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데어라 혼 지음, 서제인 옮김, 정희진 해설 / 엘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유대인'이 어떤 대상으로도 치환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은 유대인에만 관심을 가지는 일이 어째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반감의 대상으로 살아갈 때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관심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시선에 대해 이라고 털어놓는다. 또한 사람들이 죽은 유대인에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은총과 사면(p.37)"이며, "예의 바른 피해자(p.38)"로서 잔혹한 진실을 은폐하고 살아가기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전히 반유대주의가 실재함을 일깨우고, 독자들이 완전한 진실을 추구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유대 문화로부터 얼마나 멀리 살아왔는지를 실감했다. 이로 인해 내가 속한 문화나 이로 인해 입는 피해가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혹은 더 나아가 유난스러운 행동으로 비칠 수 있음을 느끼기도 했다. 요원한 감각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지만 저자의 유대 문화와 역사를 향한 존경심과 애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유대인을 "자기 앞에 놓인,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닌 장애물들에 맞닥뜨리더라도 삶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표현하며, 자신이 언제나 죽은 이들 위를 걷고 있음을 잊지 않는다. 사랑이 모든 폭력의 궁극적인 메시지와 최종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인지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환대하는 일이 그렇게 미친 짓은 아니(p.277)"라고 호소한다.


기억의 과정이 일단 중요해지면, 그것의 세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누적된다. 왜냐하면 기억 자체가 살아있는 것이 되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주는 다음 세대 사람들 모두에 의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p.340)


기억과 기억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루는 게 이 책이 보여준 유대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에의 올바른 관심을 촉구하는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로부터 어떤 기억이 계속해서 덧대어져 어떤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