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근대성과 순간의 시학 - 김수영.김종삼 시의 시간의식
남진우 지음 / 소명출판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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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비평가인 남진우의 박사논문(중앙대)이다. 

내게 남진우는 80년대 시운동 동인의 한 사람이었고, 시대적인 분위기를 거슬러 꽤나 사색적인 시를 썼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와 하재봉 등등 시운동 동인이 모여 찍은 사진도 기억 난다. 하나같이 장발에다가 굶주린듯한 눈빛들을 하고 있었다. 하긴 당대의 리얼리스트들에게 이들은 역적 정도로 비치지 않았을까?

남진우는 이 책에서 두 사람의 시인을 비교하고 있지만 사실, 김수영에 대한 편애를 감추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분량에 있어서도 그렇고, 분석의 독창성이나 깊이 면에서도 김수영에 대한 시각이 훨씬 풍부하다. [풀]와 [사랑의 변주곡]에 대한 분석은 매우 독특해서 이 방면의 논문을 쓰는 사람은 반드시 참고해야 될 듯하다. 그러나 김종삼에 대한 분석은 초기시의 중요성을 발견했다는 것 외에 다른 독창적인 시각이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남진우가 김수영의 시를 '상상적 도정의 언어'로 김종삼의 시를 '귀향적 도정의 언어'로 규정하면서 '순간의 시학'을 말하는 곳에서, 그러한 규정의 준거를 (제목과는 달리)미적인 차원에서 찾기보다 철학적인 차원에서 더 많이 찾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이데거에의 의존은 관점을 정교화한다기 보다 흐리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할 정도다. 보러(Bohrer)를 빌어 말하자면 시란 시만의 '자기준거틀'이 있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철학과 이론으로부터 작품으로의 하방경로가 아니라, 작품으로부터 이론을 구성해 내는 상방경로가 마땅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 두 시인의 '시간의식'이 제대로 개념화되지 않겠는가?

내용 비판과는 별개로 이 논문은 빛나는 분석과 구절이 수도 없이 많다. 배우는 사람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논문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도 하다.- Noma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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