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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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무척 좋아하는 가수가 네이버에서 <지식인의 서재>에 빌 브라이슨의 책을 권한 것을 보고 '빌 브라이슨, 그의 책을 언젠가는 꼭 읽고 말리라-'는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예전에 한 세미나에서 만난 어른께서 '가야 할 길을 알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자동차로 미국 대륙을 횡단해보기를 권하고 싶다'(그분은 실제로 미국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셨다고 하면서, 엄청나게 넓은 땅을 횡단하는 것이 매우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인내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다)라는 말씀을 듣고는 미국 대륙 횡단에 대해 잔뜩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를 통해 그 두 가지를 모두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도 많은 기대를 가져서일까, 아니면 미국 문화에 대한 내 사전 지식이 부족해서일까. 이 책은 마냥 재밌게만 읽히진 않았다. 보통 다른 책들은 출퇴근길에만 읽어도 하루나 이틀만에 다 읽었는데, 이 책은 일주일도 넘게 걸렸다. 어찌보면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미국 횡단'을 하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것에 지쳐있던 빌 브라이슨처럼 나 또한 책의 어느 부분들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물론 또 다른 부분들은 익살맞고 재미난 것도 많았지만). 그렇게 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다시 맨 앞장에 그려진 미국 지도로 돌아가 '지금은 이 인간(빌 브라이슨씨;;)이 어디쯤 와 있나'를 짐작하는 것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뭔가 미국 지리 공부를 하는 느낌도 들었다는ㅋ). 

하지만 그의 관찰력이나 발칙한 상상력, 유쾌한 글솜씨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이 책은 미국 문화나 역사에 관심을 갖고 난 후,
곰탕처럼 몇번 더 진득하게 읽어낼 수록 그 맛이 진하게 우러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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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배케이션
김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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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평일 오후, 반가를 내고 무턱대고 교보문고에 들러 고른 책이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였다. 카페 창가에 앉아 따스한 햇빛을 쬐며 그 책을 읽었는데, 발칙하면서도 거침없는 그녀의 글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 오후반가를 알차게 꽉 채워준 그 책에 고마워하며, 앞으로 김경의 책이 나오면 읽어봐야지-란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여행책을 냈다고 한다. 여행을 자주 떠나지 못하는 직딩의 한과 설움을 여행책 읽기로 풀곤 했던 나는 냉큼 이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녀의 여행은 남달랐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란 제목만 읽고 '셰익스피어의 발자취를 찾아 영국을 돌아다닌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은 빗나갔다. 김경의 설명에 따르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장기독서를 위해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번 꼴로 한달 남짓의 유급휴가를  준 것을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실로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꿈같은 휴가를, 김경은 받았다고한다. 비록 무급이긴 하지만, 기간이 1년이나 되니 나같이 3일 이상 여름휴가 내려면 남들 눈치를 봐야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래, 내가 못 갈 바에야 입담좋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가는 기분이나 내보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 책을 읽었다.

 
역시 그녀답게 다녀온 나라들도 남달랐다.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인 '몰타'라는 섬나라(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연간 몰타 인구의 3배인 12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나라라고 한다+_+), 포르투갈, 헝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등 책을 통해 흔히 접할 수 없었던 나라들을 다닌 것이다. 책과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녀의 여행책. 내 눈과 귀에 익숙치 않은 풍경들과 사건들을 그녀의 톡톡튀는 글로 만나는 즐거움을 책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장기휴가를 다녀온 그녀가 마냥 부럽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상황탓 그만하고 책(나를 순간이동시켜주는 타임머신)이나 읽어볼까-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펴면 책 속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과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아마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출근걱정없는 어느 금요일 밤, 편한 소파에 몸을 맡기고 향이 좋은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속에 빠져드는 것 그 또한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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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동물기 - 전 세계 동물들의 자연생태기록
이와고 미쓰아키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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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야생동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사진과 글로 기록해 온 이와고 미쓰아키.
그가 그간의 취재기록을 모아 달력형식으로 엮어낸 것이 바로 이 책 <세계 동물기>다.
어린 시절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와 <동물의 왕국>을 무척이나 즐겨봤던지라, 
이 책 <세계 동물기>를 읽으니 온갖 동물들의 이름과 습성을 배우며 신기해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세계 동물기>란 제목이 무색하지 않게
적당히 두꺼운데다가 올컬러 화보로 구성되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든다(소장가치 만점+_+).
각양각색의 동물들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살펴보는 그 시간은 정말이지 놀라움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아침의 고요한 바다를 만날 때나 산 정상에서 주변 산등성이들을 바라볼 때처럼
거대한 자연과 대면할 때 느끼는 경이로움을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우리들도 이 정도인데,
그들과 호흡하며 이 사진들을 직접 찍은 저자는 과연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매우 궁금했다.

