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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신비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조규홍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2월
평점 :
죽음을 경험해 본적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중학생때 졸음운전 차에 치어 온가족이 병원신세를 지냈던 적이 있었다.
운전자였던 엄마는 1년 가까이 누워 지내다가, 침대에 내려와 안전바를 잡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은 그 사고로 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그때 처음, '죽음'을 느꼈던 것 같다. 운전대를 붙잡고 놓치 않던 엄마는 순간 기절해 계셨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엄마가 돌아가신 모습 같았다. 그 잔상이 있어서 일까, 나는 죽음이 매우 무섭다.
5년 전 5중 추돌을 겪었다. 우리차는 3번째에 위치해 있었고 뒤 차가 연달아 박은 바람에 차의 후미는 아예 갈려버렸다. 그 이후에 트라우마가 생겨 차를 탈때면 약을 먹었어야 했고 상담을 받았어야 했다. 지금도 장거리를 갈 때에는 엄청난 준비를 필요할 만큼 사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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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면, 아무 빛이 들어오지 않은 캄캄한 방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고, 빛도 없고, 사방이 막혀있는 아주 어두컴컴한 방 말이다. 그리고 외롭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섭다.
죽음은 무섭다. 혼자 남겨져 있어 무섭고, 어떻게 죽을지 몰라 무섭다. 그렇다고 해서 늘상 살면서 죽을까봐 덜덜 떨진 않는다.
나는 죽음이 무서운 사람이다. 죽고 싶지 않다. 아직 더 살고 싶다. 얼마 전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신 성당 할머니가 계셨다. 그 할머니께서는 얼른 육신을 벗어서 주님의 곁으로 가고 싶어 하셨다. 이 고통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셨다. 할머니의 죽음에 성당 자매님들께서는, 할머니께서 평안해 지셨을거라고 했다. 원하시는대로 하느님을 뵈었으니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하며 말이다.
죽음은, '자기 삶만이 아니라 자기 죽음 또한 하느님 안에서 그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는 평화이며, 모든 의미는 하느님 안에 놓여 있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주님의 계획 안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삶과 죽음 또한 모든 것이 주님 손 안에 있다.
더불어 죽음은 주님께서 내릴 수 있는 '형벌' 이다. 하지만 '속죄의 차원에서 일정 기간 감당해야 할 형벌이 아니라, 새롭게 정진해야 할 삶을 알리는 외침이요, 사라져 버리는 시간 속에서 신비로운 영원의 세계가 놀랍게도 그 손을 뻗는 순간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 죽음이 무섭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죽음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가령, 죽음은 '영원한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원한 삶 안에서는 모든 것이 화해한다.'
이전에 읽었던 기도와 관련된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하느님과의 우정을 잘 쌓아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더라도 우리를 하느님의 나라로 이끄시는 주님의 사랑안에 있다.
그렇기에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아닐까.
네이버 웹툰 명작 중에 '죽음에 관하여' 라는 웹툰이 있다. 사람이 죽은 후 환생의 길을 걸으며 지나온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짧은 웹툰인데, 그 길을 인도하는 인도자가 이런 말을 한다.
'죽음은 그리 멀지 않아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그냥 있는거지, 곁에.
두려울수 있어
생각조차 하기 싫을수도 있지
그치만 죽음에 대해서 알아야 할건 현실이라는 거야
부정적,긍정적을 떠나 그냥 있다는 사실 말야
항상 곁에 있어
기다리거나 쫓지도 않지
말그대로 그냥 있어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분명히 후회해.
죽음은 나와 상관없다고.
먼 미래니까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하는거지.
후회하지 않으려면 알고 있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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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죽음은 두려움과 끝이 아니라,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며 은총이 열리는 '신비' 임을 배우는 소중한 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