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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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북부, 추위와 배고픔에 지칠대로 지친 무리의 한가운데 '두 늙은 여자'가 있다. 그들이 하는 거라곤 온갖 것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일뿐이다. 각각 '칙디야크'와 '사'로 불리는 두 명의 여성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으면서도, 그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우리가 노인에게 부정적인 프레임을 덧씌울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모습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들은 후회로 얼룩진 삶을 살고, 그들 자신과 우리를 향해 쉼없이 비난을 가한다. 그러나 '벨마 월리스'는 우리의 편견으로부터 성큼성큼 멀어진다. '칙디야크'와 '사'는 늙음과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외롭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현대의 고독사를 노인에게서 떼어내는 데 성공한다. 『두 늙은 여자』는 한번뿐인 생애동안 진정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에 대한 소설이다. 우리는 이 소설로부터 어떻게 하면 삶을 살아내고 또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배운다.


'칙디야크'와 '사'는 아주 드물게 내재된 잠재력을 발휘할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사실 때문에 죽음을 선고받은 후 그들은 도리어 자신들 안에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음을, 자신에게는 아직 살 권리가 있음을 발견한다. 세간의 평가는 그들을 전혀 위축시키지 못한다. 믿었던 이들에게 당한 배신의 경험이 그들에게 잔인한 트라우마를 남겼더라도, 그들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11쪽)"을 입증해 보였다. 우리가 원한다면 나이나 성별 따위의 제약은 극복 가능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우쳐 주었다. 점점 더 늘어나는 수명과 노인들을 향한 배척의 시선을 고려한다면, 『두 늙은 여자』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들은 제약받은 가능성을 해방시킴과 동시에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69쪽)


'칙디야크'와 '사', 그리고 그들의 무리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진 지점에서 끈질긴 생명력과 함께 자신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척박한 땅 위에서 쉴새없이 이동하며 살아남은 원주민들의 생명력은 경이롭고, 또 고무적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긋지긋한 전세계적인 고비 안에서도 우리 안의 끝없는 가능성과 연대의 힘을 느낀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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