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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평점 :

글 쓰는 자아를 몇 번이고 부정하지만 에세이 한 권으로 누구보다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박정민부터 <씨네 21>의 이다혜 기자까지, 화려한 라인업만으로도 이 책에 관심을 가지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내겐 쓰고 싶은 마음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책의 제목이 좀 더 매혹적이다. 누구도 보지 않을 블로그를 계속하면서 나 또한 그런 가슴 앓이를 하기 때문이다. "꼭 내가 써야 하는 글이 세상에 있을까?(78쪽)" 내가 쓴다고 해서 누가 보기나 할까? "수요가 없는 공급(123쪽)"의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끼면서도 결국 노트북 앞에 앉는다. "도달할 수 없을지라도 그곳을 향해 사는 것 말고는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을(42쪽)" 나 또한 모르는 탓이다.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에는 쓰고 싶지 않다고 이유를 가득 적으면서도 이 책의 지면을 채우고 있는 9명 필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결과가 어떻든 쓰기 만만했던 글은 단 한 편도 없었다.(93쪽)"고 토로하면서도, 갖가지 이유로 계속해서 글을 쓰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누군가는 이미 받은 돈 때문이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쓰고 싶지 않으면서도 엄청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동기로 작용한다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만족시키기 어려운 자기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모습이 하루하루를 꼬박꼬박 살아내는 우리 모두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겨움, 스트레스, 자기혐오와 동시에 즐거움과 흥미, 관심, 열정을 동시에 준다.(주는 거 맞지?)(181쪽)"는 면에서도 글쓰기와 삶은 닮아 있다. "답이 없는 질문을 붙들고 죽자 살자 매달려(83쪽)" 자신만의 답안지를 채운다는 점에서도 물론 그렇다. 고작 찰나의 순간을 위해 우리는 계속 싫은 것들을 견디고 있다. 비실용적인 태도이긴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다. "나는 비극적 결함을 갖고 태어난 비극의 영웅이다.(229쪽)" 글 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섬광처럼 번뜩이는 행복을 목격하고자 글쓰기라는, 혹은 삶이라는 함정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