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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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 시리즈'도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3권 『성가신 사랑』을 목전에 두고 심히 우려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남편과 헤어진 이후로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올가'의 모습을 격정적으로 묘사한 2권 『버려진 사랑』에서 감정 소모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사랑 시리즈'의 끝판왕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의 예감은 그러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기 자신은 물론 아이들과 개 '오토'까지 파멸로 몰아가던 '올가'에 비하면 '레다'는 침묵하는 경우에 가깝다.

'나쁜 사랑 시리즈'를 가로지르는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집착적인 욕망'이다. 그 대상은 어머니, 남편, 그리고 자식들로 옮겨 간다. 셋 다 여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각각 딸,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 여성의 지위를 규정짓는다. 한 명의 여성에게 있어서 그녀들의 세상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기 때문에 어머니, 남편, 자식들에 대한 욕망은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여성들이 올바르지 못한 관계 속에서 자아를 잃는다는 것이다. 주체로서의 힘을 잃은 여성들은 상대가 존재해야만 자신의 존재가 성립될 수 있다고 여긴다.


순간 내가 딸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노만 해도 그렇다. 그 순간 나는 비앙카와 마르타의 경험을 기준 삼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21쪽)


2권 『버려진 사랑』에서 '올가'에게 전 남편인 '마리오'가 있었다면, 3권 『잃어버린 사랑』에서 '레다'에게는 '비앙카'와 '마르타'가 있다. '레다'는 자신의 육체적인 특징이 반영된 딸들을 자신과 한 몸인 것처럼 느낀다. '비앙카'와 '마르타'가 자신들이 가진 특징에 대해서 불평하거나 의도적이지 않게 주변 사람들의 뛰어남 때문에 모욕을 받을 때 '레다'는 그녀 자신이 무언가를 빼앗기는 것처럼 행동했다. 딸들의 친구를 질투하고 가혹하게 대했던 것이다. 딸들과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 때문에 짓눌리는 듯한 압박을 느끼고,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레다'는 딸들과 한 목소리를 낸다. 물론 '레다'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딸들 곁을 떠났던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시기 동안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뛰어난 능력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끝내 '레다'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다. 결국은 아이들을 잃어버리게 될 테지만, '레다'는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자기 자신이 더 쓸모없고 절망적이라고 느꼈다. 엄마로서의 자아도 그녀의 일부였고, '레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로사리아'는 '레다'가 자신의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만 했던 일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어렵게 얻은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 하지만, 실제 육아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듯 보인다. 뱃속에서 자신을 갉아먹는 듯한 '마르타'에게서 괴로움을 느끼던 '레다'나 인형을 잃은 후 하루 종일 엄마의 진을 빼놓는 딸로 인해 떠낢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된 '니나'는 '로사리아'가 세워놓은 이상적인 어머니의 상과 거리가 멀다. '로사리아'뿐만 아니라 모성에 관해서 사람들은 환상을 몇 겹씩 씌워 놓는다.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위해 본래의 자아를 잃어버린 채로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야만 한다는 것 또한 모성에 덧씌워진 환상이다. '나혜석'의 「모 된 감상기」나 '샬럿 퍼킨스 길먼'의 「엄마 실격」 등의 작품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모성'을 왜곡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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