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아주 우연히 ‘긴즈버그‘ 대법관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인간의 평등을 주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특별했다. 여성의 권리를 되찾아오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여럿이었지만, 나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만큼 어떤 의구심도 없이 타인을 설득시키는 리더를 본 일이 없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절대 흥분하는 일이 없었고(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에도), 반대 의견을 가볍게 묵살하지도 않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본 사람 중에 가장 지적이고, 그걸 또 숨기려고 들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청년 세대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사회의 어른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로 그녀는 한 번도 내 삶의 표지이지 않았던 적이 없고, 그녀의 모든 말은 내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자라날 때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여성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주 운 좋게 그녀가 사는 시대에 태어났다. 이제는 그녀의 발자취를 뒤쫓는 일을 넘어서서 내가 누군가를 이끌 만한 위치에 설 수 있기를 갈망한다. ˝법원은 길을 이끌지는 못하지만 변화의 방향을 가속할 수는 있다(99쪽).˝ 나는 가속 페달로서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사람들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싶다. 그것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보고 자란 나의 궁극적인 소망이다.

그녀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대법관 자리의 일부로는, 1달러짜리 동전으로는 여성이 지금까지 당해온 억울함을 상쇄할 수 없다고 외친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여성의 자리를 되찾는 데만 골몰하지 않는다. 항상 모든 인간의 평등을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하는 사람이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일도 그녀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을 향한 존경심이 피어나는 것이다. 유대인, 여성, 엄마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과거를 되씹으며 그런 사람들을 구제해 내려는 그녀의 끝없는 도전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나 말고 대법원에서 봤으면 하는 사람 중에 대통령이 지명해 상원을 통과할 것 같은 사람이 과연 있습니까?˝ 이 질문에 미국으로부터 이만큼이나 떨어져 있는 나까지도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녀는 전 세계를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대체될 수 없는 인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벌써부터 그녀의 퇴장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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