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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는 심장 문득 시리즈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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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부터 '추리'라는 단어는 내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내 또래라면 모두 알고 있을 <명탐정 코난>이나,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에 급작스럽게 엄청 빠지게 만들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드라마,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접할 수 없을만큼 지적이고, 예리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절대 가질 수 없을듯한 매력을 가진 그들에게 나는 무척이나 끌렸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은 사실 거의 읽어본 적 없다. 그 유명한 <셜록 홈즈>도 BBC에서 방영하던 드라마를 본 것 뿐이다. 추리 소설에는 언제나 살인이 등장하고, 평소라면 만나볼 수 없을 극한의 광기와 내면 깊은 곳의 공포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무서운 장면을 목격하면 그것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한뒤 잘 잊지 못하는 괴벽이 있기 때문에, 공포영화라던가 추리소설 같은 것은 도전할 엄두를 못냈었다. 내가 과장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책을 읽을 때는 별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다가 꿈 속에 모든 장면이 겹쳐서 떠오르곤 한다.

  '아서 코난 도일'이 누구인지는 알지만, 셜록 홈즈 소설을 모두 완독하지는 못했듯이, '애드거 앨런 포'라는 작가도 내게 익숙하긴 했다. <검은 고양이>라던가, <어셔가의 몰락> 등의 작품 이름도 생소하진 않았다. 다만, '애드거 앨런 포'에 대해서 자세하게 털어놓을라 치면, '공포소설의 대가'다, '추리소설의 창시자'다, 하는 수식어들밖에 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내게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문득 시리즈'는 더없이 반가웠다.

   "모두가 한번쯤은 읽어봤던 작가지만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소설!"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출간되고 있는 문득 시리즈. 스피리투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애드거 앨런 포'의 문득 시리즈는 '애드거 앨런 포' 작품들을 간편하고 쉽게, 또한 깊게 만나볼 수 있으므로, 이 작가를 잘 몰랐다고 한다면 <일러바치는 심장>을 꼭 권하고자 한다.

   <일러바치는 심장>에는 표제작인 '일러바치는 심장'을 포함하여 총 11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소설의 길이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하나씩 언급하노라면 결말을 모두 쏟아내고야 말 것 같아서 그저 두루뭉술하게 글을 끝내고자 한다.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광기'와 '공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중에서 <도둑맞은 편지>는 좀 제외하고 싶다. <도둑맞은 편지>는 뛰어난 추리소설이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세상을 볼 것이 아니라, 타인이 했을 법한 방식으로 범죄를 해결하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애드거 앨런 포'가 각 작품마다 선보인 '광기'와 '공포'는 단순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상황이 너무도 극적이어서, 내 자신이 작품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마주칠 법하지도 않은 일에 나도 모르게 좌우를 살펴가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광기'를 참지 못하고 결국에 살인을 저지르거나, 밀폐된 공간에 갇혀 '공포'의 끝을 맛보는 주인공들을 보노라면 소름이 끼쳤다. '포'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은 '광기'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기'가 저세상으로 나아가다 못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아독방'에서 진행하던 서평단 모집이 아니었다면,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자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만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추리소설, 공포소설을 잘 읽지 않는 독자라도, 작가 한 명쯤은 알아두고 싶었는데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일러바치는 심장>이 딱이다. 책도 가볍고 휴대하기 좋기 때문에 오며가며 편하게 읽을 수 있다.(책 홍보하러 나온 사람 같죠? 약간...ㅎㅎㅎㅎㅎㅎ그만큼 좋았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하지만 떠도는 소문을 믿지 말고 세상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때가 올 겁니다.

남들이 하는 말은 믿지 말고, 직접 본 것은 절반만 믿으세요.


P162-3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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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는 말은 믿지 말고, 직접 본 것은 절반만 믿으세요(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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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 좋은 삶, 편안한 관계를 위한 자기 이해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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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표지에 대한 칭찬을 꼭 한마디 남기고 싶다. 보통은 책 표지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나는 주로 책을 홍보하는 글에서 보이는 글귀라던가, 포인트 단어들에 집중한다. 하지만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에서 쓰인 저 연두색과 노란색의 조화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다. 따뜻하고 다정한 어른이 기다리고 있는 상담실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병원에서 내 치부를 들킬까 봐 긴장되던 마음이 한층 누그러진다.

