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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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추천으로 읽어야지 맘속으로 벼르기만 하다가 이제서야 읽게 된 책이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 <면장선거>인데 거기서는 별 느낌이 없었다. 이 황당한 캐릭터는 뭐지?하는 정도의 느낌밖에는. 그런데 역시 이 작품을 읽었다면 조금 다르게 느꼈으리라.

 요즘은 거의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읽고 있다. 해서 몇쇄를 찍었는지 확인하곤 한다. 이책은 무려 1판 132쇄 발행 2009년 6월17일이다. 1판 1쇄발행 2005년 1월 15일 인걸 보면 4년 5개월 동안 엄청난 책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온 셈이다.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인지 새삼 알게 됐다.

 작품의 배경은 이라부 종합병원 그 중에서도 어두컴컴한 지하구치소, 약품냄새가 코를 찌르는, 시큼한 쉰내가 나는 복도 끝에 위치한 신경과. 같은 공간임에도 환자들이 갖고 있는 강박증상에 따라 각각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이라부는 몹시 뚱뚱한 중년의사로 만면에 미소를 띠고, 1인용 소파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었다. 살갗이 흰 바다표범 같은 용모이다.

 그의 목소리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명랑하고 높고 새된대다 괴상하. 특이한 용모에다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가진 그는 증상에 관계없이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환자에게 비타민주사를 놓는다. 작품에서 간호사 마유미는 주사를 놓기 위해 있는 존재 같다. 육감적인 간호사가 무심한 표정으로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을 때면 이라부의 얼굴은 상기되콧구멍은 벌름거리며 흥분한 표정으로 바늘이 피부를 찌르는 순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라부는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 야쿠자도 대학의학부 학장도 그에게는 그저 환자나 환자의 가족일 따름이다. 또한 그는 어린아이처럼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환자와 친해지기 위해서겠지만 서커스단에 찾아가 공중그네를 배우고 야구선수와 캐치볼을 한다. 그저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신나서 배운다. 종국에는 소설까지 쓰겠다고 덤빈다. 소설은 힘들었지만 몸으로 하는 공중그네와 캐치볼은 전문가를 놀라게 할만큼 열성을 가지고 시도한다.

 이라부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 그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다. 일본소설이라 그런건지 괴상한 겉모습으로 포장해 놓았지만, 사실 이라부는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해 결국 문제점을 스스로 느끼게 하고 해결까지 돕는 좋은 신경과의다.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괴리감에 환자들은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이라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은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레 잃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이의 마음을 가지면 모든 것이 문제조차 될 수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강박증은 자연히 치유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러저러해서 안 된다고 스스로 마음을 닫아걸면 걸리는 강박증은  그 원인이 하면 안 된다에 있으므로.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산다. 매일 운동하지만 살을 빼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 몸무게가 줄지 않아도 괜찮고 술을 마셔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이라부 라는 동지를 만났다. 해온 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동지를 찾아 책 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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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틀 2011-09-1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렇게 인기인 걸 보니 세상에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그들에게 이책이 좋은 비타민 주사가 되면 좋겠다.
 
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가족을 죽이는 것은 살인자 본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자신의 마음이야.
정말 웃기는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래. 난 그게 싫어. 난 아무리 자신을 책망해도, 조금씩 죽어가도, 가만히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 아냐. 이제 더 이상은 싫어."
요시오는 신이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이번에는 이 할아버지 옆에서 나를 도와줘. 내가 어떤 발악을 하는지 지켜봐. 그러면서 너도 자신을 용서하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거야."-280쪽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든지, 사회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든지 하는 그런 생각을 조롱하는 지향성?"
노리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든 것보다도, 따분하지 않은 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지향성이라고 할까?"
그리고 잠깐 생각하고는 덧붙였다.
"응, 맞아. 가장 두려운 것은 인생에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인생을 보낼바에야 죽는 편이 낫다는 그런 지향성."
................................
그리고 노리코가 멋들어지게 분석해보인 진범의 독백도 귀에 쟁쟁하게 울렸다.
'모두를 즐겁게 한다. 나쁜일이 아니다.'
'당신들의 보잘 것 없는 삶에 생각지도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 것이다.'-302-303쪽

