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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바람과 해와 별이 멀리 있고 가까이 있고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음을 그는 알았다. 그를 고향 땅에서 아득히 먼 곳으로 데려간 것은 바로 그의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다구는 긴 여행으로 어떤 대단한 지혜를 얻었다고 여기지 않았다.(224쪽)
선대로부터 전해 들은 전설을 바탕으로 알래스카 원주민의 정체성을 담은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는 작가 벨마 월리스의 두 번째 소설 『새소녀』를 읽었다. 『두 늙은 여자』에서처럼 생존을 위한 강인함과 인내심, 그리고 공동체의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더 넓고 먼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간다. 각각의 무리에서 별종으로 취급받고, 이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져 온 '새소녀'와 '다구'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전통의 깊이와 젊음의 패기를 동시에 감각한다. 모험에 대한 열망을 부추기면서, 한편으로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소중함을 일깨우는 『새소녀』는 『두 늙은 여자』 만큼이나 우리를 충만하게 하고, 우리의 내일에 이전보다도 더 큰 기대와 믿음을 품을 수 있도록 만든다.
『새소녀』는 생존을 위해 집단의 결속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문화에 어울리지 못한 채로 자유와 모험을 꿈꾸는 '새소녀'와 '다구'에 관해 이야기한다. 예측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고, 공동체의 안위를 우선시해야 하는 집단에게 '새소녀'와 '다구'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젊은이에 불과하다. 세상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건 공동체 부양을 위한 성고정화된 역할과 결혼, 그리고 재생산뿐이다. 그러나 자신을 이끄는 내면의 목소리에 더 관심이 많았던 '새소녀'와 '다구'는 부여받은 정상성으로부터 결국 탈출을 감행한다. 갖은 시련을 견디며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향해 나아간 '새소녀'와 '다구'는 도리어 본래부터 자신의 곁에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는다.
작가 벨마 월리스의 작중 인물들은 시시각각 생존을 위협받는 무리 밖의 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힘을 구축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새소녀'와 '다구' 또한 꿈의 좌절과 현실로의 복귀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울타리 밖에서 찾을 수 없었던 사랑하는 이들의 손을 붙잡고 공동체에 구속되지 않은 자신만의 인생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고유한 정체성과 공동체 안에서의 자기 정체성을 모두 지켜내는 작가 벨마 월리스의 글은 따스한 위안은 물론, 인간관계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한 깊이 있고 현명한 조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