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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현역 kbs앵커이자 기자다. 언론인이 쓴 글이라서 그런지 책 구석구석에 사회 현안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카톡방 사건이나 예전 '노 룩 패스' 사건에 이르기까지 뉴스에서 다들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한다. 최근 뉴스의 압축판이기에 현 상황들에 무관심했던 이들이 있다면, <따뜻한 냉정>을 주저없이 권하고자 한다. 단순히 상황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현 사회에서 대두되는 문제를 주제로 삼고 이를 적확하게 분석해 냈다. 언론인으로서 그가 펼쳐 보이는 분석들이 나로서는 놀랍기만 했다. 단어 선택들도 그랬지만, 한 현상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관찰하고,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나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새 주목받고 있는 '가심비'나 '소확행'이 결국은 자기애의 확장이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이런 트렌드들을 나로서도 중시하고 있지만, 그 깊숙이 박힌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따뜻한 냉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한 때는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사람들에게서 조금 잊혀지지 않았나 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보자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반려동물'들의 문제다. 반려동물들은 주인이 집을 나가면 홀로 지내야만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외로움을 채울 수 있고, 위로를 받지만, 반려동물들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그들은 진정한 반려를 얻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저자가 책 속에서 제기 했다. 집 안에서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들에 대한 토론이 확실히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반려동물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에 대해서만 중점이 옮겨갔다.그 밖에도 유기된 동물들에 대해서도 한창 시끌시끌하더니만, 그것도 뉴스에 나오는 때 잠시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물론 나에게서도) 잊혀진 문제가 책 속에서 또 다시 등장해 그것을 재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좋았다.
저자는 언론인이 세상의 낮은 곳을 향해 시선을 던져야 하고, 늘 사회에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언론인이 가져야 하는 태도를 다룬 것이다. 그것이 비단 언론인만 가져야 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중이 자꾸 질문하고, 세상의 낮은 곳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알려주면, 언론도, 정부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회 전반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어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었다.
지금의 기회환경 자체가 자기 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지각하지 못하면 공감 없는 충고만 불쑥불쑥 튀어나오게 된다. 문제 해결은 점점 더 요원해진다. 그래서 대중이, 언론이 계속 알려줘야 한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그들이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 P47
그러다 보면 결국 서로 얼굴을 맞대고 형편을 살피는 일에는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무관심은 가장 무서운 사회질환 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사람이 죽고 사는 일에도 연관되는 문제다. - P79
굳이 힘든 행동에 나설 것 없이 투표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내 삶을 나아지게 할 정책을 누가 제시했고 누가 잘 이행해 왔는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그러나, 그럼에도,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율은 어떤가? - P103
피해자들의 절대권리를 무시하고 제3자들끼리 ‘용서‘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때 그런 식으로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ㅏㄴ일 외교 갈등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아베 일본 총리는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큰소리를 치고, 징용자 배상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태도다. - P118
모두 카운슬러가 될 필요는 없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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