리고 그게 가능하도록 만든 기술과 사회의 흐름은 현대에도 꽤나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생각보다 흥미롭고, 가능성있는 공감할만한 미래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 안에서 자신을 찾거나 최종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일들도 꽤 괜찮게 그렸다. 그것 때문에 서로 부닥치기도 하고, 어찌보면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해소가 되는 것도 납득할만하게 그려져서 잘 따라갈 수 있다.

과연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까.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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