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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은 오늘 끝내는 법 - 마감이 두려운 직장인을 위한
이동귀 외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4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여년 전 대학생 시절 웹진 기자를 하며 마감 데드라인을 엄수하는 훈련을 받은 덕분에, 회사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제출 기한만큼은 철저히 지키는 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작'의 문턱입니다. 까다로운 업무를 마주하면 자료 수집을 광범위하게 벌여놓거나 갑자기 책상 정리를 하는는 등 준비 과정에서 에너지를 다 써버리곤 합니다. 그러다 기한에 임박해서야 밤을 지새우며 자신을 불태우듯 소진해버리는 패턴이 반복되곤 했지요. 이런 번아웃식 마감 뒤에 찾아오는 자괴감은 꽤나 고통스러웠고, 정말 바꾸고 싶은 제 모습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던 중 유퀴즈에서 'Y대 미루기 연구 교수'로 출연하신 이동귀 교수님 편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또 꾸물거리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종종 교수님의 영상을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곤 했는데, 이번에 교수님이 계신 연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20년 연구 결실이 담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책은 미루는 습관을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대신 미루기란 본래 불안과 완벽주의 같은 불편한 감정을 회피할 때 느껴지는 찰나의 안도감을 우리 뇌가 '승리'로 착각하면서 발생하는 정교한 심리적 오류라고 정의합니다. 특히 저처럼 시작을 늦추는 이들의 내면에는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면 변수에 대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절실한 심리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준비되었다는 느낌'과 '실제 준비도'는 다른데, 불안이 판단을 대신하면 아무리 준비해도 발을 떼지 못한다는 대목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히나 가장 와닿았던 대목은 "완벽주의가 아닌 완료주의로 나아가라"는 조언입니다. 잘 해내고 싶어서 시작을 미루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계획이 아니라, "충분히 잘했어", "나중에 고칠 기회가 있어"라며 자신을 다독이는 심리적 회복탄력성입니다. 또한, 집중력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 설계'에서 나온다는 점도 실용적이었습니다. 유혹이 닿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과제의 규모를 압도당하지 않을 만큼 작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작의 문턱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실제로 책에 수록된 완벽주의를 유연함으로 바꾸는 1일 실천법 표(p.220-221)를 보며 제 자신에게 건넸던 가혹한 말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빨리 제대로 해!"라고 다그치기보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씩 해나가면 돼"라는 행동변화습관을 장착하는 것이 오히려 실행력을 높이는 포인트였습니다.


리더로서 팀을 이끌거나 저 개인의 커리어를 관리할 때, 결국 성과는 매일의 작은 반복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고 싶을 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때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미루는 원인을 분석하고 내면의 심리적 장벽을 먼저 허물어야 함을 다시금 배웠습니다.
이제는 마감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세우며 하얗게 불태우는 대신, 자기계발 루틴의 일환으로 출근 직후 10분 동안 핵심 과제를 정리하며 가볍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미루지 않는 삶이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 자신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문장이 큰 위로가 됩니다. 마감이 두려운 직장인들, 특히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했던 저와 같은 완벽주의자들에게 이 책은 다정한 위로이자 가장 강력한 행동 지침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하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