"네가 비참하게 죽인 건 네가 말하는 대중이니 뭐니 하는 무리속에 끼웠다뺐다하는 부품이 아냐. 어느 누구나, 한사람의 어엿한 인간이었어. 죽은 이들 때문에 상처 입고 슬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모두 한사람 한사람의 인간이야. 그리고 네놈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발버둥친다 한들, 네놈 역시 한 사람의 인간에 지나지 않아. 비뚤어지고, 망가지고, 어른이 될때까지 소중한 것이라고는 무엇하나 손에 쥐지 못한 불쌍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너는 모든 사람들 하나 하나의 눈에 그런 너의 모습을 보였어. 그런 네놈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네 머릿속에서 맘대로 꾸며낸 말 잘듣는 착한 대중이 아니었지."
-512-513쪽

"네놈은 아까 그 누구도 네 이름을 잊지 못할 거라고 했지?하지만 그건 틀렸어. 모두 잊어버릴거야. 네놈 따위를 누가 기억하지? 구차하고, 비겁하고, 숨어서 거짓말이나 지껄이는 살인자 따위를. 하지만 너는 잊을 수 없겠지. 모두가 네놈을 잊어버려도, 넌 너 자신의 존재를 잊을 수 없어.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널 잊어버릴 수 있는지, 네놈 따위는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머리를 싸쥐게 될거야. 아무리해도 이해할 수 없겠지. 그게 네놈이 받게 될 제일 큰 벌이야."
..........................................
"세상을 얕보지마. 만만하게 보면 안돼. 네놈에게는 이런 사실을 가르쳐줄 어른이 주위에 없었겠지. 어렸을 그걸 확실히 머릿속에 심어줄 어른이 없었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어. 이, 사람같지도 않은 살인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야."-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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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마이의 어머니는 옷차림도 화려한데다 중학생 딸을 둔 사람치고는 너무 젊어 보였다. 말투도 건방지고 예의라고는 모른다. 그런 주제에 젊은 남자선생 앞에 서면 애교 만점이다. 어머니나 아내보다는 여자로서만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11쪽

어머니가 그런 유의 사건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구리하시 히로미는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엽기적인 토막살인이라든지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방화나 유괴, 폭행 같은 그런 이야기를 너무도 좋아했다. 그런 사건들은 모두 남들에게나 일어나는 것일 뿐,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 놓고 남의 불행을 안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
어머니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멋대로 지껄이지만, 사실은 남의 일이 아니야. 이 여자들을 죽인 범인이 바로 나라구. 오른팔을 잘라서 버린 것도 나란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21-22쪽

텔레비전만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사건을 보도하는 동안은 그래도 괜찮았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다른 코너가 시작되고 '홈메이드 케이크 가게 순례' '가을을 즐기는 패션' 같은 평화로운 화면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곳에 안락과 행복이 있는데, 치아키의 상황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텔레비전이란 얼마나 잔혹한 장난감인가.
히다카 치아티가 조금이라도 상상력이 있는 소녀였다면, 구리하시 히로미가 텔레비전을 켜둔 의미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실체가 없는 '정보'만 던져줌으로써 고독과 허기와 목마름의 고통을 한층 더 부추기는 일종의 고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74쪽

