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성 직업인의 경험을 귀담아듣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직장에 몸담고 있는 여성을 찾아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부모 세대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여성에게 있어서 출산과 육아로 인한 퇴직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여성 종군기자 ‘린지 아다리오‘의 회고록은 여성 직업인에 대한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 그녀는 종군기자로서 숱한 위험에 처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또한 그녀는 사진을 찍는 자신의 일을 통해 전쟁의 진실을 폭로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에 집요한 열정을 쏟는 사람 중에서도 ‘린지 아다리오‘는 경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분쟁지역에서 극도의 공포와 공황상태를 겪고 난 이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을 보였고, 더 많은 지역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 그 지역들이 가진 부조리와 인권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했다. 자신을 몰아세워 가며 살아온 그녀의 생애로 인해 우리는 여성으로서, 또 여성 직업인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내가 애정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 했던 모든 일들을 그리워했다. 심지어 이전에는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던 것들까지. 이를테면 자유라든가. (95쪽)

분쟁지역을 취재하기 위해 수 주간 집을 떠나있는 경험은 ‘린지 아다리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종군기자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의 숱한 죽음을 겪어야 하는 직업이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동료들의 비보를 접하면서 ‘린지 아다리오‘는 현재의 평화로운 삶을 소중히 하게 된다. 물론 그런 삶이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서의 생활과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에 꽤나 고생을 겪어야 했지만 말이다. 지구 한 쪽에서 끝나지 않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토록 사치스러운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직업과 사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토록 밀접하게 연결된 직업과 일상 사이의 고리는 ‘린지 아다리오‘가 잠시도 안주하지 않고 세상을 떠돌면서 사진을 찍도록 부추겼다. ‘폴‘이나 아들 ‘루카스‘ 등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시간들, 급작스럽게 불어닥치는 죽음들, 그리고 직업과 일상 사이의 불균형 등으로 그녀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꼈지만, 절대 그만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열정을 갖고 있는 일을 통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알맞은 때에 알맞은 장소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린지 아다리오‘가 자신의 젊음을 온통 쏟아부었던 사진 찍기는 결국 그녀가 원하는 변화들을 이끌어낼 수 없는지도 모른다. 남을 돕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전쟁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 본인을 넘어서서 그녀의 삶을 접할 수 있었던 수많은 미래 세대의 열정이 존속될 것이므로 우리는 사소한 변화들을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보다 더 안전하고 쉬운 형태의 행복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종군기자 ‘린지 아다리오‘의 선택이고, 일상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수많은 다른 여성들의 선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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