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날 연휴 동안 실로 즐거운 독서를 했다. 머리를 끙끙 싸매는 일 없이, 진심으로 다음 장의 내용을 궁금해 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일이 오랜만이었다. 경찰소설의 원조격인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그 첫 번째 작품 『로재나』다. 책 제목에서부터 명시되어 있듯이 소설은 어느 날 사체로 발견된 '로재나 맥그로'의 죽음을 추적하는 데 온 페이지를 할애한다. 처음에는 시신에 대한 묘사만이 유일한 증거였던 상황에서 범인을 특정하고 결국은 체포하기까지의 과정이 놀랍도록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로재나』에는 한창 즐겨보던 '셜록 홈즈'나 '명탐정 코난'에서처럼 비범한 추리광이이 등장하지 않는다. 신적인 존재의 부재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무척 더딘 편이다. '로재나 맥그로'라는 사람의 신원을 밝혀내는 데만 해도 3개월 가까이 소요된다. 어렵사리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냈다 해도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떤 방향으로 문제를 이끌어나가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는 가운데 핵심이 되는 것이 경찰들의 체력과 정신력이다. 기자 생활의 경험을 살려 작가 '셰발'과 '발뢰'는 경찰의 구조나 사건의 진행상황에 관해 생생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서술해 놓았다. 두 명의 작가가 가진 필력 덕분에 『로재나』는 현실적인 속도로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뛰어난 몰입력을 자랑한다. 지난한 수사과정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장면을 뛰어넘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도리어 이런 과정에의 검토와 참여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용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한 취조를 묘사한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온 몸의 기를 다 빨아먹는 듯한 추적수사나 체포과정 또한 그랬다. 이렇게 많은 힘이 소요되는 일이 겨우 하나 끝났을 뿐이라니. 직업에 대한 존경심마저 절로 들었다. 매번 뚝딱하고 사건이 해결되는 영상작품만 보다가 긴 호흡으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설날뿐만 아니라 긴 연휴기간이 주어진다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꼭 추천하고 싶다.

(도서=출판사 제공)

전과도 없고 용의자 선상에 오른 적도 없었던 웬 인물이 할란드의 어느 경찰관 앞에서 느닷없이 눈물을 터뜨리며 칠 년 넘게 묵은 교살 범행을 털어놓았다. 너무나 늦게 찾아온 결말이 과연 늙은 형사에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안겼을까? 마르틴 베크는 가끔 그게 궁금했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