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떨어진 남자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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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Walter Tevis)’의 ‘지구에 떨어진 남자(The Man Who Fell to Earth)’는 지구를 살아가는 한 외계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SF란 전혀 뛰어난 혹은 획기적인 과학적 상상력만이 빛을 발하게 해주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정말로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무려 1963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시대상은 가득 담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화 ‘왓치맨’처럼 뜻밖의 과학적 성취를 이루게 된 인간이 그 힘을 결국엔 주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그렇기에 최종적으로는 핵전쟁, 아포칼립스로 이어지는 종의 종말, 더 나아가서는 행성의 종말에까지 으르르게 될 것이라는 실로 암울한 비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기는, 솔직히 지금 세대에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저 세상의 이야기이긴 하다만, 그래도 문학이나 영화 등의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세계의 참혹함에 대한 교훈 자체는 그래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이 무엇을 경계하고 경고하는 것인지도 대부분 뚜렷하게 알지 않을까 싶다.

소설 자체는 지금으로선 다소 뻔한 설정과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것같기도 하지만, 그 연결이 좋아서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구보다 훨씬 뛰어난 문명을 이룬 외계인이라는 것이나 그가 그 지식을 활용해 일종의 업적을 이루는 것, 그리고 그게 지구인들에게 가져다 줄 공포같은 것이나 어리석음이 쌓여서 초래하게 될 결과까지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이 굉장히 잘 짜여져있다. 천체 이벤트같은 과학적인 요소 역시 적절히 잘 사용했다.

화제에 올랐다고 해서 갑자기 쏟아낸 것 같은 최신의 어설픈 현대의 것보다 실로 소설적 완성도와 여운이 훨씬 있는 잘 만들어진 SF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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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 캡틴 미운오리 그림동화 16
마츠 노부히사 지음, 가노 가린 그림,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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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 노부히사(小松 申尚)’ 글, ‘가노 가린(かのう かりん)’ 그림의 ‘도둑고양이 캡틴(どろぼうねこのおやぶんさん)’은 캡틴이라고 불리는 고양이의 활약을 그린 그림책이다.




이 고양이, 심상치가 않다. 느긋하게 걸어으며 시장바닥을 누비는가하면, 당당하게 생선가게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생선을 얻어 먹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둑고양이이면서도 무슨 지역 유지처럼 구는 이 태도가 꽤나 색다르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하늘에서 꽁치가 떨어진다는 꽁치비 예보를 듣고 그것 때문에 생선가게가 망할까봐 걱정하는, 평소 신세를 지던 생선가게 아저씨를 위해서 발벗고 나서 말 그대로 ‘캡틴’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동화적 상상력을 잘 보여준다.

아마 일본인이라면 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보일 것 같다. 어려울 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고 한다는 말도 있고, 이야기 속 캡틴은 원문에선 ‘오야붕’, 그러니까 소위 ‘두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장을 여유롭게 누비는 것이나, 장사치와 모종의 관계를 보이는 것, 상권 보호를 위해 나서는 것, 그의 한마디에 떼로 움직이는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 등이 다 그런 캐릭터성을 동화적으로 그려낸 것이란 거다.

한국어판은 부정적인 이미지만 강해서인지 오야붕을 캡틴으로 바꿨고, 그래서 그런 점이 좀 흐려지기는 했다만 대신 길고양이와 상인들간의 정이라든가 보은을 하는 모습 같은 것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건 또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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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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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종말 탈출기’는 종말을 맞이한 한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 구성이 꽤나 전형적이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에 잘 맞는 구성을 잘 채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도 어떻게 보면 좀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소위 가족주의, 신파스런 요소들을 가지고 다소 뻔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칫 식상하고 지겨우며, 그런 소비를 많이 겪은 현대인들에겐 감정적으로 지치고 꺼리게 만들기 쉬웠다.

