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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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에도 불구하고 따뜻해질 수 없었던 밤들

공허한 위로와 다독임은 걷어낸 처절한 밤과 마주하다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

수상작 『개 다섯 마리의 밤』


생각해 보면 요한, 우리는 간절함 하나로 이 세상을 버텼어요.

(...)

어쩌면 요한, 간절함에 배반당하는 순간이 지옥이란 걸 알았기에 우리는 더 간절할 수밖에, 악착같이 간절함에 매달릴 수박에 없었던 걸까요.

(...)

요한.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_265쪽


일찍이 작가 조우리의 단편에서,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작가 채영신의 제목으로도 활용된 '개 다섯 마리의 밤'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원주민들은 추위를 견딜 수 없는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는데, 그중에서도 너무 추워 견디기 어려운 밤을 그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일한 설화를 제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각각의 글은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 조우리가 개를 다섯 마리나 끌어안은 데서 오는 따뜻함을 이야기했다면, 작가 채영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없었던 밤에 관해 털어놓는다. 이미 충분한 고통 위에 점진적으로 덧대어지는 고통과 구원을 향한 인간들의 광기 어린 집념이 남긴 상흔은 책을 덮은 지금에도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지금처럼 어두운 시대에도 이 소설은 출구가 분명한 곳으로 나아가려고 들지 않는다. 도리어 지독하게 괴로운 동굴 안으로 파고든다.



작가는 신체상의 차이나 불우한 가정사로 인한 트라우마 등을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배제된 인물들을 소설의 중심축으로 내세운다. 보편적인 질서로부터 벗어난 그들은 종종 '사회적 약자'로 분리된다. 그들을 납작 엎드리게 만들기 위해 세상이 하는 온갖 치졸한 행위들을 보고 있자니 요즘에도 뉴스에서 종종 들려오는 집단 따돌림이나 그로 인한 자살 소식이 문장 위에 겹쳐진다. 정당하지 못한 일방적인 혐오와 죽음을 통해서만 끝나는 슬픔은 소설과 현실을 하나로 잇는다. 개 다섯 마리를 껴안아도 덥혀지지 않은 밤은 우리의 발끝까지 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니까 여호와는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으로 바로 너 같은 사람을 선택한 거야.(72쪽)


색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세민'을 '요한'은 멸망이 도래했을 때 세상을 구할 구원자로 여긴다. 왜곡되고 억눌린 마음과 따돌림, 폭력 등으로 얼룩진 사회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던 '세민'은 태어나 처음으로 주인공의 자리에 설 기회를 얻게 된다. 너무 일찍 커버린 '세민'의 외로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의 놀라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요한'은 이를테면 '세민'이라는 '밤'에게 주어진 '개 다섯 마리' 같은 사람이었다. 신의 계시를 받고, 신을 대리해 믿을 수 없는 일들을 펼쳐 보이지 않아도 '세민'이나 '요한'은 이 세계관의 '구원자'가 분명해 보였다. 세상이 못 박은 '비정상성'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이 믿는 바를 향해 나아갈 줄 알았고, 또 숱한 시련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가 오리란 사실을 긍정하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원자', '성별자'라는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면서 현실 세태를 예민하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바랐지만, 이제 그 간절함은 또 한 번 배신당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버티고 나아가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간절함이 배반당했음을 인정하고 주저앉는 일만 우리에게 남았을까.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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