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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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날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남편은 나와 헤어지고 싶다고 했다.(이 책의 첫 문장)


소설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 그리고 그런 특징이 『버려진 사랑』에서만큼 다행스럽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고 확신한다. 1권 『성가신 사랑』에서 딸인 '델리아'가 어머니인 '아말리아'에게 느끼는 집착적인 욕망을 그려냈던 작가 '엘레나 페란테'만의 격정적인 묘사력이 2권 『버려진 사랑』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또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한 사람이 이만큼 처절하게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화자인 '올가'가 남편 '마리오'에게서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받고 무너져내리는 과정 속에서 '올가'를 둘러싼 세상은 다 같이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녀의 아이들-'잔니'와 '일라리아'-는 물론이고 반려견 '오토'까지. "정신 차려, 올가." 거듭 반복되는 문장에도 불구하고 '올가'는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나아간다. 소설상으로 4개월 동안의 시간이 그려지는데, 내가 체감하기로는 1년도 더 넘은 시간이 흐른 것만 같다. 자기 자신을 가두는 '올가'로 인해 어찌나 애가 타던지 입안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처음만 해도 나는 '올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글에 적었다. 도대체 왜 '올가'가 '마리오'를 향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려고만 하는지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마리오'의 숨겨진 연인 '카를라'가 등장한다. '카를라'의 귀에서 귀걸이가 찰랑대고 있다. 그 귀걸이는 '올가'가 '마리오'의 가족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다. 또 다른 장면. 이제 회복의 길로 접어든 '올가'에게 '마리오'가 찾아온다. '마리오'는 '아이들 엄마'는 '올가'이기 때문에 그녀가 양육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나는 이제 '올가'가 느끼던 배신감과 좌절감을 함께 온몸으로 느낀다. '마리오'와 나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좁혀진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책을 덮고 나서는 '올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던 시간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올가'의 상황을 남의 일로만 치부했기 때문에 나는 오롯이 공감하는 데 실패했다. 작품 속 버려진 여자들에 대해 '올가'가 과거에는 '멍청하다'라고 평가했듯이 나 또한 '올가'에 대해 '건방진 말'을 하고 말았다.


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의 삶을 내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큰 실수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실수는 그와 함께 있어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다.(275쪽)

'마리오'가 떠나간 이후로 '올가'가 스스로를 갉아먹던 것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가'가 바닥으로부터 튀어 올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또 다른 연애를 권한다. 작품 속에서는 '레아' 한 명이었지만, '올가'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면 여기저기서 새로운 '시작'에 관한 조언들이 쏟아졌을 것이다. 굳이 남자 한 명을 '올가'에게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올가'의 진정한 치유가 아닌 듯 보인다. 모든 행동은 '선의'에서 비롯되었다는 변명을 하겠지만, 그들은 버려진 쪽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버리고 떠나간 사람이나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데 급급할 뿐이다.

'올가' 이전에 '불쌍한 여자'도 있었다. '불쌍한 여자'는 '올가'의 기억 속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한 여성이다. '불쌍한 여자'는 과거 '올가'의 이웃집 여자였는데, 그녀의 남편 또한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불쌍한 여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20쪽)" 모든 것을 잃는 과정에 '불쌍한 여자'의 '올가'의 엄마나 엄마와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불쌍한 여자'는 본인 스스로나 남편으로 인해 나락으로 빠져든 것이 아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주변 여성들이었다. 여성의 삶을 같은 여성이 망쳐버리는 데 있어 어떤 회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그곳을 헤매긴 했지만, 올가는 결국 살아남았다. 다시 떠오른 '올가'는 더 이상 감정적으로-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미움'이었다-세상을 대하지 않는다. 이전보다 더 넓은 포용력과 평온함을 기반으로 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녀를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도록 붙잡는 것은 그녀 자신의 피조물인 '잔니'와 '일라리아'이고, 과거의 꿈인 '글쓰기'이다.

다시 앞을 향해 걷고 있는 '올가'에게 또다시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제까지 지켜보는 것도 턱없이 힘에 부쳤으므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이내 곧 '올가'를 다시 마주한다. '올가'의 일들이 '올가'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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