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지음 / 아작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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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너울 작가의 소설집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세계를 너무 많이 뛰어넘지 않아서 좋았다.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독자인 내게 또 물어줘서 그것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정말 무엇일까. 다른 모든 것들을 제치고 인간이 지금 이 세상의 '주인'으로 군림할 만한 가치가 우리에게 있을까. 아니, 세상을 잠시 빌려쓰고 있고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려줘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 혹은 동물은 절대 동등한 관계가 되지 못할 거라고 회색앵무 한 마리가 인간의 위선을 얄궂게 비난했다.

SF는 인간 이외의 것들에 희망을 거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정말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온갖 것들을 항해 내비치는 기대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최상위층의 생명체로 간주될 자격이 있는건가, 그런 생각들을 했다. '필요'와 '요구'같은 자본주의식 논리를 따라가다가 퇴근길 역사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니 슬퍼졌다. 우리에게 자격같은 건 역시 없는지 몰라도 지금 여기의 사람들을 잃을 일을 생각하니 우울해 지는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부대끼며 함께 살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애틋한 감정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표제작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가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다. 며칠 전 한 햄버거집에서 키오스크 조작이 어려운 노인과 카운터에 서서 진절머리를 내는 젊은 직원을 보았다. 그 직원도 저런 말들을 읊조렸을까. 인간이나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 로봇의 관계같이 느껴졌다. 청년과 노인의 사이가. 그러고 보니 서로를 구분 짓지 못해 안달내는 도플갱어들로 가득한 것 같다. 환상에 불과해 보였던 SF 작품들이 현실이 되는 때에 우리는 어차피 스스로를 해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런 행위를 덜 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도 심너울 작가처럼 "세계가 하나가 된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이다. 누군가는 쓰고, 또 누군가는 읽으면서 밀레니얼이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일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퍼지면, 어디까지 같은 사람이고 어디까지 다른 존재인지 선을 그을 때 사람들이 좀 덜 과격해지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살짝이라도 품게 된다. - P220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에서 사람의 속성을 본다는 것은 사람의 정신이 그만큼 다른 것도 포용할 수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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