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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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로재나』에 비한다면, 이번 사건은 양반인 편이다.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데만 해도 족히 3개월은 걸렸던 첫 작과는 달리,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간단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자인 '알프 맛손'은 취재 차 방문한 헝가리에서 실종되었다. 하지만 몇 가지의 정보를 제외하면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는 타지에서 살해되었을 수도 있지만, 자의로 자취를 감추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50여 페이지의 짧은 작품이지만 꽤나 골머리를 앓게 될 걸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베크'는 휴가를 반납하며 헝가리까지 찾아가지만 쉽게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 게다가 '맛손'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안 좋은 면만 드러내는 남자였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고, 술을 마시면 난폭하게 구는 파렴치한이었음이 수사를 통해 점점 드러난다. 결국 '베크'는 이전 작에서 함께 했던 '콜베리' 등의 동료들과 사건을 해결하지만, 어쩐지 정의를 구현한 사람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아니다. 도리어 진실을 밝혀내지 않았다면 조용하게 유지되었을 일상을 깨부순 불청객이 된 기분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소설은 끝난다.


"당신 말고 다른 경찰들이 있을 거 아냐. 어째서 만날 당신이 모든 임무를 맡아야 해?(74쪽)"


사건을 마무리한 '베크'의 착잡한 모습에 동요하게 되는 건 이번 작에서 경찰로서의 '베크'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로서의 자아(129쪽)' 때문에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헝가리로 떠나 사건을 해결하다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겪는다. 또한 특유의 예리한 감으로 전문성을 선보이며 사소한 우연이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에 진심인 '베크'는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적절한 보상을 부여받지 못한다. 잠시 동안 주어지는 자신에의 침잠만이 그가 얻어낸 유일한 성과다. 그 시간마저도 또 금세 다른 사건으로 침해받을 것이다. 이런 '베크' 씨도 참다 참다 폭발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을까? 9 to 6를 칼같이 지키는 직장인에게 '베크' 씨는 경이롭고 위대하다. 수많은 '베크' 들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어떤 마음으로 한 해 한 해를 쌓아 나가는지 가늠할 길이 없다. 개인이, 국가가, 세계가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도서=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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