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대한 흥미는 늘 있어 왔지만, 전문용어를 줄줄이 읊어대며 그 학문에만 파고드는 책에는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건축‘, ‘건물‘, 혹은 ‘공간‘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탐구하려는 시도들이 더없이 반갑다. 건축으로 세상을 사유하는 책은 물론 여럿 있겠지만, 대표주자는 이 책의 저자인 유현준 교수가 아닐까 한다. 특히 <알쓸신잡> 등의 방송에서 그의 출연을 흥미롭게 지켜봐 온 터라, 『공간이 만든 공간』은 내용을 훑어보지도 않은 채로 구매한 몇 안 되는 책들 중 하나다.

『공간이 만든 공간』은 책의 서문부터 내 주목을 끌었는데, 본문의 내용이 알차게 압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까지 읽어야 책을 온전히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음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책의 서문 덕분에 전체적인 내용이나 핵심 포인트를 파악하기가 수월했다. 서양과 동양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책의 시작이다. 벼농사와 밀 농사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차이를 따져 보는 일은 놀라웠다. 생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결국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본질적인 특징을 발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스스로와 이를 둘러싼 주변의 상황들이 명확해져 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엄청난 양의 지역 간 교류로 모든 것들이 혼재해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사람들은 어느 한 문화에 귀속되지 않는다. 또한 문화권을 뛰어넘어 협력과 연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에 서로를 구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요구를 반영하듯이 뒤 파트에서는 동서양의 방식이 어우러진 건축을 만나볼 수 있다. 뒤 파트에서 좀 더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극명하게 갈린 건축방식의 차이와 또 그것들이 조합된 건축물들을 사진을 통해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미래의 공간에 대한 탐구로 마무리된다. 개개의 건축물을 넘어서서 우리가 어떤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지, 또 가상 공간까지 포함하여 우리가 어떤 공간을 조성해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동양과 서양을 뛰어넘어 실제와 가상을 결합시켜야 하는 단계에 우리는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시대의 특징적인 건축가와 건축물을 살펴보면서 과거와 현대, 또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공간이 만든 공간』은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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