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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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은…… 도살장 같습니다."

()

"그렇군. 도살장이군. 라르손은 차분했다."

(31쪽)

큰일이 벌어지기 전엔 늘 고요한 법이다. 스톡홀름에서 이례적인 대량살인이 발생하기 전의 살인수사과도 그랬다.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수사 인원이 험난한 상황을 겪지 않은 적은 없지만, 이번의 경우엔 차원이 달랐다. 범인을 특정할 만한 실마리가 조금도 없었고, 사건의 거대한 잔혹성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평화롭던 일상은 총기를 사용한 여덟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미수로 처참히 깨졌다. 개중에 한 명은 신원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으며, 경찰관 한 명도 희생양이 되었다(그간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살인수사과에 정이 든 터라 살해당한 경찰관이 밝혀지기까지의 몇 페이지가 평생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온 스톡홀름 시민이 경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는 어김없이 난항을 겪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피해자들의 주변인을 탐문조사하는 일뿐이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까. 역시나 모른다거나 겉도는 대답만이 돌아온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각 지역에서 지원인력이 배치된다.


남은 책장은 점점 얇아져가는데 사건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다. 다른 시간대 다른 공간의 독자인 나까지도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러다 마르틴 베크시리즈를 읽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미제 사건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걱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사건은 앞에 살살 뿌려두었던 떡밥을 회수하면서 어찌어찌 마무리를 짓게 된다. ’베크는 지난봄 이래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숨겨두었던 웃음을 터뜨린다. 이번 사건이 주었던 압박과 긴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록 정의 구현을 위한 행위는 아니었으나 하나의 발자취가 잘못된 상태로 묻혀가던 사건을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이유 없이 희생된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물론 아쉬운 면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일로 조금 더 성장할 살인수사과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도서=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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