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은 '영무',' 여진', '소정'의 이별, 상실, 그리고 공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영무'와 '여진', 그리고 '소정'이 삶 속에서 느끼는 불행은 결코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그건 그들 자체이고, 따라서 이를 제거하려고 시도하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망망대해 같은 불행을 짊어진 채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 견디는 것에 불과한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대로 살아있기 위해 부득불 노력을 기울인다.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게 된 적적한 삶과 그의 옆에서 삶에 대한 열망이나 기대를 빼앗긴 삶, 또 평범한 또래처럼 살아갈 수 없는 가난한 삶을 감안한다면, '영무'와 '여진', '소정'의 삶에 대한 노력은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제대로 살고 싶다는 열망(127쪽)"을 멈추지 않는다. 몇 번의 이별을 반복하는 동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빼앗겨 버렸고, 자신의 절망과는 관계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황망함을 느끼면서도 그들은 4월을 끝내고 5월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