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앤드 커맨더 1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두 권 모두 두꺼웠고, 평소의 제 상식 밖에 있던 소재를 다루고 있는 책인지라 읽기전에 조금 겁을 먹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내가 이 책의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읽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진 않을까?'하고 말이죠.

하지만 탁 트인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고 있는 소피호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니, 괜시리 저도 한 명의 용감한 선원이 된 듯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참고로 1권에는 화창한 대낮의 바다를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이, 2권에는 석양노을을 향해 고독하게 나아가는 소피호가 그려져있답니다~* 표지도 센스만점+_+)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바다 속으로 빠져보았습니다. 풍덩~* 

책을 읽는 내내 <캐리비안의 해적>이란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제 상상 속에서 소피호의 선원들은 비록 잭 스패로우와 그 일당같은 해적의 모습보다는 그들이 맞서 싸우는 해군들의 모습과 훨씬 닮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해군들처럼 흰 가발을 쓰고 빨갛고 파란 제복에 각을 잡은 말끔한 모습보다는, 며칠씩 못씻어서 꾀죄죄하기도 하고 윗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옷도 그냥 마구잡이로 입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들의 마음은 오히려 해적의 그것과 닮아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책의 주인공은 소피호의 함장 잭 오브리와 생활고를 이겨내고자 소피호에 군의관으로 온 스티븐 머투린입니다. 이 둘의 첫 만남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클래식 공연을 들으며 제 흥을 못이겨 열심히 자신의 무릎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잭 오브리를 옆자리에 앉은 스티브 머투린이 냉랭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면박을 주었지요.
"굳이 박자를 맞추려거든 제발 제대로나 하시구려. 반 박자씩 앞서 가지 말고." (10p)

처음으로 함장(정식 함장은 아닌듯 합니다만ㅎ)이 되어 자신의 배, 낡은 소피호를 진두지휘하게 된 잭, 그는 스티븐에게 소피호의 군의관이 되어달라고 청합니다. 마침 생활고에 찌들리고 있었던 스티븐은 배를 타고 모험을 하며 돈도 벌고 다양한 환경의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지적호기심까지 채울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그 제안을 승낙하게 되지요. 이 신참 함장이 어떻게 소피호를 이끌어나가며 겪는 사건들이 쉴새없이 넘실대는 파도처럼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이 두 사람 외에도 함장 부관 제임스 딜런, 연적 하트 사령관, 뼛속 깊이 뱃사람인 선원들과 낙하산으로 들어온 어린 수습사관들..등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어떨 때는 이게 소설인지 아니면 진짜 있었던 이야기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더군요. 그만큼 재미가 있었습니다.
'배'와 '바다'에 대해, '해군'에 대해 잘 모르는 저같은 분들도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어요:)
아마도 땅을 딛고 있는 우리네들의 갈등과 욕심, 소소한 기쁨...
이런 다양한 모습들이 바다 위 그들에게서도 고스란히 관찰되기 때문일 겁니다.

더불어 당시 시대상과 문화 등에 대해 마르지 않는 바닷물처럼 끝없는 지식들을 쏟아내는 저자 패트릭 오브라이언 영감님,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경외심마저 들더라구요+_+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해양소설이었습니다:)

 

※ 아참, 검색해보니 이미 5년 전인 2003년에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가 있더라구요+_+
더 놀라운 것은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로 이들의 이야기가 약 스무권정도 나왔다는 것이지요.
영화는 이 중에서 10번째 책인 'far side of the world'를 다루고 있다고 하네요.
(관련 지식iN 정보 :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3&dir_id=30104&eid=SMa1r5Md4tuCkYI3TRC6q0DCziTTXrJ6&qb=uLa9usXNIL7YteUgxL+4x7T1&pid=fetnploi5T0sstLm0uosss--280389&sid=SRBPpjUPEEkAABNhs3c )

이 책을 번역하시는 데 2년이란 긴 시간이 들었다고 하시던데,
어쩌죠-벌써부터 오브리와 머투린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네요+_+
(출판사와 역자께서 심히 부담을 느끼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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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 초라한 들러리에서 연봉 10억 골드미스가 된 유수연의 성공 비법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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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입사준비를 위해 토익공부를 하며 종로 학원가를 뻔질나게 드나들던 나같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강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수.연. 종로3가역을 지나는 사람들 중에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하철역에서부터 대문짝만한 광고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녀이니까. 스타강사, 족집게강사로 유명한 그녀이니까.

