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읽으면 읽을수록 중압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아프가니스탄'과 끝없는 전쟁, 그리고 이런 운명을 견디고 있는 여성들의 생애는 쉽게 마음을 파고들고, 이전까지는 흐릿하게 알고 있던 국가에 대한 호기심과 열의를 불러일으켰다. 소설이 과거의 일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라일라'와 '마리암'이라는 두 여성에게 주어지는 전쟁과 가부장제의 이중적인 억압이 고통스러워서, '라일라'와 '타리크'의 말도 안 되는 로맨스가 감격스러워서 울음을 참아가며 뒤로 갈수록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극악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버티게 해 준 '라일라'와 '마리암' 사이의 사랑이다. 전쟁통에 갑작스레 부모를 잃은 '라일라'에게 '마리암'은 어머니였으며, '라일라'는 '마리암'에게 '가족'이라는 꿈을 실현시켜 준 존재였다. 명분을 잃어버린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고향이 폐허처럼 변하고, 여성을 비인간화시키는 상황 속에서도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죄 없는 아이들을 지켜냈다. 어떠한 인정도 없었고, 괴팍하고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꾸 솟아오르는 고난의 시기를 온몸으로 내리치며 나아갔다. 참는 것만이 여자의 미덕처럼 여겨지던 시기에 그들의 안에 꿈틀대던 분노와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서로를 위해 생겨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