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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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에서는 겉으로는 일상적인 우연이 사건 해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통의 신고전화와 한 대의 순찰차량이 없었다면 스톡홀름을 패닉에 빠트린 이 사건은 영영 해결될 수 없었다. 앞서 읽었던 어떤 사건과도 비교되지 않는 잔혹함을 고려한다면, 사소한 발견이 더없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잔악하고 무의미한 죽음 앞에서 그들은 범행의 장본인보다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320쪽)"


이번 사건은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경찰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움과 절망감, 그리고 무력감을 안겼다.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수사 기법까지 생겨났지만 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멀끔한 모습을 한 범인은 처음부터 특정하기조차 어려웠고, 의도하지 않으면서도 미꾸라지처럼 경찰의 수사망을 번번이 벗어났다. 거듭되는 실패에 시민들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자경단을 조직하는 데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막연한 추적'을 지속해 나간다. '사생활'이나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한 끝에 받는 평가가 그저 '요행'이라는 시선일지라도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 범인을 찾기 위한 더 좋은 방식을 고민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이처럼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나 존경심이 두텁게 깔려 있다.


『발코니에 선 남자』는 두 가지 포인트가 눈에 띄었다. 우선, 범죄와 범죄가 면밀하게 닿아있다. 경찰들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그리고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복지 국가라는 허물에 가려져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거나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른바 '사회의 찌꺼기 구성원'들에 주목한다. 이 점에서 『로재나』부터 『발코니에 선 남자』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의 시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은 재빠르게 문제를 캐치하고 해결해 나가는 식의 범죄 만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하나의 범죄를 깊고 넓게 분석하면서 사회라는 숲을 바라보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후루룩 넘어가는 책장 속에서 알게 모르게 더 큰 문제를 의식하도록 만들다니 놀라운 글 솜씨다.


(도서=출판사 제공)


그에게는 더이상 사생활이 없었다. 쉬는 시간도 없었다. 임무와 책임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살인범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상, 날이 밝은 이상, 공원이 존재하는 이상, 공원에서 노는 아이가 있는 이상, 오로지 수사만이 중요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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