아쉽게도 난 그녀의 강의를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마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운좋게 그녀의 강의를 수강하게 된 내 친구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들으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열정, 그리고 프로페셔널!
단순히 토익 명강사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브랜드가치를 높여갔던 그녀가 정말 대단했다.

취업전쟁을 뚫고 나서는 토익에 대해, 그리고 내가 문지방이 닳도록 넘나들었던 종로의 영어학원들에 대해서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직장 상사 중 한 분이 승진시험을 위해 다시 토익을 공부하신다고 하면서, 유수연씨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는 것을 듣게 되었다. '아, 역시 유수연씨구나.'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그녀, 더욱 높이 날아오르는 그녀가 참 멋졌다.

그러던 중, 그녀의 책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를 읽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빡.세.고.즐.거.운.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하루하루는, 그녀가 그동안 노력해서 쌓아올린 그녀만의 멋진 무대였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인상처럼, 그녀의 글들도 그녀를 닮아 강하고 직선적이다.
단순히 유학만 갔다오면 다 잘 될 것 같다는 환상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토익 점수만 잘 나오면, 철밥통 직장만 잡으면 그후론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다는 꿈에 젖어 있는 이들에게 유수연씨는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한다. "꿈 깨!"

독자를 어르고 달래는 마냥 따뜻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현실에 안주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있는 독자들에게 정신차리라며 찬물을 한바가지 들이붓는 식이다.

하지만 그녀의 냉수 한 바가지가 야속하기는 커녕 고맙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얼음처럼 차가운 현실을 먼저 경험하였기에 그 차가움을 우리에게 한시라도 빨리 알려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그저 망설이고 있는 우리보다 먼저 맨땅에 헤딩해서 자신이 마음껏 뛰놀수 있는 무대를 세웠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조언은 다른 말랑말랑한 꿈같은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가치있다.

이 책은 먼저 대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직업을 정하기 전,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직장초년생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이제 직장을 잡았으니 되었군'이라며 안주하려던 생각에서 깨어나 프로다운 사고방식을 갖고 나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그저 그런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녀의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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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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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매우 기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익숙하다. 아마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와 신화들의 구조를 따왔기 때문이리라. 라푼젤, 판도라의 상자,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등등.

하지만 이 책 속 단편들은 마냥 아름답고 사랑스럽기만 한 동화의 콩깍지를 한꺼풀 벗겨낸 양, 시리도록 차갑기만 하다.

예를 들어 <상추, 라푼젤>에서는 아내의 명령으로 옆집 여자의 상추밭에서 상추를 훔쳐오던 남자는 옆집여자와 바람이 나고, 그 둘 사이에 나온 여자아기 라푼젤은 '왕자'라는 이름의 애송이와 혼전임신을 하게 되어 왕자의 집에 당당히 입성하지만, 왕자는 바람이 나고 라푼젤의 속을 썩인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헨젤과 그레텔의 집>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 지체장애아인 동생을 모두 부양하고 있는 여교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폭풍속에서 침몰의 위기를 맞은 배와 같은 그녀의 집에서는 결국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내쫓기로 결정한다. 놀이동산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데려다주며, 저녁때쯤 되면 미아보호소에 가서 길을 잃었다고 말하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라고 한다.  하지만 결국 잃어버리게 된 것은 지체장애아인 동생 보배였다. 한참을 동생을 찾아다니던 주인공은 이내 포기하고 출구를 향해 도망친다. 눈가에 밟히는 노란색의 미아보호소를 애써 모른척하며 달려가는 그녀는 '보배야, 돌아오지마. 절대로'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렇듯 이 책 속 이야기들에서는 약한 자에 대한 배려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현실과 닮아있는지 이젠 그 이야기들을 읽고 있는 내 눈과 마음도 시리다. 아직은 동화 속 환상에서 깨어날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아프고, 때론 그 잔인함과 냉정함에 몸이 으스스 떨렸다.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들이 동화라는 화려한 색동가면 뒤에 숨겨져 있는 이 책은 내겐 또 하나의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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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영어로 통째 외우기 - 일주일만에 성경과 영어를 동시에 영어로 통째 외우기 3
김다윗 지음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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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교회 주일학교에서 성경구절 암송을 많이 했었다. 수련회에 가면 밥먹기 전엔 늘 조끼리 입을 맞춰 성경구절을 외워야 밥을 먹을 수 있었고, 해마다 교회에서는 성경암송대회를 하곤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해의 암송구절은 바로 시편1편이었다. '복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로 시작되는 이 본문을 며칠간 달달 외워 마침내 1등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무슨 행사가 있을 경우가  아닐때는 평소에 성경을 읽긴 했지만 성경구절을 암송하는 것은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나도 성경구절을 외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는데, 바로 엄마와 대화를 나눌 때였다. 늘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는 것을 쉬지 않았던 엄마,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성경구절들도 외우게 되었다고 하신다. 힘든 일이 있어서 엄마에게 그 고민을 털어놓으니, 엄마는 외우시고 계시던 성경말씀을 내게 들려주시면서 힘을 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말씀을 단지 성경책이란 책 안에 가둬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그 구절들을 삶에 적용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엄마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정말 성경구절들을 외우고 싶긴 한데, 암기과목에는 영 꽝이었던 나인지라 막상 성경을 외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시편을 통째로 외워보라고 한다, 그것도 영어로.