그런 점에서, 그런 가족 이야기를 흔하게 늘어놓기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낸 것이 꽤 좋았다. 화자를 다른 가족들을 지켜보는 8세 어린아이로 삼음으로써 뻔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착각물과 같은 재미를 주면서 전체적으로 조금은 가벼운 코미디물의 느낌이 들게 해서다. 이것이 이 소설을 신파의 가장 큰 부정적인 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적 소모로 이어지지 않게 방어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대신 이것은 이야기 중간중간 계속되는 회상신이 있게 한다는 단점도 만들어낸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는 것은 현대의 사회와 개인들의 문제를 짚기도 하면서 독자가 누군가 공감할 만한 사람을 찾기 쉽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이입 요소를 갖게 한다는 거다.

다만, 어떻게 한 가족의 구성원이 저렇게까지 짜여질 수 있는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설 자체도 현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치고는 꽤 판타지적이긴 하다. 그래도 그것이 이야기와 어울리고, 흥미롭게 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해서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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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이산화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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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는 다양한 SF적 상상력을 담은 소설집이다.

SF는 굉장히 상상력을 요하는 작품 장르다. 그래서 어떤 세계든 얼마든지 창조해낼 수 있는 자유로움도 있는 반면, 선을 잘못 어긋나면 불쾌함을 유발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만큼 그럴듯함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SF는 반드시 이야기의 기반을 먼저 철저히 다져 배경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하며, 그것으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이건 장편에서는 당연하고, 단편에서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부는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흥미롭거나 공감가거나 하기보다는 의구심이 들고 이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묘하게 특정 성향을 내비치는 것 같아 괜히 불만스럽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작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 전개를 잘 해낸 것도 있다. 소설이 보여주는 해법은 어찌보면 꽤나 단순하고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이야기가 괜찮게 마무리 지어졌다고 느끼게 한다.

이야기를 얼마나 살려주는 역할을 했는지는 차치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던지며 진짠지 의심하게 만들고 찾아보면 진짜라는 걸 알게되어 그 의외성에 놀라게 하는 것 같은 소소한 장치도 나쁘지 않다.

짧아도 소재의 특이성이나 의외성을 살린 한방이 있는 작품은 나름 단편의 맛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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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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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설계자’는 인공 지옥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나름 흥미로운 소설이다. 가상세계를 이용해 특정한 성격, 테마를 가진 세계를 창조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는 점은 딱히 새롭거나 할 것도 없으며 그것은 심지어 그게 지옥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만, 거기에 얽혀있는 인간들의 이야기와 드라마가 있기에 꽤 동하게 하는 점이 있다.

그런점에서 생각해볼만한 거리이면서 자극적이기도 한 소재들을 사용한 것은 꽤 적절했다. 그것이 과연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그 결말은 어떻게 나게 될지를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상의 지옥 ‘지옥 서버’의 모습도 꽤 볼만했다. 지옥 수감자들에게 행해지는 형벌도 은근히 공감점이 있는 것이라서 지옥스러움을 느끼게 했고, 모종의 목적을 위해 지옥을 가로지르는 모험같은 전개도 썩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제와 결말 부분은 아쉬움이 컸다.

소설에서와 같은 이야기가 그럴듯하고 공감가며 몰입감이 있으려면 먼저 ‘자아 뉴런’이라는 것이 단지 인간의 일부를 담은 재현품에 불과한 게 아니라 생전의 인격에서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진 일종의 인간과 동등하다는 걸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가장 중요한 것을 생략했기 때문에 단지 데이타로 장난치는 것이 어째서 형벌이고 산 사람에게 두려움까지 줄 수 있는 진짜 지옥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작이 있는 소설이라는데, 전작을 봤다면 달랐을까.

결말도 다소 뜬금없다. 많은 일들을 겪으며 거기까지 도달해서는 내리는 결론이 그거야? 등장인물들의 사고와 행동이 어떤 흐름으로 돌아간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결말이 중간 중간의 이상한 점이나 누락된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란 점도 부정적이다. 그것 자체는 그렇게 큰 일이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넘어갈 수도 있다. 정말로 별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걸 중요한 계기나 장치로 사용한다면 그럴 수 없다. 볼 때는 일단 넘어가자 했던 것들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역시 문제였다고 느끼게 된다.

흥미로운 면도 있고, 이야기의 재미도 없지는 않으며, 모험극처럼 펼쳐지는 장면 묘사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이야기와 그걸 엮어주는 장치 등이 좀 더 정리되었으면 좋았겠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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