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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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작의 저자는 무려 '마가렛 애트우드'이다. 그녀는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눈먼 암살자』, 그리고 『증언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꽤 사랑받고 있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들은 소설이지만 또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로 독자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게다가 적지 않은 양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매우 좋아 술술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작가'와 '글쓰기'에 관한 글을 내놓았다고 하니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높은 기대치와 함께 받아든 『글쓰기에 대하여』는 어렵지 않게 독자인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예술적인 글쓰기와 작가라는 직업, 또 독자로서의 태도에 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가렛 애트우드'의 강의는 풍부한 예시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테의 『신곡』이나 조지 오웰의 『1984』 등의 작품과 함께 '작가', '독자', 그리고 '글쓰기'라는 주제를 가로지른다. 이는 독자들이 한층 쉽게 '마가렛 애트우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모험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부추긴다.

과정이나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마가렛 애트우드'는 『글쓰기에 대하여』에서 '글쓰기'를 환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직업 가운데 하나로 대한다. 작가나 글쓰기에 관한 극단적인 신화를 배제하고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작가들의 진실된 모습이 드러난다. 처음으로 마주한 작가의 민낯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예술보다는 물질적인 가치에 좀 더 얽매여 있다. 작가 본인과는 전혀 동떨어진 자아로부터 작품들이 탄생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와는 만날 수 없다고 '마가렛 애트우드'는 주장한다. 영화나 드라마 밖에서 만난 배우들이 이전에 맡았던 역할과는 달리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사람일 때처럼 말이다. 작품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영영 그때 그곳의 배우나 작가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자아와 함께 어둠 속으로 파고들어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어둠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위해서 작가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여 자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한다. 장애물을 넘어서려는 작가들의 투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 책의 서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가들은 "그 속에 들어가서 운이 좋으면 어둠을 밝히고 빛 속으로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오리라(25쪽)"는 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이런 연유로 끊임없이 어둠을 추구하고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돌에 새긴다. 결국엔 작가 자신은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올바르고 이상적인 독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해 주리라고 믿으므로 그들은 여행을 지속한다. 올바른 독자들은 어둠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의 사회적 의미를 판단하고, 또 실질적으로 사회적 변화들을 이끌어 낼 책무를 부여받는다. '마가렛 애트우드'는 작품을 판단하는 일은 오롯이 독자에게 달려있다고 선언하는데, 나의 수동적인 태도들을 떠올려 본다면 절망스럽다.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59쪽)" 이런 질문들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인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할 일이 아닐까.


여성 작가들은 낭만주의 시대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으며,

 '천재'라는 메달을 별로 걸어본 적도 없습니다. (151쪽)


작가 '마가렛 애트우드'의 글에는 언제나 여성들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글쓰기에 대하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성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서술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과거 여성 작가들은 놀라운 글쓰기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칭찬을 받아본 일이 별로 없었다. 이 때문에 평판으로 인해 얻게 되는 고질적인 자기혐오와도 거리가 멀었다. 독자가 있어야만 글이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돌이켜 본다면 여성 작가들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과거의 여성 작가들이 그렇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일 때문에 오늘날의 여성 작가들은 고전 여성 작가들의 명성에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마가렛 애트우드'는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 작가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현재 이후로 여성의 글쓰기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20세기의 '마가렛 애트우드'를 윗세대로 두고 있는 이상 글을 쓰면서 그녀의 그림자를 떨쳐 내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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