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엑스트라의 삶, 그 역시 또 하나의 영화

 

다섯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묶여있는 이 소설 <영화처럼>.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나이대도 다르고, 각기 품고 있는 사연과 성격도 달랐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어느 해 8월31일에 구민회관에서 상영한 <로마의 휴일>을 보러온 사람들"이란 것이다. 

 
<태양은 가득히>에서는 주인공처럼 재일동포인 친구 '용일'이 십수년만에 주인공에게 전화를 해서 '동네 구민회관에서 하는 <로마의 휴일>을 보러가자'고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오늘은 볼일이 있다'며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무문>에서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인 주인공과 재미난 영화를 추천함으로써 오랜만에 그녀를 웃게 만든 비디오 대여점 아르바이트생 나루미가 함께 <로마의 휴일>을 보러 구민회관으로 가려고 만나는 장면이 이야기 말미에 나온다.

<프랭키와 자니>에서는 짝궁이면서 왕따인 이시오카와 주인공이 이시오카의 생일날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을 보는 장면이 이야기 초반에 나온다.

<페일 라이더>에서는 꼬맹이 유와 오토바이를 타는 아줌마가 함께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을 보는 장면이 나왔다.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오열하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며 유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난생 처음 느끼게 된다.

<사랑의 샘>에서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지 1년이 지나고 힘들어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주인공 데쓰야와 다른 손자손녀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첫 데이트때 보았던 영화(로 추정되는) <로마의 휴일> 상영회를 열고자 동분서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예상대로 이 영화는 구민회관에서 상영하였다^^).
 

영화 속에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는 엑스트라의 삶을 zoom-in해보면 그들 나름대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마치 사진 한 구석에 찍힌 이름모를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콕 집어내 모아놓은 듯한 묘한 매력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이든 영화든 뭐든,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접하면 상대는 더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 그리고 정체되기 시작하는 거야. 그 노트에 메모한 좋아하는 영화를, 처음 본다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보라고." (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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