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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평점 :
사람들이 내게 들려주지 않은 진실은 얼마나 많을까? 내가 네게 들려주지 않는 진실은 또 얼마나 많겠니?(169쪽)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어떤 기억에 관한 소설이다. 기억은 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특수한 공간성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전 미국인에게 좌절감을 안겨 주었던 '챌린저호' 폭발을 묘사함으로써 보편성을 띠고 있다. 시간이 꽤 흐른 뒤 회상의 방식을 통해 서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억은 끝내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다. 기억이 반쪽짜리 진실밖에 폭로할 수 없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무지함으로 인해 저지른 일들이 서술자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자신을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처럼 그려내려 하고, 그 자신도 이를 인지한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이 서술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기억 속 '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술자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려는 시도를 지속한다. 자신의 아이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보다는 더 나은 남자가 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서술자의 이러한 노력은 그의 아이는 몰라도, 독자 모두를 감동시키기엔 충분하다. 소설의 끝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진실된 애정으로 완전해진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작가 M. O. 월시의 대표작을 당신이 읽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 모든 순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과거를 돌아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또 운이 좋다면, 그 순간을 소중히 아낄 수도 있을 것이다. (...)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370~1쪽)
서술자의 회상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함께 어울려 지내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차츰 무언가를 잃어가기 시작했던 고등학생 때의 기억까지를 뒤죽박죽 가로지른다. 기억 속 무대의 중앙에는 '린디 심프슨'이 서있다. 육상부 선수이자 동네 친구인 '린디'에 대한 서술자의 사랑은 집착적이며, '린디'에 의해 그의 세상은 들썩이며, 둘로 쪼개지기도 한다. 서술자는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한껏 표현하고 싶어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녀의 삶을 훔쳐본다는 죄의식 때문에 갈등한다. 진심이 전달되지 못한 채로 '린디'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둘의 관계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선한 사랑의 기억과 집착적인 악몽을 밑바탕으로, 혹은 때로는 기억들과 맞서 싸우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범인 추적 미스터리 스릴러의 길을 걷는 한 편의 성장소설이다. 절대 바꿀 수 없을 기억 속 유령들과 맞서 싸우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삶은 샘솟는 애정으로 충만해진다.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면 진실을 밝혀내려는 열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은 진실에 의해 비참해지기보다는 새로운 결속과 그로부터 오는 선한 애정을 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찬란하게 빛나던 과거의 태양이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 도리어 이전보다 훨씬 나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기억에 대한 흔한 원망이나 죄책감으로 버티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놀라움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어른이 된 데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서술자가 "우리 둘이 이 세상 속에서 좋은 남성으로 살아갔으면 해./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 말할 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네가 이해하길 간절히 바라.(423쪽)"라고 말할 때, 어쩐지 울컥하는 심정이 된다. 절망과 좌절의 순간은 결국 아이들이 서로에게 유대감을 느끼며, 비할 데 없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소설의 안과 밖의 그 모든 시간으로부터 진정한 사랑과 선한 의지를 배운 그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