유미코는 생각해보았다. 지극히 기본적이고 소박한 의문이었다. 왜 남자는 여자를 죽일까.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여자를. 여자이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남자에게는 여자를 죽일 수 있는 특별한 권리라도 있다는 것일까.-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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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외출한다 - 우리가 다르지도 같지도 않은 이유, 김효진의 솔직한 장애여성 이야기
김효진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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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이라...내가 장애인을 처음(내 기억엔)접한 건 대학1학년때 선배들과 함께 한 자원봉사모임에서다. 그땐 지능이 낮아보이거나 어딘가 좀 이상한? 그 모습에 겁을 집어 먹었고 단 한번의 만남 이후론 내쪽에서 봉사를 포기해버렸다. (그나마 내가 접한 장애인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은 아이들이 좀더 크고 나서 다시 자원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살면서 늘 다른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왠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에 빌려 읽게 된 책이다. 늘 새롭고 신기하고 독특한 소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몇편의 이야기만 읽고도 '아, 이거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하며 장애인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일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저자에게 친밀감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잘 알고 있던 이웃언니처럼 담담하게 때론 열정적으로 자신과 주변 장애인들의 경험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어서였나보다. 저자와의 많은 공통점을 찾으면서(동생을 부려먹은 일,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 현재 상태를 짐작하는 일,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들어주기를 좋아?했던(난 좋아했다) 일, 책을 좋아한 것  등등) 장애여성도 여성이란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리고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저자가 늘상 '장애 때문에'라는 말을 달고 산다는데 난 늘상 '애들 때문에'란 말을 달고 산다. 이 엄청난 차이!!!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내 울타리에 스스로를 구속시키면서 아웅다웅하고 있다. 이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됐고 신선한 자극도 받았다. 저자가 소개해준 그림이나 영화, 책들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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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는 읽지마세요, 선생님 우리문고 13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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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장소설이다.오랜만에 보는 성장소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의 소녀이야기가 아니라 학대받고 방치되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16살인 티시는 집을 나가버린 아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좀비같은" 엄마와 "하루종일 징징거리는" 매트랑 함께 돌아가신 외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다.

던프리 선생님은 일기를 쓰되 선생님이 읽기를 원치 않으면 "읽지 마세요"라고만 쓰면 정말 일기를 읽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물론 티시의 일기는 언제나 "읽지 마세요 던프리 선생님"이라고 시작한다. 처음 일기를 쓸때는 반장난으로 숙제니까<하지만 티시는 꼭 해야하는 숙제도 하지 않는다>쓰다가 어느날 아빠가 돌아오고 어릴 적 학대받은 기억을 떠올리고 불안해하면서 일기는 점점 티시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간다. 그러다 결국 티시로 인해 아빠는 영영 집을 나가버리고 절망에 빠져있던 엄마는 티시가 아르바이트 하러 간 사이 8살 매트만을 남겨둔채 아빠를 찾으러 간다는 쪽지 하나 덜렁 남겨두고 집을 나가버린다. 이제 남매 둘만 남게 된 것이다. 그렇게 두달여를 거의 끼니도 떼우지 못하고 돈 한푼 없이 전기도 전화도 끊긴 집에서 둘은 버틴다. 그동안에도 티시는 일기를 계속 쓰는데 여전히 "절대로 읽지 마세요" 거나 "읽지 마세요"를 달아서 자신의 상황을 숨겨왔다. 그러다 결국 "4월 29일, 정확히 4월30일 무척 이른 시간"에 "부디 읽어주세요, 던프리 선생님"이라며 자신이 쓴 모든 일기를 읽어달라고 한다. 드디어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동안 답답한 한숨을 쉬고 있던 난 한순간에 참았던 숨을 다 토해낼 수 있었다. 아, 얼마나 애가 타던지! 결말은 나름 해피엔딩이다.

읽는 내내 비록 중학생이지만 부모의 자리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 대해 좀더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반성, 반성, 또 반성이다!

사소한 궁금증...그런데 정말 던프리 선생님은 일기를 읽지 않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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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2007-11-0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글쎼요; 저도 이책을 보긴봣는데.... 읽를 읽지 않았을까요-_-?
그렇지만 읽었다면 조금씩..어쩌다가 물어보게 되었겠죠? 아닌가;=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