심리 에세이를 읽은 건 실로 오랜만이다. 심리 에세이를 읽지 않았던 건 내가 가진 정신적인 결함에 대해 지적을 듣는 것 같아 꺼려지기도 했고, 늘 같은 결론-너 자신을 사랑하라-으로 도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사 서포터즈가 되어 책을 고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이 책에 동그라미를 쳤다. 왠지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이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 지금에서야 내가 변화할 준비가 된 듯하다. 에세이에 적힌 글귀들을 "아, 매번 이런 식이야."하면서 흘려듣지 않고, 진심으로 수용하고 바뀌려고 노력할 준비.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분류를 좀 해보자면, 1장과 2장에서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3장과 4장은 인간관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을 내세우고 있고, 5장에서는 화병, 공황장애, 왕따로 인한 트라우마, 자살 등 자주 발견되는 정신적 질환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양창순 박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조언들을 건넨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저자인 양창순 박사가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정신적으로 질병을 얻을 수밖에 없던 원인을 꼽아주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는 내내 환자들의 인생에 대해 들으면서 공감이 되기도 했고, 안타까움에 탄식을 내뱉은 적도 있었다. 이론과 구체적 사례들을 적절히 섞어서 설명해주니까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다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힘겨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버티며 앞으로 나아간다.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며 선포하는 일이 매체에서 왕왕 발견되긴 하지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정신적인 아픔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란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이 책에서도 양창순 박사가 전문가와 상담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다른 여느 질병들처럼 초기에 발견하면 나아지기가 쉽지만, 심한 정도에 이르면 치유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내가 서보더라도,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리라는 예상을 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러는 때에 이런 심리 에세이들을 찾아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일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책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 있어 꼭 나누고 싶다. "'현명한 피(wise blood)'라는 것이 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전율을 느꼈다. 삶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온갖 어려움과 고통, 희생과 슬픔, 그 와중에도 흐린 날 잠깐씩 비추는 햇살처럼 찾아오던 행복과 기쁨 같은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핏속에 녹아들어 현명함을 이룬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294p)" 나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와 똑같이 전율을 느꼈다.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이유로, 또 깊이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정말 뻔한 얘기지만,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자신이 지나온 어두운 터널이 모두 '현명함'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주면 좋겠다.

책 속에서 만난 이유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혹시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고 있는데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들었다. 정신적인 고통은 사실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고, 나로서는 잠시나마 위로를 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만큼 짧은 시간만이라도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혼자가 아니라고 일깨워주는 상대가 되어줄 수 있길 바라본다.

 

내가 보기에 괜찮지 않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 P37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60이 넘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예는 넘칠 정도로 많다. 생물학적 나이로 누군가를 규명하는 것에서도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인생은 늘 새로운 날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양하고 활기찬 삶을 살기 원한다면, 그런 잣대 역시 불필요하다. - P41

뼈에 충격을 받으면 직립이 불가능하듯이 자존감에 상처를 받으면 정신적 직립이 불가능하다.
그처럼 중요한 자존감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 특히 불안이나 우울이 깊어지면 좌뇌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언어로 표현하면 좌뇌의 기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현실 적응능력이 회복된다. - P151

리더가 그러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201

결국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안에서 아직 자라지 못한채 상처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조그만 존재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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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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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현역 kbs앵커이자 기자다. 언론인이 쓴 글이라서 그런지 책 구석구석에 사회 현안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카톡방 사건이나 예전 '노 룩 패스' 사건에 이르기까지 뉴스에서 다들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한다. 최근 뉴스의 압축판이기에 현 상황들에 무관심했던 이들이 있다면, <따뜻한 냉정>을 주저없이 권하고자 한다. 단순히 상황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현 사회에서 대두되는 문제를 주제로 삼고 이를 적확하게 분석해 냈다. 언론인으로서 그가 펼쳐 보이는 분석들이 나로서는 놀랍기만 했다. 단어 선택들도 그랬지만, 한 현상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관찰하고,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나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새 주목받고 있는 '가심비'나 '소확행'이 결국은 자기애의 확장이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이런 트렌드들을 나로서도 중시하고 있지만, 그 깊숙이 박힌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따뜻한 냉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한 때는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사람들에게서 조금 잊혀지지 않았나 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보자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반려동물'들의 문제다. 반려동물들은 주인이 집을 나가면 홀로 지내야만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외로움을 채울 수 있고, 위로를 받지만, 반려동물들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그들은 진정한 반려를 얻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저자가 책 속에서 제기 했다. 집 안에서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들에 대한 토론이 확실히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반려동물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에 대해서만 중점이 옮겨갔다.그 밖에도 유기된 동물들에 대해서도 한창 시끌시끌하더니만, 그것도 뉴스에 나오는 때 잠시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물론 나에게서도) 잊혀진 문제가 책 속에서 또 다시 등장해 그것을 재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좋았다.

 저자는 언론인이 세상의 낮은 곳을 향해 시선을 던져야 하고, 늘 사회에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언론인이 가져야 하는 태도를 다룬 것이다. 그것이 비단 언론인만 가져야 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중이 자꾸 질문하고, 세상의 낮은 곳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알려주면, 언론도, 정부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회 전반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어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었다.