'한글로도 못 외우겠는데 영어로 외우라고?' 저자가 무슨 배짱으로 저런 도전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속는 셈 치고 책을 열어봤다. 사실 거기에는 어떤 특별한 비법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구절을 여러 개로 쪼개놓고 한 덩어리 한 덩어리씩 그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외워나가는 것이다. 단, 사전 준비사항(?)이 있으니, 바로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구하는 기도를 드리고나서야 암송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 (마태복음 7:7-8)"

마침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암송해보라고 제시한 본문이 바로 시편1편이었다. 왠지 더욱 친숙했다. 책에 나온대로 'Blessed is the man(복 있는 사람은)'하고 입술을 조그맣게 달싹이며 읽어보았다. 굵은 글자로 적혀진 부분들을 먼저 여러번 읽고, 그것이 외워졌을 때에야 다음 구절로 넘어가는 작업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시편 1편의 1절을 다 외웠다. "Blessed is the man who does not walk in the counsel of the wicked or stand in the way of sinners or sit in the seat of mockers."(<-책을 보고 따라 쓴 것이 아니라 내가 외운 구절을 적어본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각 시편 본문의 마지막에 적혀있는 단어해설에 발음기호가 빠진 것이다. 솔직히 1편 1절에 나오는 mockers란 단어를 처음 접해본 나는, 무슨 뜻인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하는지가 아리송했다. 다행히 뜻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 단어해설에 적혀있었지만, 발음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책에서 '큰 소리로 읽고 외워보라'고 조언한 만큼, 어려운 단어들의 발음기호도 함께 적어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성경을 암송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빨리 외우는 것보다는 저자의 권고처럼 날마다 마음에 되새기고 삶 속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니만큼, 나 또한 천천히 차분하게 하나씩 외워가려 한다. 말씀암송을 통해 영적으로 더욱 풍성해질 나의 삶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주의 율례를 즐거워하며 주의 말씀을 잊지 아니하리이다 (시편 1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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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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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의 삶, 그 역시 또 하나의 영화

 

다섯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묶여있는 이 소설 <영화처럼>.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나이대도 다르고, 각기 품고 있는 사연과 성격도 달랐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어느 해 8월31일에 구민회관에서 상영한 <로마의 휴일>을 보러온 사람들"이란 것이다. 

 
<태양은 가득히>에서는 주인공처럼 재일동포인 친구 '용일'이 십수년만에 주인공에게 전화를 해서 '동네 구민회관에서 하는 <로마의 휴일>을 보러가자'고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오늘은 볼일이 있다'며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무문>에서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인 주인공과 재미난 영화를 추천함으로써 오랜만에 그녀를 웃게 만든 비디오 대여점 아르바이트생 나루미가 함께 <로마의 휴일>을 보러 구민회관으로 가려고 만나는 장면이 이야기 말미에 나온다.

<프랭키와 자니>에서는 짝궁이면서 왕따인 이시오카와 주인공이 이시오카의 생일날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을 보는 장면이 이야기 초반에 나온다.

<페일 라이더>에서는 꼬맹이 유와 오토바이를 타는 아줌마가 함께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을 보는 장면이 나왔다.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오열하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며 유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난생 처음 느끼게 된다.

<사랑의 샘>에서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지 1년이 지나고 힘들어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주인공 데쓰야와 다른 손자손녀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첫 데이트때 보았던 영화(로 추정되는) <로마의 휴일> 상영회를 열고자 동분서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예상대로 이 영화는 구민회관에서 상영하였다^^).
 

영화 속에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는 엑스트라의 삶을 zoom-in해보면 그들 나름대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마치 사진 한 구석에 찍힌 이름모를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콕 집어내 모아놓은 듯한 묘한 매력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이든 영화든 뭐든,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접하면 상대는 더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 그리고 정체되기 시작하는 거야. 그 노트에 메모한 좋아하는 영화를, 처음 본다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보라고." (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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