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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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 와이프』는 말 그대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끝을 봐야 하는 소설이다. 법조인으로 활약했던 작가답게 소설은 높은 단계의 현장감과 긴박감을 조성하여 독자들을 삽시간에 몰입시킨다. 또한, 사건의 진실이 전부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우리를 놀라게 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전문 출판사 '키멜리움'의 첫 출판물이자 2020 하퍼 리 상 수상 작가인 '빅터 메토스'의 첫 한국어 번역본인 『킬러스 와이프』의 등장은 '법정 스릴러'를 향한 독자들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연방검사 '제시카 야들리'는 『킬러스 와이프』의 주축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제시카 야들리'가 법질서를 수호하는 인물이라면, 그녀의 전 남편인 '에디 칼'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에디 칼'은 사형선고를 받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연쇄살인범이다. "현대 심리학은 이제 악을 이야기하는 대신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뇌의 손상을 말(6쪽)"하지만, '에디 칼'은 불운한 어린시절과는 거리가 멀다. "죽음을 향한 파괴적 충동(7쪽)"을 제어하는 데 실패한 악의 현현. 그 말 이외에 '에디 칼'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인간은 본래 자신과 반대되는 인물에게 끌린다고 하지만, '에디 칼'과 '제시카 야들리'와 같은 극적인 조합은 여전히 생소하고, 그 때문에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흥미는 배가된다. '에디 칼'의 모방범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FBI 요원 '볼드윈'을 비롯한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제시카 야들리'에게 달려온다. 그런 종류의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그녀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타라,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내서 그걸 악용하는 남자들이 있어. 연민의 감정, 용서하는 마음, 배려심, 측은지심, 사랑, 그들은 이런 것들을 갈구하고 그걸 너한테 악용하는 거지. 하지만 그런 성정은 약점이 아니야. 그런 성정은 네가 가진 힘이고 어떤 누구도 네가 거기에 반하는 일을 하도록 만들지는 못해.(223쪽)


싸이코패스 '에디 칼'이 떠나간 자리에 '제시카 야들리'와 그들의 딸 '타라'가 남았다. '제시카 야들리'와 '타라'는 살인범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무자비한 추측이나 맥락 속에 숨겨진 비난을 견뎌내야만 한다. 하지만 '제시카 야들리'와 '타라'는 질 나쁜 인간을 알아보지 못한 피해자의 위치에 자신들을 고정하지 않는다. 과거를 마주할 때마다 끊임없이 아찔함을 느끼면서도, '에디 칼'이라는 세상을 직면하고 맞서 싸운다. 그들은 이번엔 멍청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더 나아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생겨나는 일을 막기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싸움에 끼어든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함을 악용한 남자들에게 순순히 굴복하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때에 지적인 일격을 가한다.

'제시카 야들리'와 '타라'는 살인범의 가족이라는 포지션 이외에 여성으로서의 소수자성 또한 가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 '제시카 야들리' 검사와 '애그비' 판사는 자신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상황들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만약 제가 남자라면 저에게 지금 배석 검사가 되어 그에게 물건들을 건네주라고 하시겠어요?(332쪽)", "법원에 부임하고서 첫 재판에서 판사가 바지를 입었다고 내게 고함을 지르더군. 그는 여자들은 이미 충분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자기 법정에서 여자들이 남자처럼 보인다면 기분이 엿 같을 거라고 말이야.(382쪽)"). 이렇듯 '살인범의 가족', 그리고 '여성 검사'로서의 이중적인 위치 때문에 '제시카 야들리'의 성과는 독자에게 더 큰 스릴을 선사한다.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살인의 비밀』은 법정 스릴러 장르 특유의 교묘한 머리 싸움 때문에 영화화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작품을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타라'를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작품이 집필되기를 나처럼 바라 마지 않을 것이다. '에디 칼'과 '제시카 야들리'는 살인범과 연방검사로서 기묘합 조합처럼 여겨졌지만,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타라'는 부모 세대의 간극이나 그들에게 부여된 평가를 뛰어넘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타라'가 중심이 된 또 하나의 세계는 독자의 예측을 번번이 벗어나면서 차원이 다른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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