지금의 기회환경 자체가 자기 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지각하지 못하면 공감 없는 충고만 불쑥불쑥 튀어나오게 된다. 문제 해결은 점점 더 요원해진다. 그래서 대중이, 언론이 계속 알려줘야 한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그들이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 P47

그러다 보면 결국 서로 얼굴을 맞대고 형편을 살피는 일에는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무관심은 가장 무서운 사회질환 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사람이 죽고 사는 일에도 연관되는 문제다. - P79

굳이 힘든 행동에 나설 것 없이 투표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내 삶을 나아지게 할 정책을 누가 제시했고 누가 잘 이행해 왔는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그러나, 그럼에도,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율은 어떤가? - P103

피해자들의 절대권리를 무시하고 제3자들끼리 ‘용서‘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때 그런 식으로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ㅏㄴ일 외교 갈등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아베 일본 총리는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큰소리를 치고, 징용자 배상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태도다. - P118

모두 카운슬러가 될 필요는 없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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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원작 소설) - 완역, 1·2권 통합 걸 클래식 컬렉션 1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보경 옮김 / 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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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걸클래식 시리즈 중에서 굳이 #작은아씨들 을 선택하게 된 것은 최근 <작은 아씨들>의 영화화가 화제였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개봉을 확정짓진 않았지만, 엠마 왓슨과 티모시 샬라메 등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900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조금은 후회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인내심 있고 애정이 넘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4명의 작은 아씨들의 성장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가난으로 인해 지난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는 작은 아씨들과 그들의 이웃들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다정해서, 진심으로 책을 덮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행복한 집을 떠나 현실로 돌아오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여성의 권리 향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결혼을 하지 않았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인만큼 <작은 아씨들>에는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19세기에 써진 소설이 아니라 근래에 이르러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성들에게 당연하게 주어지던 의무나 억압에서 벗어나 강인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소신은 소설에서 '조 마치'라는 인물로 표현된다. "자유롭게 사는 게 너무 좋아서 세상 어떤 남자를 위해서도 이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p712)" 라고 외치는 '조'는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과도 닮아있다. 19세기라면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불평등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차별을 겪었을 것이 틀림없는데, 그 시대에서도 자유를 위해 애쓰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싶다. '조 마치'와 같은 여성들이 있었기에 (완전히 나아지진 않았지만) 조금 더 평등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조 마치'가 '개혁가'로서의 삶을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딸들의 존경과 사랑을 최고라고 여기는 '마치 부인'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딸들이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제일 큰 힘이 되는 것은 어머니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면(p762)" 마치 부인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게 두지 않고, 육아를 함께 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적지 않다.(지금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육아를 하는 아버지가 부족한 마당에, 200년 전에 살았던 아버지가 공동 육아를 했다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결혼 한 첫째 딸 '메그'에게 '마치 부인'은 "여자라는 이유로 작은 상자 속에서만 살려고 하지 말고 세상일에 관심을 가져."라고 말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조'처럼 강인한 여자가 자라난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마치 부부는 돈이나 성공을 좇으며 사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음을 늘 일깨워주기도 했다. 화려한 인생에 한 눈을 팔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성장해 나가는 딸들의 태도도 놀라웠다. 내가 어릴 때 저들과 같은 일을 겪었다면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부끄럽기도 했다. "가난하더라도 행복하게, 사랑받고 만족스런 삶을 사는 편이 나아.", "돈은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이지만 가난도 장점이 있다. 가난의 장점 중 하나는 머리나 손으로 열심히 일한 대가를 거머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만족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현명하고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의 절반은 모두 가난 속에서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p529)" 가난으로 인해 다른 부잣집 아이들처럼 제대로 치장하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다가도, 결국에 자신이 가족들에게서 얼마나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는지를 깨달으며 감사함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소설 속에서 적지 않게 등장한다. <작은 아씨들>은 마치 가난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같았다.

 "역시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935p)" 라는 '조'의 외침으로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졌다. 가난이라는 결점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난 아이들은 2부에서는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도울 계획을 세우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부모의 가르침을 헛되이 하지 않고, 너무도 올바르게 성장해준 아이들을 보면서 웃고 울며 진심으로 기쁨을 느꼈다.

 '가족'이라는 집단의 긍정적인 면을 최대치로 보여주고, 돈과 성공에 비해 더 중요한 것이 분명히 일깨워주는 이 소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환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내가 바라던 '집'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난 개혁가가 좋은데.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어. 세상은 개혁가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개혁가가 없으면 세상은 굴러가지 않아. (...)넌 세상에 맞춰 살아. 난 세상의 모욕과 야유를 즐기면서 내 뜻대로 신나게 살거니까." - P582

무엇보다 이 소박한 가족은 그가 가난한 남자라는 이유로 더욱 친밀감을 느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가난은 가난 속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을 살찌우고, 서로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 P872

"남자처럼 보이든 말든 편하면 그만이야." - P253

"토미는 가난하고 수줍음이 많지만 선량하고 똑똑해. (...) 갈색 종이에 물건을 포장해 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제대로 된 신사야." - P579

"비록 우리가 머리카락을 태워먹은 채 낡은 드레스를 입고, 멀쩡한 장갑을 한 짝씩만 끼고 발에 작은 구두를 신었다가 발목을 삐긴 했지만, 게다가 그런 신발을 신을만큼 어리석었지만, 귀부인들도 우리보다 더 즐겁지는 않았을 거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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