 
또한 단순히 사진들만 가득한 게 아니라 각 사진을 통해 동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바다사자가 펭귄을 사냥하고 나서는 그 뱃속에 들어있는 오징어나 크릴새우만 먹는다던지,
얼음이 녹는 여름이면 북극곰들이 육지로 올라와 섬의 꽃밭에 드러눕는 것을 즐긴다던지 하는 사실들은
어린 시절 자타공인 '동물박사'였던 내게도 무척이나 낯설은 풍경이었다.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야생동물의 다채로운 모습들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한편,
마음 한 구석에는 '과연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참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자연의 신비에 대한 놀라움과 즐거움,
그리고 책임감과 깊은 생각까지 남겨주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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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투 커버 - 책 읽는 여자
로버트 크레이그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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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물아홉의 한 영국 아가씨가 있다. 영국 아가씨라고 해서 사랑스럽고 엉뚱한 매력이 넘치는 브리짓 존스 타입을 떠올리면 안된다. 이 책의 주인공 타냐는 지극히 냉소적이고 매정하기 짝이 없는 아가씨니 말이다. 타냐는 남자친구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시험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그를 밀쳐내며 못된 짓을 하기도 하고, 오랜 친구에게 이 우정을 지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결별의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를 마냥 악녀로 보면 곤란하다. 그녀가 그렇게 사람들을 밀어내며 혼자 있으려는 이유는 바로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니까.  

책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어느날 타냐는 우연히 서점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저자의 <가짜 종이꽃가루>란 책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이름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책 속 내용이 타냐 자신의 인생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짜 종이꽃가루>와의 만남과 함께 타냐의 삶에는 여러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난다.  '과연 타냐는 책 속 자신이 행동하는 대로 행동할까? 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마법같은 그 책, <가짜 종이꽃가루>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아니, 존재하는 책이긴 하는 걸까?' 등등의 궁금증들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건 그저 이 소설이 '책에 관련된 책'이고 내 또래인 책벌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실존하는 다른 소설에 대한 이야기나 책벌레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기대했건만 이 책은 내 기대와는 다른 것을 자꾸만 보여줬다. 타냐와 나는 책을 좋아하는 20대 후반의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무척이나 기대하고 읽었는데, 공통점은 거기서 끝이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성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절묘하게 서술하거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전략(?)등을 이용해 독자를 책의 마지막 단락까지 단숨에 끌고가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꿈같은 사랑만 그리고 있는 완벽주의자들이라면 이 책 속 타냐의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될 것이니 말이다. 사랑이든 새로운 도전이든 그 어느 분야에서든, 이젠 책 속의 완벽한 간접경험에서 과감히 벗어나 기꺼이 "진짜"를 체험하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인상깊은 구절


- 나는 그가 권하는 책들을 죄다 읽으며 나의 취향과 성격에 대한 그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아내고 싶어 했다. 다양한 저자와 장르를 탐독하면서 나의 책 욕심은 커져만 갔다. (18p)

- 이 책은 나의 본능을 확인해 줄 뿐이다. 내가 진실로 바라는 것이 나의 본능이다. (431p)

- "타냐, 나도 당신처럼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요. 하지만 '체험'하는 만큼의 기쁨은 아니에요. 진짜 사랑, 진짜 두려움, 진짜 분노, 진짜 기쁨이 아니란 말이에요." (4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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