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가족을 죽이는 것은 살인자 본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자신의 마음이야.
정말 웃기는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래. 난 그게 싫어. 난 아무리 자신을 책망해도, 조금씩 죽어가도, 가만히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 아냐. 이제 더 이상은 싫어."
요시오는 신이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이번에는 이 할아버지 옆에서 나를 도와줘. 내가 어떤 발악을 하는지 지켜봐. 그러면서 너도 자신을 용서하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거야."-280쪽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든지, 사회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든지 하는 그런 생각을 조롱하는 지향성?"
노리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든 것보다도, 따분하지 않은 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지향성이라고 할까?"
그리고 잠깐 생각하고는 덧붙였다.
"응, 맞아. 가장 두려운 것은 인생에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인생을 보낼바에야 죽는 편이 낫다는 그런 지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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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리코가 멋들어지게 분석해보인 진범의 독백도 귀에 쟁쟁하게 울렸다.
'모두를 즐겁게 한다. 나쁜일이 아니다.'
'당신들의 보잘 것 없는 삶에 생각지도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 것이다.'-302-303쪽

"네가 비참하게 죽인 건 네가 말하는 대중이니 뭐니 하는 무리속에 끼웠다뺐다하는 부품이 아냐. 어느 누구나, 한사람의 어엿한 인간이었어. 죽은 이들 때문에 상처 입고 슬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모두 한사람 한사람의 인간이야. 그리고 네놈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발버둥친다 한들, 네놈 역시 한 사람의 인간에 지나지 않아. 비뚤어지고, 망가지고, 어른이 될때까지 소중한 것이라고는 무엇하나 손에 쥐지 못한 불쌍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너는 모든 사람들 하나 하나의 눈에 그런 너의 모습을 보였어. 그런 네놈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네 머릿속에서 맘대로 꾸며낸 말 잘듣는 착한 대중이 아니었지."
-512-513쪽

"네놈은 아까 그 누구도 네 이름을 잊지 못할 거라고 했지?하지만 그건 틀렸어. 모두 잊어버릴거야. 네놈 따위를 누가 기억하지? 구차하고, 비겁하고, 숨어서 거짓말이나 지껄이는 살인자 따위를. 하지만 너는 잊을 수 없겠지. 모두가 네놈을 잊어버려도, 넌 너 자신의 존재를 잊을 수 없어.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널 잊어버릴 수 있는지, 네놈 따위는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머리를 싸쥐게 될거야. 아무리해도 이해할 수 없겠지. 그게 네놈이 받게 될 제일 큰 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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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얕보지마. 만만하게 보면 안돼. 네놈에게는 이런 사실을 가르쳐줄 어른이 주위에 없었겠지. 어렸을 그걸 확실히 머릿속에 심어줄 어른이 없었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어. 이, 사람같지도 않은 살인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야."-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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