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4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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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과학의 비판자 역할을 자처한다. 오랫동안 여성의 적으로 위치해 있던 "과학에 드리워진 객관성과 보편성, 가치중립성이라는 신비의 베일을 걷어 올렸다(12쪽)." 민음사의 새로운 인문 시리즈 '탐구' 중 하나로 공개된 이 책은 성염색체부터 임신, 인공지능 등 독자와 심리적으로 가까운 주제를 선정하여 흥미를 이끌어내면서도 관련된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부수어 과학과 멀어지고 있던 독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또한,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가 젠더로부터 자유로운 각양각색의 '모자이크 뇌'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가능성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여성의 입장에서 우울증과 섭식장애, 임신 등을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성차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거나 신비로움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영역들을 적극적으로 들추고, 관련 연구자들에게 방향 재정립을 촉구한다. 더 나아가 '난자 냉동'에 뒤이어 '정자 냉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여성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던 영역에 남성도 주인공으로 소환한다. 비서 로봇을 여성으로 만드는 등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을 기피하자고 주장하면서 여성에게 부여된 차별과 혐오를 의식적이고 인공적으로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에코 페미니스트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여성의 주임무처럼 여겨졌던 '돌봄'을 '인류세'의 주요 구출 전략으로 제시하며 글은 마무리된다.


이 책은 페미니즘과 과학기술이 서로 결합되기 위한 시도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분명한 사실을 우리에게 전한다. 여자들이 과학을 친구로 삼는 문화 속에서 탄생한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이 페미니즘과 과학기술의 결합 과정 속에서 유의미한 일을 해낼 가능성을 믿는다.

일반적인 성형 수술이 마치 수술받지 않은 양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하는 데 반해 오를랑은 그 과정을 공개해 보이지 않는 성형 수술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의도적으로 그로테스크한 얼굴을 택해 사람들이 아름답게 여기지 않은 괴물이 됨으로써 성형 수술을 가부장적 미를 실현하는 도구가 아닌 페미니스트 미학의 도구로 전유했다. - P159

2007년 미국 국가 과학상을 수상한 핵물리학자 페이 에이젠버그셀러브는 이렇게 말했다. "하버드든 다른 어느 대학이든 이류밖에 안 되는 남자 교수가 많다. 나는 이류밖에 안 되는 여성 연구자가 대학 정년직을 받는 것을 봐야만 성차별이 없어졌다고 믿겠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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