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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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과 조너선이 모든 것을 이해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시간 경과로는 동트게 할 수 없는 새벽의 특징이다. 우리 두 눈을 어둡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이다. 우리가 깨어나는 날이야말로 비로소 새벽이 동트는 날이다. 앞으로 동터야 할 많은 날이 있다. 태양은 아침에 떠오르는 별일뿐이다.(444쪽)


소로의 대표작이자 불멸의 고전으로 칭송받는 『월든』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 등장하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를 통해 관심을 받기 이전부터 번번이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끝내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월든 호수 옆 숲속에 거주하며 자연과 공존하고, 덜 소유하기 위해 시도하는 소로의 태도는 존경할 만한 것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영 와닿지가 못했다. 그리고 현대지성에서 새롭게 출간한 버전으로 소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데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된 『월든』은 「시민 불복종」을 함께 수록하여 소로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더불어, 번역가 이종인의 깊이 있는 번역과 작품 해제, 그리고 사진작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의 사진은 독자들이 생생하게 『월든』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로의 월든 생활은 세속적인 요구와 기대를 저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소로는 하나로 고정된 성공의 이미지를 부정하면서 사람들이 이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더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 공부하고 평생 동안 일을 하지만, 성공적인 삶으로 가는 입구가 비좁기 때문에 우리는 잃고만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로가 보기에 훨씬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현대인을 가장 두렵게 하는 가난과 외로움은 그 앞에서 무력화된다. 그건 도리어 삶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는 감미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시끌벅적함과 풍족함의 면에서 소로는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월든과 화이트, 두 호수에게서 오는 힘은 소로를 그 누구보다도 충만한 인간으로 만든다. 자연 안에서 느끼는 일체감과 자유야말로 소로가 추구하는 '더 높은 법'이다. 호수는 인류가 하나의 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부추기며, 우리를 억압하는 현실적인 굴레들의 실체를 발가벗긴다. 초월주의를 향한 소로의 숭배는 호수로부터 시작하여 호수로 끝을 맺는다. 자연의 일부로서 소박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우리는 비로소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서서 더 큰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소로의 주장이 꿈꾸는 것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우리가 성공하려고 절망적일 정도로 분투하는 모양을 보고 있자면 소로의 방식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기도 하다.




「시민 불복종」에서는 사회적 행동주의자로서의 소로를 만나볼 수 있다. 자기 방식에 대한 확신과 미약한 시작으로 원대한 결과를 맞이하겠다는 작가의 의지만큼은 「시민 불복종」과 『월든』의 공통분모이다. 또한, 자연 안에서의 평등한 자유를 경험한 소로가 있었기 때문에 노예제에 반대하고 행동하는 훗날의 소로가 탄생했다는 생각도 든다. 소로는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맨 앞에 내세웠으며, 누구도 개인에게 무언가에 복종하기를 강요할 수 없다고 믿었다. 소로는 국가와 정부의 능력과 실천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시민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국가와 정부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개인에게 더 독립적이고 강력한 권력을 쥐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소로의 생각은 무자비한 혼란을 연상시킨다. 한편으로, 국가라는 주류 질서에서 벗어난 개인도 국가의 일에 개입하지 않고,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한다면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국가의 울타리 밖에서 구원받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행렬을 생각하면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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